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의 김진수가 지난달 2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하나원큐 K리그1 18라운드 대구FC와 경기를 동점으로 마무리한 뒤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내려갈 팀은 내려가고 올라갈 팀은 올라가는 것일까. 지난 5년 내내 K리그의 ‘디펜딩 챔피언’으로 군림했던 전북 현대가 초반 부진을 딛고 어느새 대권 궤도에 복귀했다.
전북은 지난 2일 김천 상무 방문 경기에서 올 시즌 첫 역전승(2-1)을 거두며 승점 35점(10승5무4패)으로 2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3월 중순 무득점 3연패 수렁에 빠지며 잠시 강등권(11위)까지 추락했던 전북은 두 번의 리그 휴식기를 거치면서 반등의 바람을 탔다. 질과 양 모두 리그 최고로 꼽히는 두꺼운 스쿼드가 후반기로 갈수록 체력 부담에 허덕이는 경쟁자들과 차이를 만들고 있다.
4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휴식 전까지 9경기 4승2무3패로 삐걱댔던 전북은 5월부터 10경기 6승3무1패를 기록 중이다. 경기당 승점이 1.6점에서 2.1점까지 뛰었다. 6월 A매치 휴식기 이후 첫 경기였던 16라운드 1위 울산 현대와의
‘현대가 더비’에서는 3-1로 완승했다. 지난달 29일 수원 삼성과 FA컵 8강전 승리(3-0) 포함 리그 재개 후 4승1무다.
전문가들은 영입생과 외국인 선수의 폼이 올라오면서 중원과 수비가 안정된 결과라고 봤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김진규, 김문환 등 새로 온 선수들에게 안착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고 쿠니모토, 구스타보, 바로우도 흐름이 좋다”고 평했다. 한 경기 네 골이 몰렸던 4월 성남 원정을 제외하면 전북의 외국인 선수들은 초반 8경기에서는 1골, 이후 10경기에서는 8골을 넣었다.
전북 현대의 쿠니모토(왼쪽에서 두 번째)가 지난 2일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하나원큐 K리그1 19라운드 김천 상무와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상대 역습에 대비하는 수비력도 인상적이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전북·울산을 상대하는 팀은 모두 내려앉아 카운터를 때린다. 전술적으로 상대 역습을 저지하는 공격적 수비가 전제되어야만 하는데 전북은 이게 완성도 높게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전북은 19라운드 기준 최소 실점(15점)팀이다. 지난 시즌 리그 최우수선수 홍정호가 센터백에 건재하고 임대 신분이던 왼쪽 풀백 김진수도 최근 잔류 의사를 밝혔다.
지난 3시즌 동안 막판 스퍼트로 울산을 넘어 ‘역전 우승’을 일궜던 전북이지만 이제 막 리그 반환점을 돈 만큼 아직 갈 길은 멀다. 김대길 위원은 “이번 여름 동아시안컵 대표팀 차출이 변수”라고 짚었다. 오는 11일 파울루 벤투 감독은 동아시안컵 대표팀 명단을 발표한다. 국내파가 중심이 되는 이번 벤투호에는 전북 선수들이 다수 불려갈 확률이 높다. 지난 6월에도 전북에서만 7명이 부름을 받았다.
동아시안컵이 치러지는 동안 K리그는 다시 일시 중단된다. 그 전까지 전북은 6일 FC서울전, 9일 인천 유나이티드전, 16일 성남FC전을 치르고 2주간 쉬어간다. “
우승하는 기술을 안다”는 전북은 7월 세 번째 휴식기를 발판 삼아 ‘골든크로스’까지 내달릴 수 있을까. K리그의 여름이 달아오르고 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