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오상 기자
타임아웃 /
“1981년 바덴바덴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가 88올림픽 개최지로 서울을 결정한 것은, 마치 달에 집을 짓는 것과 같은 획기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서울올림픽 개최 20주년 기념행사 참가차 한국을 방문한 헝가리의 IOC 위원인 타마스 아얀 국제역도연맹 회장의 말이다. 냉전이 지속되던 80년대 초반 분단국가인 한국이 올림픽을 유치하게 된 것 자체가 기적적인 일이란 이야기다. 서울올림픽은 당시 조직위원장이었던 박세직씨가 18일 20주년 기념행사 학술대회 발표 원고에서 밝힌 것처럼, 테러·폭력·사고·스캔들·태풍이 없는 ‘5무’ 올림픽으로 잘 치러졌고, 한국선수단은 사상 첫 종합 4위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국가주도형 엘리트스포츠는 탄력을 받아 이후 올림픽마다 짭짤한 성적으로 한국의 위상을 세계에 떨쳤고, 그 사이 한국브랜드의 세계화도 급속하게 진행됐다. 1995년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어서고, 이듬해 10월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함으로써 근대화에 성공한 것도 올림픽과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한국 스포츠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아직도 문제투성이다. 베이징올림픽 직후 한 방송사가 방영한 <슬픈금메달> 다큐멘터리가 보여주었듯이, 메달리스트들은 물론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의 정상적인 사회복귀와 적응이 여전히 심각한 문제로 남아있다. 일부에선 아직도 체육단체장직이 정치인의 사유물처럼 활용되는가 하면, 스포츠인 출신의 전문행정가 배출이 요원하다. 국가주도형 엘리트스포츠의 잔재가 뒤엉킨 상황에서 계속되는 체육계의 구조개편논의는 식상해진 지 오래다.
전국체전이 민선단체장들의 업적을 기리는 무대로 전락했다는 비난에 이르기까지 아직도 한국 스포츠가 헤쳐나가야 할 길은 요원하기만 하다.
권오상 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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