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인터넷 관련 기술이 세계에서 가장 앞선 몇몇 기업들과 자웅을 겨룰 만합니다. 우리가 가장 앞선 분야도 몇 곳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지난 7~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웹 2.0 컨퍼런스’에서 싸이월드 비지니스모델에 대해 강연을 하고 돌아온 유현오 에스케이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의 말이다.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에 있는 에스케이커뮤니케이션즈 사무실에서 유현오 대표를 만났다. 유 대표는 어느 때보다 자신감에 차 있다.
유 대표가 미국에서 열린 웹2.0 컨퍼런스에서 ‘도토리’와 같은 사이버아이템을 팔아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을 소개하자 참석자들은 적잖게 놀랐다. 웹 2.0에 맞는 기술 개발과 서비스를 지속가능하게 해 줄 수익모델을 찾고 있는 전 세계 인터넷 기업들에 싸이월드의 성공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는 “현재 한국 인터넷 기업들이 구현하고 있는 기술력을 세계 시장에 충분히 알리고 합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 대표가 최근 가장 공들이는 분야는 ‘1세대 싸이월드’의 성공을 디딤돌 삼아 싸이월드에 둥지를 튼 블로거들에게 ‘웹 2.0’ 시대에 걸맞은 선물을 준비하는 일이다. 그는 ‘씨2’ 프로젝트로 이름붙인 싸이월드 차세대 홈페이지를 개발중이라고 밝혔다. 올해 ‘베타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그는 새 싸이월드 홈페이지에 대해 “스스로를 표현하고 사람들과 관계맺기에 충실한 싸이월드의 기본 가치는 그대로 담되 사용자들이 홈페이지를 보다 자유롭게 꾸미고 이용할 수 있는 한층 세련된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싸이월드는 홈페이지 틀을 기존 팝업 형태가 아닌 웹페이지 형태로 바뀌고, 사용자들이 스스로 표현할 수 있는 공간과 도구가 늘어난다. 기존의 싸이월드가 젊은층을 겨냥한 ‘발랄한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새 싸이월드는 다양한 연령층이 진지한 소통의 장으로 활용하고, 상업용 홈페이지로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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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2.0이란?=웹 2.0은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인터넷 웹 사이트의 기능과 형식을 통칭해 일컫는 말이다. 기존의 웹이 단순히 정보를 모아서 보여주는 기능(웹 1.0)에 머물렀다면, 웹 2.0은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콘텐츠를 자유롭게 이동시키고 활용하는 ‘참여·개방·공유’를 특징으로 한다. 예컨대 특정 운영자가 특정 콘텐츠를 소유·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웹 사이트의 콘텐츠를 사용자들이 자유롭게 활용하고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웹 2.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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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무게중심 UCC로 기울어…광고수익 사용자와 공유”
유 대표는 “이미 인터넷의 무게 중심은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쪽으로 기울었다”며 “이에 따른 저작권 문제와 사용자와 기업의 수익분배에 대해 철학적으로 고민하고, 기술적으로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 싸이월드가 동영상을 공급하는 저작권자와 사용계약을 맺어 사용자들이 이를 합법적으로 이용하도록 하고, 싸이월드 광고 수익 등을 사용자와 합리적으로 나누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유 대표는 “미국, 일본, 중국 등 이미 6개국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는 싸이월드의 힘을 바탕으로 에스케이커뮤니케이션즈를 세계적인 규모의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거침없이 말한다. 그 바탕에는 “어느 나라 사람이나 ‘사람과 사람의 관계맺기’에 대한 선한 욕구가 있고 이를 인터넷 사업의 수익모델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한겨레〉온라인뉴스팀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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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오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유현오 에스케이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이종근 기자.
-‘웹 2.0 컨퍼런스’에서 새로운 것은?
= 우리 인터넷 기업들의 기술 수준이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기업들과 겨룰만 하고, 몇몇 분야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아쉬운 점은 이런 기술력을 적극적으로 알려내지 못해서 세계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컨퍼런스 참가는 우리 기술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기회가 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웹 2.0 시대’에 인터넷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나.
