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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취중진담과 멍 때리기

등록 2017-08-09 20:17수정 2017-08-09 20:27

엄지의 짬짬 놀기
시원한 계곡은 일상에 지친 이들이 새로운 에너지를 얻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이병학 기자
시원한 계곡은 일상에 지친 이들이 새로운 에너지를 얻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이병학 기자

“지난해도 이렇게 더웠어? 너무 덥다!” 여기저기서 죽는소리가 들린다. 푹푹 찌는 여름, 나만의 ‘짬짬 놀기’는 두가지가 있다. 키 빼고는 덩치가 꽤 비슷한 친구 현수와 나는 여름이 되면 평균 이상의 맥주를 마신다. “퇴근길 맥주 한 잔?” 그가 툭 던지는 이 말이 어찌나 반가운지. 한 잔은 어느새 두 잔이 되고, 세 잔이 된다. 얼큰하게 취기가 오르면 “이놈의 회사 내가 진짜 아오!”, “당장 때려치우자!” 이렇게 말하다가도 술집을 나갈 때는 “아 됐고, 내일 일찍 출근해야 하니 다음에 또 보자”라고 말하기 일쑤다. 아스팔트가 뜨거운 불판이 될수록 우리가 맥줏집을 찾는 횟수는 는다. 요즘은 거의 매일 맥주를 마신다. 알코올이 몸에 스며들 때쯤 일상생활 중 가장 큰 짬짬이 놀기가 시작된다. 바로 취중진담이다. 술에 취해 어디서부터 어떤 용기가 샘솟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수 김동률의 노래 ‘취중진담’처럼 알코올에 기대어 특별한 고백을 하기도 하고, 헤어진 옛사람에게 전화를 걸기도 했다. 소셜미디어에 호기롭게 자신감 넘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다음날 다소 민망하지만 수십개의 ‘좋아요’를 보면 이 재미를 버릴 수가 없다.

두번째 ‘짬짬 놀기’는 멍 때리기다. 주말에 딱히 약속이 없으면 근처 계곡이나 카페를 자주 간다. 일광욕을 한다는 건설적인 이유를 대지만 사실은 핑계다. 멍 때리고 앉아 있기 위해서다. 예전에는 멍 때리지 말고 생각 좀 하라는 엄마의 잔소리가 무서웠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멍 때리기로 얻은 게 많아서다.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있는 동안 뇌는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 한 주 빡빡하게 나를 괴롭혔던 각종 스트레스가 안개처럼 서서히 사라져 간다. 계곡에서 들리는 흐르는 물소리, 숲에서 나는 풀 냄새, 뛰어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등. 덤으로 얻는 즐거움도 크다. 이런 일상에서 얻는 쉼표는 내일을 살아가게 하는 에너지를 끌어올려준다. 마음이 한가득 부자가 된 기분이 든다. 서울에서 8번째 맞는 여름. 오늘도 술 한 잔의 진담과 멍 때리기로 ‘워라밸’(Work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을 잘 맞추고 있다.

엄지(광고회사 4년차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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