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밴드들이 있다. 이름은 꽤 많이 알려졌는데 무슨 노래를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다들 약속이나 한 듯 특정한 노래를 꼽는. 꾸준히 활동하면서 계속 노래를 발표한다는 점에서, 히트곡 하나만을 남기고 사라지는 소위 ‘원히트 원더’(one-hit wonder) 가수와는 다르다.
옥상달빛도 그렇다. ‘수고했어, 오늘도’라는 노래가 워낙 유명해지면서 그들 앞에는 항상 힐링밴드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물론 그 노래만큼은 분명히 힐링송으로 불릴 만하다. 가사도 멜로디도 모두 위로와 치유의 힘을 담고 있으니. 그러나 옥상달빛은 ‘수고했어, 오늘도’라는 노래 한 곡에 갇히기에는, 힐링밴드라는 수식어에 갇히기에는 너무 아까운 팀이다. 그들은 알고 보면 무척이나 다양한 음악을 만들어내는 부지런하고 재미있는 팀이다.
1984년생 동갑 친구인 박세진과 김윤주가 옥상달빛의 멤버들이다. 2010년에 미니 음반 <옥탑라됴>로 데뷔한 후 참으로 꾸준히 활동해왔다. 각종 무대에도 열심히 서고, 노래도 계속 발표했다. 2011년에 정규 1집 음반 <28>을 발표하고 단독 공연도 치렀다. 방송, 특히 라디오에도 참 열심히 나오더니 디제이로 활동한 적도 있다. 그 와중에 멤버 김윤주는 같은 인디밴드 ‘십센치’의 권정열과 결혼을 했다. 지금도 계속 노래를 발표하고 앨범을 만들고 있다.
옥상달빛의 음악을 관통하는 정서로 ‘위로’를 꼽는데 나는 딱 그만큼의 농도로 ‘자조’가 섞여 있다고 생각한다. ‘없는 게 메리트’라는 노래의 제목이 딱 그렇다. 없는 게 메리트고, 가진 게 없어 손해 볼 것도 없지만, 그리 슬프지 않다고, 정말 괜찮다고 말하는 가사는 매일같이 사회면 기사에 등장하는 20대 청춘의 읊조림 같다. 우리가 옥상달빛의 노래를 들으며 느끼는 쾌감은 노래 속 화자가 스스로를 보며 웃는 지점에서 시작한다. 그들의 주특기처럼 알려진 위로도 자조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래서 옥상달빛의 위로는 겉도는 느낌이 없다. 진짜 동지가 건네는 위로 같다. 어이, 나도 자네와 마찬가지로 그저 그래. 그러니 우리 같이 힘내자.
작년에 발표한 노래 ‘희한한 시대’에 이르러서는 자조의 농도가 더욱 짙어져 다소 섬뜩해지기까지 한다.
‘너는 톱니바퀴 속 작고 작은 부품.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 사랑에 정복당할 시간도 없는 희한한 시대에서 열심히 사는구나. 마지막 저금통장에 들어 있는 19만원을 들고서 나는 어디로 갈까?’
그들의 질문에 ‘한강다리’를 답으로 떠올린 사람은 나뿐일까? 비록 나만 그런 생각을 했다 해도, 작년에 옥상달빛이 가장 힘주어 밀었던 이 노래는 분명히 희망보다는 절망에 가까이 다가가 있다. ‘수고했어, 오늘도’가 옥상달빛 노래 중에 가장 희망차다고 한다면, ‘희한한 시대’는 가장 절망적이다. 카타르시스처럼, 절망의 바닥을 치고 올라오라는 뜻일까?
예전에 옥상달빛의 두 멤버와 한 시간이 넘게 이야기를 나누고 음악을 들어볼 기회가 있었다. 다른 방해꾼 없이 오직 필자와 두 멤버만이 스튜디오에 들어가서 나눈 시간 동안 그들은 담담하게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고 개인적 삶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그 긴 이야기를 다 풀어놓을 순 없으니 내가 놀란 지점 한 가지만 얘기하자면, 이들이 가수로서 꽤나 성실하고 열정적이었다는 것이다. 솔직히 그전까지 그들에게 가졌던 선입견은 우연히 시대의 흐름과 잘 맞는 음악을 해서 조금 유명해진 인디밴드 정도였다. 이러다가 내키지 않으면 음악을 그만둘 것 같은. 그러나 직접 만나 확인한 그들의 신념은 무척이나 공고했다. 그러니 앞으로도 옥상달빛의 절망적인 희망, 또는 희망적인 절망의 노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아프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치료도 할 수 없다. 삶의 초라함을 인정하기에 옥상달빛의 노래는 진정성 있는 위로를 선사한다. 지치고 힘든 저녁, 옥상달빛에 젖어보는 건 어떨지.
이재익 에스비에스 피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