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타임아웃 /
아시아 배구 8강이 겨루는 1회 아시안컵(AVC컵) 남자대회를 보면 팀마다 실력차이는 크지 않다. 전통적으로 한-중-일이 강자였지만, 호주와 이란이 대등한 수준으로 치고 올라온 양상이다. 이들 다섯개 팀은 언제 물고 물릴지 모르는 관계다. 대만이나 타이는 후발주자지만 가파르게 추격해오고 있다.
20개 안팎의 남자 고등학교 배구팀밖에 없는 한국이 강팀의 자리를 유지하는 게 대단하다. 아마 선수들의 좋은 자질과 지도자들의 노력이 만든 합작품일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들리는 한국 배구의 현주소가 밝지만은 않다. 경기력과 달리 점차 고립되어가는 듯한 한국배구의 국제적 위상에 대한 불안감이 그렇다.
이번 아시안컵 대회의 경기운영(컨트롤 커미티) 위원장인 임형빈(78) 한국배구협회 명예부회장은 “아시아 배구 외교력에 관한 한 한국은 중국 일본과는 비교할 수도 없고 거의 몽골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존재감이 갈수록 주변화하고 있고, 배구 변방국으로 치부되고 있다는 얘기다. 왜 그럴까?
받기만 하고 주지는 않는 것이 먼저 지적된다. 한국은 2001년 아시아선수권을 국내에 유치한 이후 그동안 같은 급 이상의 국제대회를 유치하지 않았다. 심판육성과 교류촉진을 위한 아시아배구연맹(AVC) 심판강습회도 1988년 이후 유치하지 않았다. 오죽하면 다른 나라 배구 관계자들이 “한국에 가고 싶은데 언제 갈 수 있느냐?”고 묻는다고 한다.
교류가 적어지면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 안면장사에 의해 자리가 채워지는 아시아배구연맹이나 세계배구연맹에서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한국이 세계배구연맹에 단 한명의 분과위원을 파견하지 못하고 있지만 타이는 두명의 위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이를 방증한다.
국제대회를 유치하지 못하는 이유는 예산부족 때문이다. 그러나 타이 아시안컵을 보면 배구협회의 의욕이나 장기 전망의 부재가 더 큰 문제처럼 보인다.
나콘라차시마(타이)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나콘라차시마(타이)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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