= 인터넷의 중심은 이미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로 옮겨왔고 앞으로 당분간은 사용자의 참여가 확대되는 쪽으로 발전해 갈 것으로 본다.
-싸이월드는 어떤 변화를 시도하고 있나.
= 싸이월드는 웹 2.0에 잘 맞는 차세대 싸이월드인 ‘씨2’(C2)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씨2는 기존 싸이월드보다 사용자들의 개성을 더 잘 살릴 수 있도록 지원한다. 우선 팝업 형태의 틀을 벗어난 사이트를 만들어 사용자들이 문서와 사진뿐만 아니라 동영상까지 자유롭게 편집·공유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또 기존 싸이월드가 젊은층 취향에 맞춰 ‘발랄한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새 페이지는 다양한 계층이 진지한 의사소통을 하고, 나아가서 상업용 홈페이지로도 활용할 수 있게 만들 계획이다.
-UCC가 활발하게 유통될수록 저작권 문제가 커지는데….
= 이번 ‘웹 2.0 컨퍼런스’에 참여한 많은 기업들도 고민하고 있는 대목이다. 특히 인터넷 콘텐츠 가운데 동영상의 비중이 커지면서 저작권 문제는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됐다. 싸이월드는 동영상 저작권자인 방송사나 제작자 등과 사용계약을 맺어 사용자들이 합법적으로 이용하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 UCC의 집합체인 싸이월드를 통한 수익을 사용자에게 어떻게 환원시킬 생각인가.
= 기업과 사용자의 수익을 분배 문제도 점점 중요시되고 있다. 현재 싸이월드는 광고를 보는 사용자에게 도토리를 나눠주는 식으로 ‘낮은 단계’에서 수익 분배를 하고 있다. C2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사용자와 수익을 나누는 방법을 준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싸이월드가 유치한 광고를 사용자의 홈페이지에 노출시키거나 콘텐츠를 다른 홈페지로 퍼나를 때 광고가 따라붙게 하면 보상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때 수익 분배는 도토리와 같은 사이버아이템을 주는 수준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용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할 것이다.
-엠파스와 코난테크놀로지를 인수한 뒤 ‘새 검색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는데.
= 새 검색서비스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검색결과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입력된 사용자의 특성에 맞춰 보다 정확한 검색결과를 내는 기능이 핵심이다. 싸이월드는 사용자가 로그인을 하기 때문에 사용자의 관심사에 따라 ‘맞춤 검색’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네이버를 꺾을 수 있을 것으로 보나.
= 동영상 검색 기술은 우리가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서 경쟁하는 기업이 아니라 세계적인 규모의 글로벌 기업으로 키울 것이다.
-관계지향적인 한국사회에서 성공한 싸이월드가 토양이 다른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까.
= 사람과 사람 사이에 관계맺기를 하려는 선한 욕구는 어느 나라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현재 미국에서는 새로운 사람과 만남을 주선하는 사이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싸이월드는 지인과의 관계맺기를 도와주는 전혀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또다른 매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
- 직원 1000여명의 평균 나이가 30살이라고 들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만 살아남는다는 인터넷 업체를 끌어가려면 남다른 감각이 필요할 텐데…
= 젊은이들이 보는 텔레비전 개그나 음악 프로그램을 즐겨보면서 그들의 관심사를 알아내고 같이 즐긴다. 집에서 중학생과 고등학생인 아이들과 허물없이 어울리면서 10대들의 세계에 동화되는 것도 좋아한다.
- 잠시라도 한 눈을 팔 수 없는 인터넷 업계의 특성이 기업의 책임자에게는 지속적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나.
= 새로운 시도를 좋아한다. 한 자리에 머물러서는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새롭게 도전하고 성취하는 걸 주저하지 않는 편이다.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사업적으로 성공하려는 목적 이외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나.
=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했다. 나아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좁혀서 결국 사람을 해방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
〈한겨레〉온라인뉴스팀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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