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방송중
전자레인지 안에 전구를 넣고 돌리면 어떻게 될까? 침몰한 타이태닉호를 탁구공으로 물 위에 띄울 수 있을까? 12시에 칼을 입에 물고 세숫대야를 보면 미래의 남편이 보인다는데 사실일까? 헤어스프레이를 양변기에 뿌리고 담뱃불을 붙이면 변기가 폭발한다는 괴담의 진위는? 〈개그콘서트〉의 육봉달이 말하는 대로 ‘달리는 마을버스 2-1에서 뛰어내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호기심이다. 교무실의 선생님께 여쭤보면 야단맞을 것 같다. 그렇다면 친절한 ‘티브이씨’에게 물어보자. 아무리 터무니없는 궁금증도 몸 바쳐서 해결해준다.
〈시키면 한다, 약간 위험한 방송〉은 2005년 티유디엠비(TU DMB) 미디어에서 자체 제작한 최고 인기프로그램. 현재는 케이블 채널 ‘코미디 티브이’에 역수출해 상당한 컬트 팬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스펀지〉 같은 호기심 해결 프로그램의 염가 대체물이지만, 싸구려의 꾸미지 않은 매력이 오히려 강한 중독성을 만들어낸다.
개미를 냉동실에 얼렸다 녹이면 살아날까요? 온몸에 과자를 붙이고 서 있으면 갈매기가 날아와 뜯어먹을까요? 길에서 여성에게 전화번호를 물으면 정말 가르쳐 주나요? 어쩌면 순진무구하고, 어쩌면 장난기 가득한 질문들을 〈시키면 한다〉의 제작진은 군소리 없이 실행해서 답해준다. 전자레인지에 전구를 넣으면 불이 들어오고, 시속 100㎞로 달릴 때도 자동차 문은 열리고, 세숫대야는 미래의 남편을 안 가르쳐준다. 이유는 묻지 마라. 전문가의 설명도, 과학적인 해설도, 반복 가능한 건지도 알려주지 않는다. 뭔가 빠뜨린 듯한 이 무모함에 앙상블을 이루는 것은 열악하기 그지없는 실험 환경이다. 수다를 떨면 살이 빠지는지 알기 위해 피디와 작가들이 모여 궁상맞게 떠들고, 자동차를 미끄러뜨리기 위해 바나나를 미친 듯이 먹어댄다. 실험 소재로 인간이 필요한 경우 대신맨이 출동하는데, 현재는 대신걸까지 추가한 〈시키면 한다, 약간 더 위험한 방송〉으로 두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디스커버리 채널의 〈호기심 해결사(Mythbusters)〉 역시 만만찮게 허무맹랑한 궁금증에 도전하는데, 〈시키면 한다〉와는 정반대로 상당한 예산을 투자해 제대로 실험 세트를 만든다. 원제에서 드러나듯이 ‘변기통 폭발 사고’, ‘개 소변으로 발화된 세탁기 살인 사건’ 같은 도시 괴담을 파헤치는 과제가 많은데, 특수효과 전문가인 애덤 새비지와 제이미 하이네먼이 장난꾸러기 같은 얼굴로 재료를 쇼핑해 툭탁거리며 각종의 기계를 만들어낸 뒤에 영화처럼 실제의 장면을 재현하는 박진감이 보통이 아니다. 대신맨보다 훨씬 위험한 미션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마네킹 ‘버스터’가 출연한다. 목숨을 건 폭발 실험의 결과 만신창이가 된 마네킹을 적당히 고쳐서 쓰고, 냉동 닭을 선탠 기계로 녹이는 과격한 유머 감각은 〈시키면 한다〉와 손을 맞잡는다.
인간은 궁금증으로 미치는 동물이다. 위험해 보이면 더 해보고 싶다. 티브이가 대신해줘서 다행이다.
이명석/저술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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