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타임아웃 /
하키 강국의 신화를 일궜던 ‘붉은 땅벌’의 신뢰가 곤두박질쳤다. 대표팀 감독들은 모두 횡령을 했고, 협회 살림을 책임진 국장은 범법자가 됐다. 8일 경찰이 발표한 대한하키협회의 비리수사 발표의 결론이 이렇다.
그러나 스틱 하나에 인생을 걸고 살아온 이들이 이처럼 파렴치한 사람들이었을까? 전국 75개 하키팀 가운데 8개를 뺀 67개 하키팀 관계자를 입건할 만큼 큰 비리 조직이었을까? 이런 의문 속에 9일 찾아간 대한하키협회 사무실은 ‘끄응~’하는 신음으로 가득찼다.
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공금횡령 두 가지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A국장. 20년간 하키 외길을 걸어온 그는 “할 말이 없다. 법이 그렇다는 데 어쩌겠냐”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국가로부터 선지급받은 대표팀 전지훈련비 6100만원을 직원 급여로 쓴 것이 걸렸다. 어느 개인의 주머니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나중에 회장 기탁금과 후원금으로 채워 전지훈련을 잘 다녀왔다는 것이다.
남녀 대표팀 감독들이 물품업자와 짜고 횡령을 했다는 것도 과장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2008 베이징올림픽 여자하키 감독 B씨. 경찰은 그가 2005년과 2006년 6회에 걸쳐 2200만원의 장비 대금을 편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부분은 국가대표팀과는 무관한 내용이다. 발표를 얼핏 보면 감독이 국가대표팀 장비 대금을 빼돌린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키인들은 이 대목에서도 쓴웃음을 짓는다.
하키용품 시장은 연간 7억원 안팎의 소규모다. 스틱은 영국이나 파키스탄에서, 공은 호주에서 들여온다. 규모가 작아 한 업체만이 공급을 하고 있다. 하키인 출신인 이 업체의 C사장은 하키팀 지도자들한테 장비구입 때마다 10%의 수고비를 관행적으로 건넸다. 전국의 중, 고, 실업팀의 대부분 지도자가 횡령 혐의로 입건된 이유다. 법을 위반하면 처벌받는 것은 마땅하다. 그러나 비리를 캔다며 전국의 모든 하키인들을 조사해 ‘먼지’를 털어낸다면 살아날 사람은 없다. 후원사도 없고, 가뜩이나 대중의 관심도 없는 척박한 환경에서 허리를 굽힌 채 스틱 하나에 인생을 걸어온 이들이 느끼는 허탈감이 큰 까닭이다. 하키인들의 한숨이 깊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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