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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노벨문학상 걸림돌이 ‘번역’뿐이랴

등록 2007-10-12 19:02수정 2007-10-13 15:23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최재봉의 문학풍경 /

올해도 노벨문학상은 한국을 외면했다. 11일 저녁 8시 스웨덴 한림원에서 2007년 수상자를 발표하는 순간, 기대는 또다시 실망으로 바뀌었다. 1년 내내 잊고 지내다가도 이맘때가 되면 국가와 민족의 명운이라도 거기에 걸린 양 반짝 관심과 기대를 쏟고, 결과가 나오면 이내 실망하고 돌아서는 일이 몇 년째 되풀이되고 있다. 연례행사와도 같은 이 모든 소동으로부터 언제쯤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노벨문학상이 그나마 문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지속시키는 계기가 된다는 점은 고마운 노릇이지만, 여기에는 탐탁치 못한 구석 또한 없지 않다. 그 중에서도 우선 확인해 두어야 할 것이 노벨문학상은 세계 ‘대표’ 문학상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 상이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지고 가장 존중 받는 문학상인 것은 틀림이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벨상 수상작이 곧 최고의 작품이라는 식의 등식은 성립할 수 없는 일이다. 문학이란 계량화나 등급 및 순위 책정이 불가능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상이 영어를 비롯한 주요 유럽어로 씌어졌거나 적어도 그 언어들로 번역된 작품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한계 역시 엄연하다.

이런 문제점과 한계를 인정하더라도 노벨문학상은 물론 받는 게 안 받는 것보다는 나은 상이다. 새삼스럽게 그 이유를 일일이 드는 대신, 어떻게 해야 노벨문학상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지를 따져 보는 쪽이 한층 생산적이리라.

한국 문학의 노벨상 수상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흔히 드는 것이 열악한 번역 상황이다. 실제로 한국 문학은 노벨상을 논하기 이전에 해외 독자들 사이에 지명도 자체가 극히 낮은 형편이다. 한국 문학 번역은 우선 양적으로 부족할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 문학의 해외 번역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이 생기고 최소한의 체계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이 90년대 이후의 일인 만큼 아직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올바른 진단일 것이다.

그렇다면 번역 문제만 잘 풀리면 나머지는 자동으로 해결될 것인가. 한국 문학은 번역의 관문만 넘어서면 당장 세계 정상급으로 인정받을 만한 수준에 와 있는가. 목하 한국 소설 부흥의 견인차 노릇을 하고 있는 소설가 황석영씨라면 여기에 흔쾌히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지난 4년여를 영국과 프랑스에서 거주해 온 그는 지금의 한국 소설만큼 다양하고 왕성한 생산력을 보이는 사례가 다른 나라에는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드시 긍정적인 답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 문학 전문 번역가인 안선재 서강대 명예교수는 지난 5월 15일 치 ‘창비주간논평’에 쓴 글에서 황석영씨와 거의 정반대되는 주장을 내놓는다. ‘외국 독자들은 한국 문학을 어떻게 읽을까―한국 문학 번역의 과제들’이라는 제목의 이 글에서 그는 특히 한국 소설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지적했다. “우아한 문체, 다양한 서술 리듬, 해석의 모호함, 여러 서술자들의 목소리, 글쓰기 전략에서의 복합성 등은 모두 시로서의 소설이 갖는 근본적인 특성들인데, 한국 작가들의 작품에는 너무나 부족한 것이다.” 소설(가)의 문제는 비평(가)의 문제와 나란히 간다. “‘체면’과 ‘명성’이 핵심 고려사항인 한국 같은 문화에서 정직한 비평은 자주 거부된다. 이건 큰일이다.” 노벨문학상에 이르는 길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번역의 장벽만은 아니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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