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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연소 여자프로복서인 김단비(17)가 세계챔피언을 꿈꾸며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갔다가 경기 1시간 전 “나이가 어리다”며 글러브를 뺏겨 경기도 못한 채 귀국하는 일을 겪었다. 세컨드(코치)를 봐주기 위해 동행한 세계챔피언 출신 유명우씨는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단비가 열심히 준비했는데 너무 어이없다”며 황당해했다.
바둑 아마 5단에서 16살 프로복서가 돼 3경기 만에 미니멈급(47.6㎏ 이하) 한국챔피언, 4경기째 동양태평양여자복서협회(OPFBA) 초대 동양챔피언에 오른 김단비(4전4승)는 지난 17일 캘리포니아주에서 세계여자권투협의회(WBCF) 미니멈급 챔피언 카리나 모레노(미국)와 경기를 하기로 했다. 국제여자복싱협회(WIBA) 미니멈급 초대 챔피언결정전까지 겸한 경기여서 여기서 이기면 김단비는 두 기구 국내 최초 통합챔피언, 남녀 합해 국내 최연소 세계챔피언 도전, 여자 최초 미국에서 챔피언도전이란 다양한 기록을 쏟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17일 전날 현지에서 경기를 허락하는 ‘라이센스’까지 발급받고 계체량까지 마친 김단비는 경기 직전 “캘리포니아에선 만 18살 이상만 프로경기를 할 수 있다”며 글러브를 회수당했다. 챔피언은 경기 당일 현장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현지언론은 “김단비가 19살이라고 속여 경기가 취소됐다”는 보도까지 했다고 한다.
황현철 한국권투위원회 부장은 “1991년 3월생이 적힌 여권과 관련 서류를 사전에 보내 그쪽도 나이를 다 알고 있었다. 그런 로컬규정이 있었다면 경기를 허락하지 말아야 하는데 전날 ‘라이센스’까지 내주고 취소하는 건 사상 초유다. 계체량이 끝나면 경기를 하지 않아도 대전료를 줘야 하는데, 대전료도 주지 않았다”고 했다. 황 부장은 “실의에 빠진 김단비를 위해 세계복싱평의회(WBC)에 제소를 했고, 이 기구도 커미셔너를 강력히 제재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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