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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김성동의 분노와 문학 현실

등록 2008-04-25 19:53수정 2008-04-25 23:02

최재봉의 문학풍경
최재봉의 문학풍경
최재봉의 문학풍경 /

요즘 문단의 가장 큰 화제는 ‘추리작가 김성동 사건’이다. ‘추리작가 김성동’이라니? 사건은 문학과지성사가 지난해 11월 펴낸 네 권짜리 ‘한국문학선집 1900~2000’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이 선집에 김성동(61)씨의 단편 <오막살이 집 한 채>가 수록되었는데, 그 작품에 붙인 해설이 문제였다. 충북대 국문과 이익성 교수가 쓴 해제에서 우선 문제가 된 부분은 이러하다. “김성동은 <만다라> 발표 이후 생계를 위해 문학의 순수성과 관련된 본격문학에 집중하기보다는 추리소설을 창작하거나 신문에 역사소설을 연재하였다. 그와 동시에 구도적인 경향을 종교에서 바둑으로 관심 영역을 확장하여 <국수>와 같은 작품을 창작하기도 하고, 사회적 관심을 보인 <영부인 마님 정말 너무해요> 같은 작품들을 발표하였다.”

해제자 이 교수가 김성동을 추리소설 작가 김성종과 혼동했다는 것이다. “이 중생은 단 한번도 ‘추리소설’을 쓴 바 없으며 ‘통속적 역사소설’ 또한 쓴 바 없습니다.(…)김성종과 김성동을 혼동한다는 게 이른바 평론가로서 말이 됩니까?(…)이런 글을 실은 출판사의 양식은 또 무엇입니까?”

김성동씨의 항변은 다음달에 발간되는 <실천문학> 여름호에 실릴 단편소설 <발괄하는 앵벌이>에서 인용한 대목이다. 문제의 <영부인 마님…> 역시 80년대 초중반 자신을 포함한 여러 작가들의 콩트를 모아 펴낸 책의 제목이라고 작가는 해명했다.

문제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작품에 대한 해설의 한 대목이다: “(…)이 작품에서 아버지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는 없지만, 집안의 생계에 대한 관심을 미루어 두고 밖으로 나가 돌아다니는 것은 아마도 광주민중항쟁과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작품이 6·25 전쟁 직후 유자녀로 남은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화한 연작의 하나라는 사실은 일종의 ‘상식’에 속한다. 주인공 소년의 이름 ‘영복’은 작가가 여러 작품에서 자전적 주인공에게 일관되게 붙인 이름이다.

문제의 선집을 받아 본 작가는 1월 초 출판사에 장문의 편지를 보내, 자신의 작품을 선집에서 빼거나 해설을 교체해 달라고 요구했다.


“분하고 원통해서 소주만 마시고 있습니다. 잠을 못 이루고 있습니다. 빠른 답신 기다리며, 여불비.”

작가의 편지를 받은 출판사는 새로운 해설을 붙여 책을 다시 내겠다는 간단한 답장을 보냈을 뿐 차일피일 시간을 끌다 지난주에야 작가를 찾아가 사과했다고 한다. 바뀐 해설을 단 책을 이달 말에 내기로 하고 25일 저녁 출판사 홈페이지(www.moonji.com)에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작가의 분노는 사과문 정도로 누그러들 것 같지는 않다. 작가는 출판사를 상대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24일 저녁 양평 집에서 전화를 받은 작가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재판이 끔찍하지만 소송을 내야겠어요. 거대 출판사와 국립대 교수가 힘 없는 작가를 짓밟은 이번 일은 오늘날 문학과 작가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엉터리 해설이 실린 책이 나온 것도 문제지만, 일이 터진 뒤 출판사의 대응 태도에 더 화가 났습니다. 게다가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는 아직도 일언반구 반응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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