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중구 한 백화점 면세점의 화장품 매장이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밀려드는 요우커, 뭔가 달라졌다
“홍삼 등 한국 ‘식품’ 사갖고 가봤지만 입에 안 맞는다는 사람들도 있어서, 선물은 모두 한국 ‘화장품’으로 사고 있어요.”
지난 14일 서울 중구 한 면세점에서 만난 중국인 양쉐(30)는 “이번이 세번째 한국 방문인데, 처음에만 관광 목적이었고 두번째부터는 쇼핑하러 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근처 백화점에 들른 양빈(30)은 “짬을 내 친구들이 부탁한 한국 화장품을 사러 들렀다”고 했다. 면세점과 백화점에는 동행한 중국인 여성이 화장품을 사는 동안 족히 10개는 돼 보이는 쇼핑백을 지키고 있는 중국인 남자 관광객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중국인 관광객 ‘유커’(요우커)는 우리에게 ‘쇼핑’과 ‘화장품’이란 단어를 가장 먼저 생각나게 한다. 한국관광공사가 방한 중국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쇼핑 상위 10개 품목에서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향수·화장품은 한번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유커 특수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관광 목적으로 한국을 찾은 중국인은 2010년 101만명에서 지난해 314만명으로 늘었는데, 올해는 8월까지 이미 316만명이 한국을 다녀갔다. 지난해보다 50%가 늘어나는 이런 추세라면 올해 연말까지 469만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가 크게 늘면서, 유커들의 움직임에도 새로운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여행, 부유층서 대중으로 확대
단체관광서 ‘개별 관광’ 느는 추세
10대는 한류, 20~30대는 쇼핑 선호
50~60대는 풍광 좋은 제주도 찾아
여행객 다양해지며 쇼핑품목 변화
명품 일색에서 중저가 의류 등 두각 14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에서 만난 한 20대 중국인 남자는 영플라자의 ‘라인프렌즈’(온라인 메신저 ‘라인’의 캐릭터 상품을 파는 곳) 매장에 오래도록 머물며 상품을 살피다가 라인 캐릭터 스티커 여러 장과 캐릭터가 그려진 공책을 종류별로 집어 들었다. 이어 디자인 상품을 취급하는 ‘천삼백케이’(1300K) 매장으로 이동해 1개에 1만2000원인 프랑스제 비누를 2개, 한국 디자인 소품업체가 만든 명함지갑 2개를 샀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중국인 고객층이 예전엔 부유층 고객 위주였지만, 요즘은 대중 고객까지 확대됐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 서영충 중국팀장은 “전에는 베이징·상하이 등 한국에서 가까운 지역 중심으로 중국인들이 단체 관광을 하러 왔다. 지금은 이들 지역에서는 개별 관광으로 추세가 바뀌고 있고, 새로 서부 내륙 지역에서 단체 관광객들이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전에는 한국에서 가까운 대도시에서 ‘단체 관광객’이 주로 들어왔다면, 이제는 한류에 끌린 10대, 제주도의 수려한 풍광에 끌린 50~60대, 주로 쇼핑을 하러 온 20~30대가 다양한 지역에서 단체·개별 관광으로 한국을 찾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인 입국자의 연령 분포를 보면, 20살 이하 입국자의 비율이 2010년 6.1%에서 올해(1~8월) 11.0%로 크게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중국어 통역을 담당하는 한 직원은 “한류 관련 문의가 많다. 배우 김수현이 나온 전단지를 들고 이 브랜드가 어디 있냐고 콕 집어 묻는 이들도 있고 한류스타들의 전광판이 나열된 ‘스타애비뉴’의 위치를 묻는 문의도 많다”고 말했다. 60살 이상 입국자 비율도 4년 전 6.1%에서 올해(1~8월) 8.4%로 늘어나 유커의 구성이 다양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쇼핑 행태에도 변화가 보인다. 