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팀과 나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왜!’
조금은 직설적인 이 문구를, 기아(KIA) 선수들은 일본 오키나와 훈련장에서 매일 본다. 김기태 기아 신임 사령탑이 제안한 것으로 목적 있는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기아처럼 각 구단은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훈련장 안팎에 펼침막 등을 걸어 놓고 선수들에게 훈련을 독려하고 있다. 단순한 문구 같지만 팀 사정을 알고 보면 꽤 의미심장하다.
엘지는 일본 훈련장에 ‘가족을 위해, 팀을 위해, 팬을 위해’ 라는 펼침막을 걸어놓았다. 엘지 관계자는 “팀 캐치프레이즈는 따로 있는데 양상문 감독이 캠프 슬로건을 따로 정하자고 했다. 1차 애리조나 훈련 때도 이 문구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통합 5연패를 노리는 삼성은 ‘10% 더’라는 문구를 쓰고 있다. ‘10% 더’는 김인 사장이 1월초 시무식 때 강조했던 말로 현재의 성과에 만족하거나 자만하지 말고 더 큰 미래를 위해 전진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
엔씨(NC)는 훈련장, 이동 버스, 선수단 모자 등에 ‘사막의 질주’라는 문구를 붙여놨다. 사막지역인 애리조나와 캘리포니아에서 새로 시작한다는 각오로 2015 시즌을 개척하자는 의미다. 팀 캐치프레이즈인 ‘거침없이 가자’와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엔씨는 작년까지 외국인선수 보유수 등에서 창단팀의 특혜를 누렸으나 올해는 케이티(kt)를 제외한 나머지 구단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시즌을 시작한다. 에스케이(SK) 훈련장에는 ‘원 팀 원 스피리트’(One Team One Spirit) 펼침막이 걸려 있다. 김용희 신임 감독이 제안한 것으로 한 팀으로 동지애에 의한 정신적 협력과 희생을 강조한다.
케이티(kt)는 10구단 막내다운 문구를 사용한다. ‘당당하게 맞서라’가 그것이다. 조범현 케이티 감독이 시무식 때 강조했던 중석몰촉(中石沒鏃) 고사성어도 훈련장에 붙어있다. ‘중석몰촉’이란 ‘화살이 바위에 꽂혔다’라는 뜻으로, 정신을 집중하면 놀랄 만한 큰 성과를 이룰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롯데 가고시마 훈련장에는 ‘다시 뛰는 거인의 심장!’ 문구가 있다. 올해 구단 캐치프레이즈이기도 한데 시시티브이(CCTV) 감시 등 작년 한 해 잡음이 많았던 터라 환골탈태의 의지가 엿보인다.
일본 오키나와에 자체 훈련장이 없는 넥센의 모자에 새겨진 문구는 ‘윈 더 챔피언십’(WIN THE CHAMPIONSHIP). 작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에 분패했던 것을 계속 곱씹는 모습이다. 애리조나 전지훈련 때는 훈련장에 ‘내가 던지는 곳만 생각하고 집중하자’(구장 불펜 앞), ‘우리가 도전하는 그때가 지금이고 지금이 그때입니다’(외야 펜스) 등의 문구가 있었다.
한화나 두산은 훈련장에 따로 펼침막을 붙이지 않았다. 다만 한화 선수단 모자에는 ‘뭉치’는 문구가 큼직막하게 손글씨로 쓰여 있다. ‘뭉치’는 위암 수술을 받은 동료 정현석의 별명. 김태균은 ‘뭉치’ 단어 뒤에 ‘자’를 조그맣게 넣어서 ‘뭉치자’는 이중적 의미를 드러내기도 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