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섭 기자의 뒤집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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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결합의 효과를 제약할 우려가 있는 만큼 유감의 뜻을 전하는 바이다.”(15일 보도자료) “경쟁사업자 보호냐, 경쟁 활성화냐 … 특히 경쟁사의 800㎒ 주파수 공동사용(로밍) 요구에 대해서는 ‘절대 수용할 수 없음’을 공식적으로 밝힌다.”(17일 보도자료)
에스케이텔레콤이, 공정거래위원회가 ‘에스케이텔레콤(SKT)의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인가하려면 에스케이텔레콤이 독점해 사용하고 있는 800㎒ 대역 주파수를 개방해야 한다’고 정보통신부에 주문한 것에 대한 반발 강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5일 공정위 결정이 있던 날에는 “유감”이라고 하더니, 17일에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배수진을 치고 나섰다. 이틀 사이에 불만에서 거부로 바뀌었다.
에스케이텔레콤이 반발 수위를 높이는 배경에는 공정위와 정보통신부의 영역다툼을 이용해 득을 보자는 계산이 깔렸다고 볼 수 있다. 공정위 결정 뒤, 정통부는 보도자료까지 내어 “주파수 회수와 재배치 문제는 정보통신부 장관 소관사항”이라고 발끈했다. 정통부의 고유 영역인 주파수 정책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주문한 것에 불쾌감을 나타낸 것이다. 에스케이텔레콤의 ‘의도’는 17일 낸 보도자료에서 “800㎒ 대역 주파수의 공동사용 및 재배치 문제는 정통부 장관의 고유한 권한 사항”고 강조한 것에서도 배어난다. 두 기관의 싸움을 부추기면서 정통부 ‘편’을 드는 모습이다.
에스케이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인가할지, 인가한다면 어떤 조건을 달지 등은 정통부가 최종 결정한다. 정통부는 오는 20일쯤 이를 결정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과정은 정통부가 공정위에 의견을 물었고, 공정위는 의견을 냈을 뿐이다. 정통부가 공정위 의견을 묵살할 수도, 가공해 반영할 수도 있다. 에스케이텔레콤 쪽에서 보면, 정통부에 ‘이쁜 짓’을 해 인가조건을 누그러뜨려 보자는 전략을 펼 여지가 있는 셈이다. 공정위와 정통부가 드러내놓고 감정싸움을 하고 있으니 여건도 좋다. 반대로 엘지텔레콤과 케이티에프는 공정위 결정을 치켜세워 원하는 목적을 이루고자 하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의 전략은 성공 가능성이 커 보인다. 케이티의 한 임원은 “정통부가 공정위 주문을 묵살할 수는 없겠지만, 공정위가 ‘2008년부터’라고 못박은 800㎒ 대역 주파수 여유분 회수 시기를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늦추거나 주파수 공동사용 개시 시기를 늦춰잡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통부가 ‘허수아비 인가조건’을 달아 에스케이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인가할 경우, ‘에스케이텔레콤 장난에 놀아났다’거나 ‘에스케이텔레콤 장학생’이란 뒷말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정통부가 공정위와의 영역 다툼에 언론까지 끌어들이면서 발생했다. 안에서 끝내야 할 싸움을 밖으로 끌고 나와 꼴 사납게 만든 것이다. 물론 정통부가 에스케이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 인가를 심의하면서 공정위와의 감정싸움이나 에스케이텔레콤의 이쁜 짓에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정통부와 공정위의 감정싸움에 업체들까지 편을 갈라 가세한 상황이다 보니, 어떤 결정을 하던 신뢰를 잃게 된 것도 사실이다.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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