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소회원들과 지켜본 ‘새 추기경’ 발표 현장
교황청은 한국의 여성 수도자들을 기다렸던 것일까? 우연이라고 치기엔 너무나 놀라운 일이었다. 삼호회 회원들이 지난 6일 한국을 떠나 불교와 기독교 성지가 있는 인도와 영국, 이스라엘을 거쳐 이탈리아 로마에 도착해 마지막 일정으로 교황을 만나려고 22일 오전 10시(현지시각) 교황청 앞마당에 도착했다. 천년의 신비를 간직한 대리석 건물과 기둥이 위용을 뽐내는 성베드로 광장에는 수천명의 인파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까지도 한국의 두 번째 추기경이 이날 발표되리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한 주일에 한 차례 수요일에 열리는 교황 알현 행사에 참여하려는 인파들이었다. 삼소회원들은 먼저 교황청 종교간 대화위원회로 미카엘 피처럴드 대주교를 찾았다. 피처럴드 대주교는 위원회에서 함께 일하는 펠리스 몬시뇰(고위성직자), 리자 수녀와 함께 가톨릭과 성공회 수녀·비구니 스님들과 원불교 교무들을 맞으며, “셋이 웃음(삼소)으로 여러분을 맞이한다”는 말로 환영했다. 피처럴드 대주교는 다양한 종교 지도자들이 함께 어울리는 그림과 붓다의 그림이 걸린 방에서 “모든 종교는 인류를 위해 함께 일해야 한다”며 종교 사이 평화를 꾀하는 삼소회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피처럴드 대주교의 안내로 교황청의 접견 강당에 들어가던 삼소회원들은 안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화음에 먼저 놀랐다. 월드컵 응원가였던 “대~한민국!”과 같은 화음이 들려나왔다. 강당 안엔 각국의 교회와 학교 등에서 온 8천여명의 군중들이 이미 자리를 빼곡이 메우고 있었다. 각기 질러대는 구호와 악기 소리에 묻힌 화음은 한국의 월드컵 응원가가 아니라 청중들이 교황의 이름 “베네딕토, 베네딕토~”를 연호하는 소리였다. 성베드로 광장에 모인 수많은 인파들에게 환호에 답하고 실내에 입장한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단상까지 100여미터를 걸어가는 동안 가까이 있는 군중들과 눈을 맞추거나 악수를 나눴다. 교황이 이날 참석한 사람들의 나라와 교회, 학교들을 일일이 호명할 때마다 환호성이 터졌다. 교황은 한국에서 불교 스님들과 원불교 교무들이 수녀들과 이곳에 함께 왔다고 소개했고, 삼소회원들은 일제히 일어나 고개 숙여 인사했다. 낮 12시께 교황이 추기경단 명단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여덟번째로 한국의 정진석 니콜라오라는 이름이 나오자 가장 앞줄에 앉아 있던 곽베아타(대구 성포교베네디토수녀회) 수녀가 일어나며 탄성을 터뜨렸다. 옆에 앉아 있던 이탈리아인들이 곽 수녀에게 “축하한다”고 인사했다. 곽 수녀는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렸던 두번째 추기경이냐”며 “역사적인 현장을 직접 목격하니 감개가 무량하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곽 수녀와 앞줄에 함께 앉아 있던 본각 스님(중앙승가대 교수)도 “축하한다”며 박수를 쳤다. 잠시 뒤 교황이 추기경단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휠체어를 탄 장애우들에게 안수를 하고, 앞줄에 서 있던 이들과도 악수했다. 교황과 악수를 나눈 곽 수녀가 교황에게 “한국의 네 종교 여성 수도자들이 함께 세계 평화와 종교 간 평화를 위해 인도와 영국, 이스라엘, 이탈리아의 성지들을 함께 순례했다”고 말하자, 귀를 가까이 대고 듣던 교황이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서 함께 인사를나눈 김지정 교무는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종교인 가톨릭의 수장인 교황께서 종교 사이 분쟁을 종식시키는 데 앞장서 달라고 늘 기도해 왔는데, 드디어 자비로운 손을 잡고 보니 기도가 성취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 “새 추기경께서도 종교 평화를 위해 노력해 주시기를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삼소회 불교계 대표인 진명 스님은 “가톨릭에서 그토록 기다리던 새 추기경을 맞이하게 된 것을 축하한다”며 “새 추기경께서 종교 간 평화와 세계 평화를 위해 앞장서 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다시 성베드로 광장으로 나온 삼소회원들은 성지 순례 마지막날에 맞은 한국 천주교의 경사를 축하하며, 귀국길에 올랐다. 로마/ 글·사진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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