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방송·연예

‘디스코의 왕’께서 꼬드기네, 같이 춤추자고

등록 2016-02-18 20:33

사진 술탄 페이스북 갈무리
사진 술탄 페이스북 갈무리
이재익의 인디밴드 열전
술탄 오브 더 디스코
팀 이름이 거창하기로는 한국 인디뮤지션 중 최고가 아닐까 싶다. 오늘 소개할 팀은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이하 술탄). 누가 봐도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명곡 ‘술탄스 오브 스윙’을 차용한 이름에 떡하니 디스코라는 음악 장르를 내세웠다. 팀 이름에 걸맞게 디스코 음악을 근간으로 춤을 출 수 있는 모든 장르를 섞어낸 노래들을 발표해오고 있다.

이 팀은 다채로운 음악의 층위만큼이나 멤버 교체가 많아서 멤버들을 소개하는 것만으로 오늘 지면이 다 갈 듯한데, 네이버 뮤직의 자료를 참조해 최대한 간단하게 소개해보겠다. 2006년 결성 당시 멤버는 ‘압둘라 나잠’(보컬 댄스, 현 나잠수), ‘무스타파 더거’(보컬 댄스, 현 ‘브로콜리 너마저’), ‘만사마’(랩 댄스, 별칭은 무하마드 B. 마니). 여기에 여성 코러스 멤버들과 객원 멤버들이 함께했다. 객원 멤버들 중에서는 노래와 춤을 맡은 ‘장기에프’라는 멤버가 눈에 들어오는데, 놀랍게도 바로 아이유의 연인 장기하님 되시겠다.

활발한 클럽 활동과 함께 왕성하게 노래를 발표해 오던 이들은 몇 번의 멤버 교체를 겪은 끝에 2013년에 ‘캐러밴’, ‘오리엔탈 디스코 특급’, ‘의심스러워’ 등이 실린 정규 1집 <더 골든 에이지>(The Golden Age)를 발매한다. 깔끔한 정장에 깃털 달린 터번을 쓰고 무표정한 얼굴로 신나게 디스코를 추며 노래하는 이들은 한 번 보면 도저히 잊을 수 없는 개성을 뽐냈다. 외양만 특이한 게 아니었다. 디스코에서 펑크, 소울을 아우르는 유연한 작곡 실력과 수많은 무대로 다져진 댄스 카리스마 등등 이 팀의 매력은 간단치가 않았다.

나도 직접 공연을 본 적이 한 번 있다. 정규 음반을 발매하고 얼마 안 지난, 2013년 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사실 그 전까지는 팀 이름만 얼핏 들어보고 음악을 제대로 들어본 적은 없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고 있더라. 그만큼 이들의 음악은 직관적이다. 듣는 이를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놀자고 살살 꼬드기는 음악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어 보이는 21세기다. 이 시대에 필요한 상상력은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서로 상관없어 보이는 것들을 연결시키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술탄 역시 그렇게 탄생된 팀이다. 정장에 터번, 그리고 디스코를 연결시키다니. 이보다 더 창의적일 수 있을까?

팀 이름에도 디스코라는 단어가 들어 있고 처음부터 디스코 음악을 해왔지만 최근 들어 술탄의 음악적 노선은 디스코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신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술탄 음악의 본령인 ‘그루브’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우리말로 하면 ‘흥’이라고 할까? 술탄의 노래는 사랑 노래를 들어도 절로 몸을 흔들게 된다.

흥이 넘쳐흐르는 술탄의 노래를 듣다가 문득 이런 의문을 품어본 적이 있다. 우리는 왜 노래하는가? 우리는 왜 춤을 추는가?

감히 말하건대, 춤과 노래는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축복하는 행위다. 우울증 환자들 중에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어깨춤을 추는 이들은 본 적 있나?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 중에서 춤추고 노래한 기억이 가물가물한 분들이 있다면 지금 자신의 삶을 돌아보라. 요즘 사는 게 신나고 재미있나요?

하루하루 살아내기에도 지치는데 춤과 노래가 무슨 팔자 좋은 소리냐고 한숨 쉬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천만의 말씀. 가끔은 원인이 결과가 되고 결과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삶에 대한 열정이 넘쳐서 노래하고 춤을 추기도 하지만, 춤추고 노래하다 보면 꺼져가던 열정이 살아나기도 한다는 말씀!

그러니 오늘만큼은 노래하고 춤추자. 디스코의 왕과 함께 흔들어 봅시다!

이재익 에스비에스 피디·소설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