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계주 3000m 결승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이 태극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태극전사들의 은빛 질주 뒤엔 빛나는 팀워크가 있었다.
한국 쇼트트랙 여자대표팀은 13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뒤 기자들과 만나 “좋지 않은 상황에서 훈련했고 4명의 멤버로 연습한 기간이 짧으면 짧다고 느낄 수 있는데, 다들 최선을 다하고 노력했던 점을 생각하면 메달 색깔과 상관없이 값진 은메달이라고 생각한다”(이유빈)고 했다.
이날 대표팀은 김아랑(27·고양시청), 서휘민(20·고려대), 이유빈(21·연세대), 최민정(24·성남시청)이 출전해 네덜란드·중국·캐나다와 치열한 승부를 벌인 끝에 은메달을 차지했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코로나19로 훈련과 대회 참가 등에 어려움을 겪었다. 선발전 1위 심석희(25·서울시청)가 동료 험담 논란으로 낙마하고, 3위 김지유(23·경기 일반)가 부상으로 출전이 좌절되는 등 변수도 많았다.
최민정은 “계주가 올림픽에서 항상 좋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에 기록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며 “그래도 저희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얻은 결과였기 때문에 후회가 없다”고 했다. 그는 또 “조금 아쉬웠던 건 팀원들은 너무 잘했는데 제가 부족해서 그랬던 것 같아서 미안하고, 저도 좀 많이 노력해야 할 것 같다”라며 “고생 많이 한 팀원들과 시간 내서 도와준 남자 선수들에게도 고맙다”고 전했다.
쇼트트랙 여자대표팀 최민정(왼쪽부터), 김아랑, 이유빈, 서휘민이 13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전에서 은메달을 딴 뒤 시상대에 오르며 활짝 웃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12일 여자 10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뒤 ‘펑펑’ 울었던 최민정은 이날 경기 뒤 환하게 웃은 이유에 대해 “제가 에스엔에스(SNS)에도 웃겠다고 써놨고, 어제 너무 많이 울어서 주변 사람들 마음을 아프게 한 것 같아서 (그랬다)”라며 “앞으로는 많이 웃어야 할 것 같고 팀원들과 함께 메달을 딸 수 있어서 그 부분이 제일 기뻤다. 슬프기보다는 좋았다”고 했다.
최민정 옆에는 에이스의 책임을 함께 짊어지려 노력했던 동료들이 있었다. 이번이 세 번째 올림픽 출전인 김아랑은 “결승전 들어가기 전에 최민정 선수가 가지고 있을 부담을 덜어주려고 (다른 선수들과 ) ‘각자 맡은바 최선을 다하자. 준비했던 모든 걸 보여주자’고 말하고 들어갔는데 , 속 시원하고 후련하게 하고 나온 것 같다. 은메달도 값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첫 올림픽 무대를 밟은 서휘민은 “처음 출전하는 올림픽이라서 많이 긴장됐는데, 언니·오빠들이 많이 옆에서 도와주시고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셔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경기 뒤 눈물을 흘리기도 했던 서휘민은 “저에게 정말 큰 자리였고, 그에 맞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있었는데 잘 끝냈다는 안도감과 좋은 결과를 냈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는 대표팀이 준비한 세리머니가 “제 아이디어”였다며 “대한민국 짱”이라는 의미라며 웃었다.
이날 대표팀은 계주에서 함께 뛰지 못한 박지윤(23·한국체대)과 부상으로 낙마한 김지유에 대한 마음도 전했다. 이유빈은 “박지윤 선수와 함께 맞추고 연습하며 서로서로 도움이 많이 됐다”라며 “언니한테 정말 고마움을 느끼고, 금메달을 안겨주지 못해 미안하다. 정말 고생 많았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이유빈은 또 “김지유 선수도 부상으로 올림픽 출전을 못 해서 아쉽다”라며 “언니가 부상을 회복해서 다음 올림픽 기회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정말 고생 많았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베이징/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