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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국민 펑크밴드가 된 ‘홍대 불대갈’

등록 2016-05-12 20:34

사진 록스타뮤직앤라이브 제공
사진 록스타뮤직앤라이브 제공
이재익의 인디밴드 열전
노브레인
이들의 이름 앞에는 이런 식의 수식어가 붙는다. 한국 인디록의 본좌, 인디밴드의 전설, 조선 펑크의 창시자 등등. 종합하면 이런 말이다. 이들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디록밴드 중 하나이며 한국식 펑크록을 만들어낸 팀이다. 노브레인의 이야기다.

마침 올해가 데뷔 20년이란다. 그에 맞춰선지 얼마 전에 그들의 7집 음반이 나왔다. 제목은 팀 이름과 같으면서도 다른 <브레인리스>(Brainless).

노브레인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또다른 위대한 밴드 크라잉넛과 홍대 클럽 드럭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김광석이 죽고 서태지와 아이들이 해체하고 에이치오티(H.O.T.)가 탄생한 90년대 중반, 대중음악계에는 수상한 시도들이 들끓었고 그 중심에 클럽 드럭이 있었다. 두 밴드는 약속이나 한 듯 1995년, 1996년 차례로 드럭을 통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동갑내기 친구들로 이뤄진 크라잉넛은 ‘말 달리자’라는 노래로 한국 펑크록의 상징처럼 떠올랐고 노브레인은 과격한 패션과 헤어스타일로 먼저 유명해졌다. ‘홍대 불대갈’. 당시 빨갛고 노란 머리를 잔뜩 세우고 다닌 덕에 만들어진 보컬리스트 이성우의 별명이었다. 노브레인은 딱 봐도 펑크밴드였고 들어보면 더욱 못 말리는 펑크밴드였다.

이 시절 수많은 팀이 드럭을 거쳐갔지만 언제나 투톱은 크라잉넛과 노브레인이었다. 그들은 매번 과하게 연주하고 소리를 질렀다. 클럽 안을 가득 채운 젊음들은 산소가 모자라 나가떨어질 때까지 음악에 맞춰 뛰고 춤췄다. 그 속에 20대의 미친 에너지를 연소하느라 매일 밤거리를 헤매던 나도 있었다. 그래서 똑똑히 기억한다. 그들이 얼마나 제대로 달렸는지를.

노브레인은 패기와 열정으로 똘똘 뭉친 앨범을 꾸준히 발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보통사람들’에게는 무명이나 다름없는 팀이었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 <라디오스타>가 개봉하기 전까지는. 노브레인은 이 영화에서 원래 자신들의 모습 그대로 등장해 노래를 부르고 연주한다. 영화 전체의 톤은 물론 줄거리 안에서도 기가 막히게 잘 들어맞는 선택이었다. 영화와 노브레인 양쪽 모두 윈윈이었다.

노브레인의 역사 20년을 돌아보면 영화 <라디오스타>가 딱 중간에 있다. 이후 이들은 크라잉넛만큼, 어쩌면 더 유명해진다. 호쾌한 로큰롤 ‘넌 내게 반했어’는 라디오에서 가장 즐겨 트는 노래 중 하나로 등극했고 각종 방송과 행사의 출연 요청도 쇄도했다.

영화를 통해 얻은 유명세를 노브레인이 즐겼는지 불편해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 뒤 10년이 흘렀지만 우리 식대로 펑크록을 하겠다는 씩씩한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그 증거가 바로 이번에 발표한 7번째 음반이다. 여전히 강렬하고 무겁고 질주한다. 19금 딱지가 붙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대중적인 발라드 곡 하나 정도 넣을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던 듯하다. 멋지다.

모든 아티스트에게 제일 중요한 음반은 새로 나온 음반이지만, 이 칼럼의 독자들에게는 2014년에 나온 <96>이라는 음반을 추천하고 싶다. 노브레인의 히트곡들을 크라잉넛이, 크라잉넛의 히트곡들을 노브레인이 노래하고 연주한 재미있는 앨범이다. ‘말 달리자’조차 노브레인의 버전이 좋은 걸 보면, 내 취향은 역시 노브레인인가 보다.

마지막으로 조심스러운 얘기를 꺼내겠다. 신작 음반을 들으면서 한 가지 고개를 갸웃한 지점이 있다. 이번 음반의 타이틀곡 ‘내 가죽잠바’의 시작 부분이 펑크록 그룹 랜시드(Rancid)의 노래 ‘블러드클로트’(Bloodclot)와 너무나도 흡사하다. 표절인지 아닌지는 듣는 사람들이 판단할 문제. 한번 들어보시라. 내 느낌이 틀렸기를 빈다.

이재익 에스비에스 피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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