유통업체들의 올해 중국인 관광객 대상 판매 실적을 살펴보면, 국외 유명브랜드 상품, 화장품, 여성 정장 위주에서 중저가 화장품, 패션 의류 상품군 등으로 폭이 넓어졌다. 롯데백화점의 은련카드(중국 신용카드 브랜드) 구매건수를 보면, 2012년까지는 구치·샤넬·프라다·엠씨엠(MCM) 등 국외 유명브랜드들이 10위권 안에 반드시 2~3개는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올해(1~8월)는 엠씨엠만이 2위로 자리를 지켰다. 대신 지난해 2위로 급부상한 국산 중저가 캐주얼 의류 브랜드 ‘스타일난다’가 구매건수 1위로 올라섰고,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투쿨포스쿨’이 3위로 올라섰다. 한류 영향으로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에스엠타운’이 6위로 지난해보다 두 단계 올라섰고, 캐릭터용품 매장 ‘라인프렌즈’는 올해 10위권(7위)에 새로 진입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구매 상품군이 넓어지면서 이 백화점의 중국인 관광객 1인당 매출은 2012년 100만원에서 2013년 90만원, 2014년 65만원으로 줄었다. 한국관광문화연구원이 올해 1분기에 중국인 관광객 300여명을 설문조사한 내용을 보면, 한국 방문중에 샀다는 비율이 높은 품목 1위는 이번에도 지난해 1분기와 같이 향수·화장품이었다. 하지만 향수·화장품을 샀다는 응답자는 82.5%에서 75.4%로 낮아졌다. 두드러진 것은 보석·액세서리로 지난해 12.2%(5위)에서 올해는 5.3%(10위)로 내려앉았다. 반면 식료품을 샀다는 응답자는 41.6%에서 47.7%로 늘고, 주류를 샀다는 응답자도 6.2%로 새로 10위권 안에 진입했다. 유커의 구성이 다양해지면서 여행객 1인당 지출액은 줄어드는 기미가 있다. 한국관광문화연구원 조사를 보면, 지난해 1분기 1885.5달러에서 올해는 1738.4달러로 줄었다. 물론, 서울 강남권을 방문하는 개별 관광객들의 씀씀이는 더 커지고 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무역센터점의 은련카드 기준 1인당 구매단가는 2010년 96만원에서 2012년에 122만원, 2014년(1~9월)에는 126만원까지 올랐다. 여전히 에르메스·카르티에 등 외국 유명브랜드가 매출 10위권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곳에서도‘식품매장’이 올해 매출 순위 8위에 올랐다. 이런 흐름에 맞춰 롯데면세점은 “자동차 빼고 다 판다”며 올해 면세점에 기저귀·분유 등 유아용품을 입점시키고 한국 중소 패션 브랜드를 유지하는 등 상품군을 다양화하고 있다. 중국 내 대형 면세점이 들어서는데다, 알리바바 등 중국 온라인 업체가 한국 브랜드 물품을 사들여 ‘내수’로 소화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홍균 롯데면세점 사장은 “그래도 유커 특수가 3년 정도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단체관광서 ‘개별 관광’ 느는 추세
10대는 한류, 20~30대는 쇼핑 선호
50~60대는 풍광 좋은 제주도 찾아
여행객 다양해지며 쇼핑품목 변화
명품 일색에서 중저가 의류 등 두각 14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에서 만난 한 20대 중국인 남자는 영플라자의 ‘라인프렌즈’(온라인 메신저 ‘라인’의 캐릭터 상품을 파는 곳) 매장에 오래도록 머물며 상품을 살피다가 라인 캐릭터 스티커 여러 장과 캐릭터가 그려진 공책을 종류별로 집어 들었다. 이어 디자인 상품을 취급하는 ‘천삼백케이’(1300K) 매장으로 이동해 1개에 1만2000원인 프랑스제 비누를 2개, 한국 디자인 소품업체가 만든 명함지갑 2개를 샀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중국인 고객층이 예전엔 부유층 고객 위주였지만, 요즘은 대중 고객까지 확대됐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 서영충 중국팀장은 “전에는 베이징·상하이 등 한국에서 가까운 지역 중심으로 중국인들이 단체 관광을 하러 왔다. 