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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성공지상주의자요? 약자에 대한 배려죠

등록 2006-10-26 22:00수정 2006-10-26 22:32

시장이 원하는 주제로 ‘독자 고객만족주의’
5년만에 60여종 펴낸뒤 ‘성공 전도사’로
“학자, 기자가 쓸 수 없는 글 쓰자” 좌표
매일 새벽 3~8시에 책쓰고 낮엔 강연
한국의 글쟁이들/⑪ 자기계발 저술가 공병호씨

이 시대 자기계발 및 경영 전문 저술가라고 하면 떠오르는 글쟁이가 ‘공병호’라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을 듯하다. 실용서 시장에서 공병호(46·공병호경영연구소장)의 이름은 하나의 브랜드다. 대표적인 보수 자유주의자, 그리고 시장주의자로 등장했던 공씨는 이제 ‘성공학의 전도사’가 됐다. 그리고 성공을 권하는 책으로 그 역시 경제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믿을 것은 자기자신뿐’인 시대가 낳은 스타가 바로 공씨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공씨가 저술가로 변신한 것은 불과 5년여 밖에 안된다. 자기 이름을 딴 개인연구소를 열고 곧이어 책 <공병호의 자기경영노트>를 펴냈던 것이 2001년, 이후 공씨는 해마다 거의 여남은 종의 책을 쓰거나 번역해 선보이면서 순식간에 자신을 브랜드로 굳혔다. 책의 소재 역시 자신과 관련된 모든 것으로 넓어졌다. 아들을 조기유학 보낸 경험을 살려 책을 펴내기도 했고, 스케줄과 목표를 관리하는 <자기경영 다이어리>도 펴냈다. 프리랜서 선언 이후 지금까지 번역하거나 쓴 책은 모두 60여종. 5년만에!

공씨의 이런 다산성은 어떻게 가능할까? 그 비결은 바로 다른 저술가들과 공씨의 차이에서 엿볼 수 있다. 우선 공씨는 가장 중요한 활동이 저술인 것은 분명해도 자신을 전업 저술가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스스로 규정짓는 자기 정체성은 ‘고객 성공을 위한 가치창조자’이며 이를 구현하기 위해 그가 추구하는 원칙은 ‘효율성’이다. ‘효율성’과 ‘고객’은 그를 지배하는 두가지 화두다.

효율성은 공씨가 자기를 둘러썬 환경과 작업과정을 구성하는 원칙이다. 거의 도서관 수준인 그의 연구실 겸 자택인 서울 가양동의 넓은 아파트는 모든 것을 공씨의 콘텐츠 생산에 맞춰 꾸몄다. 집안은 침실을 뺀 거실이며 모든 방을 책장으로 채웠고, 책은 ‘공병호식 분류법’에 따라 ‘자서전’ ‘자기계발’ ‘경영학’ 등으로 나눠 놓았다. 집필공간은 안방에 딸린 내실이다. 마치 고치속처럼 아늑한 골방풍인데, 넓은 집 넓은 방을 놔두고 가장 작은 방에서 글을 쓴다는 점이 독특하다.

집필도 효율성으로 극대화한다. 가장 생산성이 좋은 새벽 시간은 가장 중요한 활동인 책 쓰기에 배정한다. 이후 집중도가 떨어지는 곡선에 따라 하는 일의 중요도도 맞춰 낮춘다. 새벽 3시부터 8시까지 책을 쓰고, 낮에는 강연을 하거나 잡문을 쓰다가 피곤해지면 정신적 수동 모드로 가능한 작업인 독서를 한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오후 9시께. 좋아하는 간식은 이른 아침 뇌에 포도당을 빨리 제공해줘 머리가 돌아가게 도와주는 초콜릿이다.

글쓰기, 골프와 비슷…욕심은 금물

공씨는 글쓰기 자체에는 지나치게 높은 목표수준을 내걸지 않는다. 그래서 완성도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비난도 듣는다. “글쓰기는 골프와 비슷해요. 너무 잘써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땅을 때리기 쉽습니다. 제 글쓰기 원칙이 있다면 대화하듯 편안하게 풀자는 거에요. 책이 무게가 떨어진다고 비난해도 상관없어요. 그런 비난을 두려워하는 순간 책은 나올 수 없게 된다고 생각하니까.”

일단 완성한 원고는 미련을 두지 않고 편집자의 재량에 맡겨버린다. 이 역시 다른 저술가들에게선 좀처럼 찾기 힘든 태도다. 최대한 빨리 원고를 써서 넘겨 편집자들이 매만지게 하고 그 사이 바로 다른 작업에 들어가는 것이 기회비용의 원칙과 전문성에 비춰볼 때 훨씬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효율성으로 짜낸 모든 것으로 추구하는 가치가 ‘고객’이다. 공씨는 독자를 철두철미하게 ‘고객’으로 본다. “고객들이 책을 선택했을 때 반드시 지불하는 가격보다 더 많은 가치를 얻을 수 있게 하는 것, 곧 값어치를 해주자는 것”이 저술 철학이다. “고객에게 확실히 가치를 제공하는 주제라면 어떤 종류의 책이라도 쓸겁니다. 다음달에는 부모를 위한 영어에 대한 책이 나옵니다.” 자기 아이디어가 아닌 편집자들의 기획 제안에도 흔쾌히 응한다. 시장이 원하고 자신이 쓰고 싶다면 어떤 주제든 달려든다. “외연을 넓히는 게 좋아요. 제 아이덴티티를 확정하지 않고 만들고 허물고, 또 만들고 없애고… 평생 그럴것 같아요.”

