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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말한 ‘현대판 노예’가 바로 나라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1·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이적문제가 ‘어른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지난 10일(한국시각) 호날두의 상황을 두고 “요즘 시대의 축구계에서는 선수들을 쉽게 사고 파는 상황들이 만연한 것 같다”며 이걸 ‘현대판 노예제도’라고 비난했다. 이 말에 다음날 호날두가 “블라터 회장이 했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의 말이 옳다”며 맞장구를 쳤다.
최근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로 팀을 옮기고 싶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그는 맨유와 지난해 2012년까지 계약을 연장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이 계약을 중간에 깨고 호날두를 데려오기 위해 8500만유로(1341억원)의 이적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호날두와 계약기간이 남았다”며 1억유로가 준비되면 다시 얘기해보자는 강경한 자세다.
1990년 벨기에 출신 축구선수 장 마르크 보스만은 “이적료 없이 자유로운 팀 선택권을 달라”며 건 소송에서 승리했다. ‘물건’이 아닌 선수의 인권, 직업선택의 자유 쪽에 손을 들어준 이른바 ‘보스만 판결’이다. 블라터는 “우리는 선수를 보호해야 하고, 특정팀에서 뛰기를 바란다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계약기간이 끝난 뒤의 얘기다. 호날두가 지난해부터 받는 주급 12만파운드, 한국 돈으로 2억2000여만원에 이르는 거액도 구단과 장기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액수가 올라간 것이다. 계약 당시 호날두도 이런 사정을 몰랐을 리 없다. 그래서 그 역시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는 것 외에 “더는 어떤 것도 말하고 싶지 않다”며 입단속을 하고 있다. 맨유 쪽은 “선수들은 자유롭게 협상을 하고 에이전트를 통해 조언을 구한 뒤 계약한다”면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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