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이는 스포츠
야구장에서 농구를 하고, 골프를 치며, 미식축구를 한다? 미국에서는 그랬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홈구장 펫코 파크는 최근 농구장으로 변신했다. 지난 7일 샌디에이고대학과 샌디에이고주립대가 펫코 파크 3루 베이스와 홈플레이트 사이에 설치된 마룻바닥 위에서 맞붙은 것. 정규 규격의 농구 코트를 둘러싸고 그라운드 위에 임시 관중석도 마련됐다. 개방된 통로가 하나밖에 없어 입장 지연 등의 불편 때문에 경기 뒤 팬들의 불만이 쏟아지기도 했으나 ‘야구장 속 농구장’만으로 이색 볼거리가 됐다. 펫코 파크는 지난 11월에는 전장 1002야드의 파3홀 9개로 구성된 골프장으로도 깜짝 변신했다. 닷새간의 이벤트 행사였으나 그라운드 위에 벙커를 만들고 나무도 심는 등 펫코 파크는 그럴듯한 골프장으로 변모했다.
‘그린 몬스터’로 유명한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구장 펜웨이 파크에서는 지난달 22일 대학 미식축구가 열렸다. 특설 경기장에서 보스턴 인근의 노터데임 대학과 보스턴 칼리지가 자웅을 겨뤘는데 <보스턴 헤럴드>에 따르면 펜웨이 파크에서 대학 미식축구가 펼쳐진 것은 1956년 12월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펜웨이 파크는 1968년 이전까지 야구와 함께 미식축구(NFL) 홈구장으로도 쓰였으나 이후에는 레드삭스의 홈구장으로만 사용돼왔다. 펜웨이 파크에서의 미식축구도 47년 만이었던 셈이다. 작년 7월 펜웨이 파크에서는 유럽 축구클럽인 리버풀(EPL)과 AS로마(세리에A)의 프리시즌 투어 경기가 펼쳐진 바 있다. 2010년 1월1일에는 그라운드 위에 아이스링크를 설치해 전미아이스하키리그(NHL) 경기를 하기도 했다.
미국뿐만이 아니다. 야구와 축구 경기가 치러지는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돔에서는 2007년 노르딕 월드스키챔피언십이 열렸고, 2008년과 2010년에는 자동차 경주(랠리 재팬)까지 개최됐다. ‘야구’에 갇히면 야구장만 보인다. ‘야구’를 지우면 비로소 ‘장소’가 보인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사진 각 구장 트위터 등 갈무리
펫코파크
펜웨이파크
삿포로돔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