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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결혼이 효도인 남자 사절

등록 2017-08-03 14:07수정 2017-08-03 14:24

엄지의 짬짬 놀기
그래픽디자인 홍종길 기자.
그래픽디자인 홍종길 기자.

띠링, ‘1985년 3월○○일생.’ 엄마에게 문자가 왔다. 선볼 남자의 생년월일이었다. 10번째 남자다. 엄마는 끊임없이 맞선을 강요한다. 그동안은 무시했지만 이번에는 도저히 잔소리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그 남자에게 연락을 했다. 때론 남들에게 쉬운 일이 나에겐 어렵다. 연애와 연애의 연장선인 결혼은 내가 넘어야 할 큰 산이다. 취업을 하고 20대 후반, 그리고 30대 초반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결혼을 생각한다. 하지만 그 생각은 부모님, 회사 선배 등이 끊임없는 해대는 질문에서 출발한 것이다. 정작 내 속마음은 결혼에 별 관심이 없다.

연애세포가 다 죽었나 싶기도 하고, 결혼 자체가 무섭기도 하다. 어차피 상처를 주고받고, 잘해줘도 결국 남이 될 텐데 하는 마음의 불안이 있기 마련이다. 상처받기 싫어서 감히 시작할 엄두를 못 내는 것일지 모른다.

돌이켜보면 결혼하고 싶었던 남자들은 있었다. 그 첫번째 남자는 결혼을 효도라고 생각했다. 결혼은 효도가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정리했다. 두번째 남자는 내가 ‘여자답기’를 원했다. 축구를 좋아해 선수까지 한 나를 말이다. 관두기로 했다. 세번째 사람은 나와 진짜 친해 속앓이만 했다. 우정의 벽을 넘을 수 없었다. 분명 외로운데, 분명 뭘까? 여전히 어렵지만 이 문제는 부모님과 타인이 해결해줄 문제가 아닌, 오롯이 내가 해결해야 할 마음의 숙제다.

어쨌든, 게임회사의 프로그래머라는 그 남자를 이번주에 만나기로 했다.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근데 이 남자한테 뭘 물어보면 좋을까?”, “가족끼리 치킨 시켜 먹는지 물어봐!” 엄마는 가족의 화목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와 잘되면, 짬짬이 뭐하고 놀까? 영화놀이나 해야겠다. 개봉관이 버스 배차 간격보다 많은 <군함도>냐, ‘영덕’(영화덕후)들이 칭찬하는 <덩케르크>냐 물으면서.

엄지(광고회사 4년차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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