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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개그센스 팡팡 터지는 ‘뉴잭스윙’

등록 2015-12-24 19:06수정 2015-12-30 16:27

사진 기린 블로그 갈무리
사진 기린 블로그 갈무리
이재익의 인디밴드 열전
기린
‘응답하라’ 시리즈가 3연타석 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시청률로 보자면 시즌마다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5% 안쪽에서 움직이던 시즌1에 비해 요즘 시즌3 격인 <응답하라 1988>의 시청률은 세 배로 뛰었다. 우리나라 영화, 드라마를 합쳐 이렇게 3연속으로 흥행을 갱신한 시리즈는 없었다.

드라마의 성공에 힘입어 ‘응답하라’ 시리즈에 삽입된 추억의 가요들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원곡들이 차트를 역주행하는가 하면 드라마 방영에 맞춰 다시 부른 리메이크 곡들도 인기가 좋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이 시리즈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시절을 정확히 관통하는 세대인 내가(1975년생, 94학번) 기억하는 그 시절의 음악들 중에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철저하게 소외된 장르가 있다. 발라드, 록, 댄스, 아이돌 노래들까지 고루 있는데 이 장르만 빠진 점은 너무 아쉽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이 장르는 딱 그 시절에만 유행하다가 사라진다는 거다.

혹시 ‘뉴잭스윙’이라고 들어보셨는지? 솔(soul)과 재즈 장르에 힙합 리듬이 결합된 음악이다. 음악을 글로 설명한다는 게 어리석은 짓이니, 간단하게 예를 들면 ‘듀스’의 음악을 생각하면 되겠다.

지금은 호출기만큼이나 한물간 느낌이지만 1988년에서 1997년 사이 대중음악계에서 뉴잭스윙의 열기는 대단했다. 보비 브라운, 마이클 잭슨, 보이즈투맨 등의 팝스타들이 대거 뉴잭스윙 노래들을 히트시켰고, 가요계에서도 앞서 말한 듀스를 비롯해 현진영, 업타운, 솔리드 등 수많은 90년대 스타들이 뉴잭스윙의 대표주자들이다.

뉴잭스윙은 진부한 표현 그대로 ‘한때를 풍미’하고는 사라졌다. 정말 흔적도 없이. 오죽하면 뉴잭스윙의 전성기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중반의 문화를 집중탐구하는 ‘응답하라’ 시리즈에서도 외면받았겠는가? 그만큼 현재와 단절된 장르라는 뜻이 아니겠는가? 리메이크로도 답이 안 나오는.

그런데 이토록 박제화되어버린 뉴잭스윙을 2015년 서울 한복판에서 주야장천 파고 있는 가수가 있다. 그의 이름은 기린. 키가 커서 기린일까 착각하지 마시라. 이름만 봤을 때는 최장신 가수인가 싶었는데 실제로 보니 최단신 가수가 아닐까 싶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아프리카 초원의 기린과 함께 사이좋게 등장하는 그는 자타공인 대한민국 유일의 뉴잭스윙 가수다. 놀라운 사실은 그가 1985년생이라는 것. 뉴잭스윙이 황급히 사라지던 90년대 중반에 그는 겨우 초등학생 꼬마였다. 그런 그가 왜 뜬금없이 21세기 가요계에 홀로 뉴잭스윙을 한다고 나섰을까?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그가 제대로, 열정적으로, 특히 아직도 뉴잭스윙 음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게다가 그는 ‘추억팔이’를 하지 않는다. 지금 자기의 음악을 하고 있다. 기린의 노래에서 그 시절을 찬양하는 가사나 향수가 느껴지는 가사는 찾아볼 수 없다. 그는 천연덕스럽게도 90년대 뉴잭스윙을 신곡이라며 꾸준히 발표하고 뮤직비디오까지 선보이고 있다. 말하자면, 청계산에 사는 공룡이랄까.

1집 앨범이 나왔을 때는 화제성으로 잠깐 하고 말겠지 했는데 벌써 데뷔 5년차다. 처음에는 웃겼는데 이제는 좋다. 90년대의 가요가 그랬던 것처럼 2015년 기린의 노래에서는 시대의 엄중함도, 복잡다단한 디지털의 속도도, 경기침체의 그늘도 느껴지지 않는다. 마냥 해맑다.

듀스나 솔리드를 좋아했던 시절이 있다면, 당장 기린을 검색해서 들어보라. 추천곡을 하나만 고르라면, ‘사랑과 행복’. 개그 센스 팡팡 터지는 뮤직비디오 감상은 필수. 히위고나우!

이재익 에스비에스 피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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