지금은 이들 지역에서는 개별 관광으로 추세가 바뀌고 있고, 새로 서부 내륙 지역에서 단체 관광객들이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전에는 한국에서 가까운 대도시에서 ‘단체 관광객’이 주로 들어왔다면, 이제는 한류에 끌린 10대, 제주도의 수려한 풍광에 끌린 50~60대, 주로 쇼핑을 하러 온 20~30대가 다양한 지역에서 단체·개별 관광으로 한국을 찾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인 입국자의 연령 분포를 보면, 20살 이하 입국자의 비율이 2010년 6.1%에서 올해(1~8월) 11.0%로 크게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중국어 통역을 담당하는 한 직원은 “한류 관련 문의가 많다. 배우 김수현이 나온 전단지를 들고 이 브랜드가 어디 있냐고 콕 집어 묻는 이들도 있고 한류스타들의 전광판이 나열된 ‘스타애비뉴’의 위치를 묻는 문의도 많다”고 말했다. 60살 이상 입국자 비율도 4년 전 6.1%에서 올해(1~8월) 8.4%로 늘어나 유커의 구성이 다양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쇼핑 행태에도 변화가 보인다. 유통업체들의 올해 중국인 관광객 대상 판매 실적을 살펴보면, 국외 유명브랜드 상품, 화장품, 여성 정장 위주에서 중저가 화장품, 패션 의류 상품군 등으로 폭이 넓어졌다. 롯데백화점의 은련카드(중국 신용카드 브랜드) 구매건수를 보면, 2012년까지는 구치·샤넬·프라다·엠씨엠(MCM) 등 국외 유명브랜드들이 10위권 안에 반드시 2~3개는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올해(1~8월)는 엠씨엠만이 2위로 자리를 지켰다. 대신 지난해 2위로 급부상한 국산 중저가 캐주얼 의류 브랜드 ‘스타일난다’가 구매건수 1위로 올라섰고,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투쿨포스쿨’이 3위로 올라섰다. 한류 영향으로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에스엠타운’이 6위로 지난해보다 두 단계 올라섰고, 캐릭터용품 매장 ‘라인프렌즈’는 올해 10위권(7위)에 새로 진입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구매 상품군이 넓어지면서 이 백화점의 중국인 관광객 1인당 매출은 2012년 100만원에서 2013년 90만원, 2014년 65만원으로 줄었다. 한국관광문화연구원이 올해 1분기에 중국인 관광객 300여명을 설문조사한 내용을 보면, 한국 방문중에 샀다는 비율이 높은 품목 1위는 이번에도 지난해 1분기와 같이 향수·화장품이었다. 하지만 향수·화장품을 샀다는 응답자는 82.5%에서 75.4%로 낮아졌다. 두드러진 것은 보석·액세서리로 지난해 12.2%(5위)에서 올해는 5.3%(10위)로 내려앉았다. 반면 식료품을 샀다는 응답자는 41.6%에서 47.7%로 늘고, 주류를 샀다는 응답자도 6.2%로 새로 10위권 안에 진입했다. 유커의 구성이 다양해지면서 여행객 1인당 지출액은 줄어드는 기미가 있다. 한국관광문화연구원 조사를 보면, 지난해 1분기 1885.5달러에서 올해는 1738.4달러로 줄었다. 물론, 서울 강남권을 방문하는 개별 관광객들의 씀씀이는 더 커지고 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무역센터점의 은련카드 기준 1인당 구매단가는 2010년 96만원에서 2012년에 122만원, 2014년(1~9월)에는 126만원까지 올랐다. 여전히 에르메스·카르티에 등 외국 유명브랜드가 매출 10위권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곳에서도‘식품매장’이 올해 매출 순위 8위에 올랐다. 이런 흐름에 맞춰 롯데면세점은 “자동차 빼고 다 판다”며 올해 면세점에 기저귀·분유 등 유아용품을 입점시키고 한국 중소 패션 브랜드를 유지하는 등 상품군을 다양화하고 있다. 중국 내 대형 면세점이 들어서는데다, 알리바바 등 중국 온라인 업체가 한국 브랜드 물품을 사들여 ‘내수’로 소화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홍균 롯데면세점 사장은 “그래도 유커 특수가 3년 정도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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