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인디밴드 ‘폰부스’는 자신들의 음악적 지향점을 이렇게 정의 내린다.
‘로큰롤과 브릿팝을 기반으로 에너지 넘치는 라이브를 선보이는 팀.’
1990년대였다면 이런 식의 설명은 하나 마나 한 설명이었을 거다. 그때는 대부분의 밴드가 다 그랬으니까. 헤비메탈 밴드들이 득세하던 80년대 록신을 ‘너바나’가 박살내버린 후, 미국에서는 ‘펄잼’ ‘앨리스 인 체인스’ 같은 얼터너티브 밴드들이, 영국에서는 ‘블러’ ‘오아시스’ ‘스웨이드’ 등등 브릿팝 밴드들이 군림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그랬다. 굳이 세대를 구분하자면 1세대 인디밴드의 전성시대였던 그 시절, 대부분의 밴드들이 얼터너티브 아니면 브릿팝 계열의 음악을 지향했다.
화무십일홍이라 했나. 채 10년을 채우지 못하고 브릿팝 전성시대는 막을 내리고 수많은 브릿팝 밴드들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지금 이 시대에 브릿팝을 운운하면 시대착오적이거나 복고 지향의 느낌마저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밴드 폰부스는 단호하게 말한다. 우리는 브릿팝을 기반으로 하는 팀이라고.
데뷔한 지 7년. 쉼 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노래를 발표하고 셀 수 없이 많은 공연을 해오고 있는 성실한 밴드다. 홍광선, 김태우, 이상민, 박한, 최민석, 이 다섯 사내의 역할 분담도 안정적으로 나누어져 있고 무척이나 끈끈한 우정을 자랑한다.
내가 정말 마음에 드는 지점은 이들의 솔직함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제는 한물간 추억이 되어버린 브릿팝에 대한 애정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심지어 최근의 한 인터뷰에서 베이시스트 박한은 이렇게까지 말하기도 했다.
“초기의 우리 앨범을 들어보면 정말 오아시스 비슷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게 막 느껴져요.”
스스로도 오아시스를 따라한 시절이 있다고 실토했지만, 사실 폰부스의 노래를 다 들어봐도 노골적으로 따라한 노래는 찾을 수 없다. 정서와 느낌이 닮아 있는 정도? 남의 음악을 슬쩍 베껴놓고도 모른 척 잡아떼는 이들에 비하면 얼마나 솔직하고 당당한가.
더욱 멋진 일은 폰부스의 음악이 점점 더 독창적이고 좋아지고 있다는 거다. 최근에 발표하는 노래들은 어디서도 비슷한 음악을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 폰부스만의 음악을 담고 있다. 게다가 곡들의 색깔도 어찌나 다양한지. 예를 들어, 작년에 발표한 ‘파도의 꽃들’을 들어보라. 시적인 가사와 작곡의 확장성에 놀라게 된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추모의 의미를 담았다고 하는데, 그런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들어도 폰부스의 실력이 얼마나 일취월장했는지를 단박에 알 수 있는 멋진 노래다.
칭찬 하나 더. 이 친구들의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전반적으로 희망적인 가사에 씩씩한 연주가 많기도 하지만 음악을 하는 태도가 무척이나 유쾌하기 때문이다. 이런 느낌은 이 칼럼에서 소개한 적 있는 밴드 ‘제8극장’에서도 받을 수 있다. 에너지를 충전받는 느낌이랄까? 이것이 우리가 로큰롤을 듣는 첫번째 이유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참 고맙다. 살짝 몸이 무거웠던 오늘 아침 출근길에 이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 신이 나버렸으니.
오아시스를 대놓고 흠모하던 열혈청년들은 이제 오직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기분 좋은 로큰롤을 넘어서, 짜릿한 선동의 쾌감마저 느끼게 하는 이들의 신곡 ‘엠에이아이(MAI) 2016’의 가사를 인용하면서, 오늘 글을 마칠까 한다.
“자 이제 일어나 세상을 향해서 새로운 시대의 노래를 부르자. 따분한 설교에 이렇게 외치자. 새로운 시대엔 새로운 규칙을.”
이재익 에스비에스 피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