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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종합운동장에선 육상대회 안합니까?”
1988년 서울올림픽 주경기장이며, 한국 육상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던 잠실운동장에선 좀처럼 육상대회를 보기가 어렵다. 그러다보니, 늘 지방에서만 열리는 대회에 참가해온 육상인들은 연맹쪽에 이런 질문을 던지곤 한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이 주최하는 전국단위의 육상대회는 연간 20여차례. 이 중 마라톤대회를 뺀 트랙과 필드 종목이 함께 열리는 대회는 15개나 된다. 그런데 2001년 꿈나무대회가 서울 잠실에서 열린 이후 한번도 서울에서 육상대회가 열리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두 가지, 시설과 숙박문제다. 우선 서울엔 잠실운동장 말고는 육상대회를 열 운동장시설이 없다. 그나마 잠실도 2년 전에야 서울시가 5억원을 들여 낡은 트랙을 새로 교체해 육상대회를 열 수 있게 됐을 정도다. 목동운동장엔 트랙이 있지만, 축구전용구장으로 활용하는 바람에 육상인들의 접근 자체가 제한돼 있다. 목동에 쌓여있는 육상관련 자재들은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두번째는 숙박문제다. 잠실 인근 숙박업소를 이용하려면, 오후 11시에 입실해야 하고 오전 7시엔 짐을 싸가지고 나와야 한다. 업소 입장에선 낮시간대 회전율을 높여 수익을 창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후 11시부터 오전 7시까지 사용하더라도, 중간에 한두번 더 손님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잃는 데 대한 보상도 해줘야 한다. 그래서 한번 입실에 5만원이지만, 보상비까지 합하면 1박에 14만원을 내야 한다.
이런 사정은 비단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도권은 물론 대도시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종별대회를 열 수 있었던 것도 고양시가 숙박업소에 손실비용을 지원해줬기에 가능했었다.
그러다 보니, 육상대회는 이번에 처음 대회를 유치한 당진군을 비롯해 횡성군이나 홍성군, 김천시와 상주시 등 군단위나 지방중소도시 등을 전전하고 있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의 김정식 경기과장은 “잠실에선 숙박이 필요없는 서울시대회만 열리고 있다”며 “시설도 잠실 밖에 없는 데다, 숙박문제는 도저히 해결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지방에서 대회를 열 수밖에 없다”고 했다.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한 한국 육상의 현주소다.
당진/권오상 기자 kos@hani.co.kr
당진/권오상 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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