이런 태도와 철학은 실은 일찌감치 그가 마련해놓고 오랫동안 가다듬은 것이었다. 90년대 초 연구소에 다니던 30대 초반에 공씨는 “박사학위가 끝이 아니고 시작이란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는 곧 “지속적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없으면 시장에서 사라질 수 밖에 없겠다는 것”이란 깨달음이었다. “그 때는 너무나 절박했어요. 그래서 평생 시장에서 생존하려면 남들과 뭔가 달라져야겠어서 향후 좌표로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의 중간’을 골랐어요. 학자가 할 수 없고 기자가 할 수 없는 것, 그걸 하려고 한 거죠.” 이후 공씨는 주말에도 출근하면서 독서하고 글을 쓰는데 모든 시간을 투자한다. 그리고 그렇게 쓴 글을 언론에 기고하며 이름 알리기에 나섰다. 투고 기회는 자신이 언론들에 먼저 제안해서 따냈다. “주말마다 글을 썼는데 남들은 비웃었죠. 그거 돈 몇푼 하냐고.”

그런 과정으로 공씨는 자기 브랜드를 만들어갔다. “개인브랜드는 알리지 않으면 소용이 없어요. 제 능력과 이름을 적극적으로 세일즈하는 건데, 지식인 풍토에선 그런 사람이 드물었죠. 본래 성향이 저 자신을 드러내고 알리는 것을 좋아해요.” 2001년 전까지 그기 지금의 공병호란 브랜드를 위해 준비한 과정은 그렇게 예상 이상으로 길었고, 덕분에 독립하자마자 왕성하게 콘텐츠 생산에 나설 수 있었다고 공씨는 설명한다.

최근들어 공씨의 생산속도는 더 빨라졌고 시장에서 브랜드의 힘은 더 커졌다. 초기 ‘2만부 사이즈 작가’였던 공씨는 2004년 낸 <10년후 한국>이 40만부 넘게 팔리면서 ‘10만부 사이즈 작가’로 한단계 뛰어올랐다. 이런 상승세는 연간 300회 가까이 펼치는 강연에서 얻는 아이디어의 덕분이다. 강연에서 아이디어와 아이템을 얻고 이를 다시 강연 아이템으로 바꿔 가다듬어 책으로 낸다. 이런 과정에서 시장 예측력을이 강해지고 다시 책이 인기를 얻어 강연요청도 늘어나면서 공씨의 수입도 초기보다 몇배나 늘어났다.

동시에 다른 저술가들에는 많지 않은 ‘안티’들도 많아졌다. 이 역시 그가 다른 저술가들과는 다른 점이다. 지나치게 경제적 성공만을 부르짖는 차가운 성공지상주의자라는 비난이 그를 따라다닌다. “모든 성공의 요인을 개인의 노력 여부로 돌리고, 약자에 대한 사회적 맥락의 이해가 부족하다”는 비판이다. 공씨는 이에 대해 조금 달리 생각해달라고 부탁한다. “아무도 삶의 진실에 대해서는 교과서로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그걸 강자그룹에 속하는 사람들은 알고 있고 자기들끼리 이어갑니다. 저는 그걸 <부자의 생각 빈자의 생각> 같은 책으로 알려준는 것이고, 그게 애정일 수 있어요. 섭섭하게 보이겠지만 당신들 이거 알아야한다, 알아야 안당한다고 말하는거죠. 그게 제가 사회적으로 배려하는 방법으로 이해해주세요.”

글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공병호가 말하는 내 책은…

<공병호의 자기경영노트>

21세기북스

대단히 실용적인 자기경영 방법을 다룬 책이다. 실제로 누구든지 적용가능한 방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10년 후, 한국>

해냄

10년 후의 한국을 전망한 시론 성격의 책이다. 미래를 고민하고 준비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읽어볼 만한 책이다.







<10년 후 세계>

해냄

이 책은 앞으로 한국 사회, 조직 그리고 개인을 둘러싸고 전개될 미래의 모습을 전망했다. 다양한 관점과 현상은 실제로 미래 준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명품인생을 만드는 10년 법칙>

21세기북스

전문가로서 입신하는 방법을 서술하고자 했다. 누구나 지식근로자로서 한 분야에서 입신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그 그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인지를 다루고 있다.







<부자의 생각 빈자의 생각>

해냄

세상에는 부자의 생각을 가진 사람과 빈자의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 이들은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이를 고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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