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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뭉칫돈 대이동…‘투자 기본’ 돌아보라

등록 2009-04-23 21:05

뭉칫돈 대이동…‘투자 기본’ 돌아보라 / 그래픽 최광일 기자  dido@hani.co.kr
뭉칫돈 대이동…‘투자 기본’ 돌아보라 / 그래픽 최광일 기자 dido@hani.co.kr
[특집] 금융&재테크
자기만의 재테크 원칙·전략 없이
남 따라 주식하고 집 샀다가 낭패
‘조급증’ 버리고 재무상태 점검부터

‘돈 걱정 증후군’을 아시나요?

돈 걱정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증상들을 가리키는 말로, 로저 핸더슨이라는 영국 정신의학자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별다른 이유 없이 숨이 가빠지고, 심한 두통과 구역질에 시달리고, 이유 없는 분노와 신경질적인 반응이 유독 늘어나는 것 따위가 꼽힌다. 식욕이 떨어지는 건 물론이고, 간혹 온몸에 발진이 나타나는 경우도 보고되고 있다.

잔뜩 얼어붙었던 금융시장에도 차츰 온기가 돌고 있다는 얘기들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말 그대로 ‘금융 해빙기’가 찾아든 셈이다. 이에 발맞춰, 유례없는 위기 상황에서 오로지 안정성에 무게를 두고 움츠리고만 있던 뭉칫돈들도 서서히 ‘대이동’을 시작했다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위험도가 다소 높더라도 좀더 수익률이 높은 투자처를 찾아 자금이 옮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럴 때일수록, 올바른 투자철학과 원칙을 지키는 일이야말로 가장 성공적인 재테크 전략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영원 푸르덴셜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과거의 경험에 비춰 보면, 경기 바닥론이 고개를 들고 주가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는 등의 현상이 나타날 때마다 자기도 모르는 새 더 공격적이고 모험적인 분위기에 정신없이 휩쓸려 들어가기 십상”이라며 “자신의 경제 여건 등 여러 상황을 두루 고려해 투자원칙을 정하고, 이를 흔들리지 말고 실천해 나가는 게 아주 중요한 때”라고 말했다.

외벌이 가정의 가장 이아무개씨의 대차대조표
외벌이 가정의 가장 이아무개씨의 대차대조표
실제 재무 상담을 맡고 있는 전문가들은 재테크에 커다란 관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정작 ‘전략 부재’와 ‘실천 미비’로 낭패를 보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고 말한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살고 있는 이아무개씨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씨는 각각 초·중·고에 다니는 자녀 셋을 둔 외벌이 가정의 가장으로, 2006년에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모아 37평짜리 아파트를 구입했다. 현재 이씨의 자산 대차대조표상의 자산항목엔 5억5000만원이란 수치가 쓰여 있다. 자신 소유의 아파트가 그 자산의 전부다. 대신 부채는 5억1700만원에 이른다. 이씨는 2006년 당시 주택가격이 자신의 수입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자 담보대출(3억1000만원)뿐 아니라 지인의 대출(1억6500만원)까지 이용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대출이자를 갚기도 어렵더니, 마침내 올해 들어서는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에까지 손을 대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2600여만원의 빚이 또다시 생긴 것이다.

각각 회사원과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맞벌이 김아무개씨 부부도 마찬가지다. 3억원대 아파트 이외에 5천만원가량의 유동자산을 가지고 있는 등 자산만 놓고 보면 나름대로 알뜰한 살림을 꾸려가는 경우다. 하지만 주택은 물론이고 적금과 퇴직금까지 담보로 잡히고 빌린 돈으로 무리하게 주식 투자에 나선 게 화근이 됐다. 매달 200만원 남짓 저축을 한다고는 하지만 허투루 돈이 새고 있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런 사례야말로 전형적인 ‘돈 걱정 증후군’의 또다른 얼굴이라 입을 모은다. 핵심은 바로 자신이 얼마를 벌어 얼마를 쓰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데 있다. “실제로 현장에서 상담을 하다 보면 자신의 연봉이 얼마란 것은 알면서도 실수령액이 정확히 얼마인지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머릿속에 있는 지출과 실제 지출이 백만원 단위로 차이나는 경우도 수두룩해요.” 재무설계를 도와주는 에듀머니 박종호 팀장의 얘기다. ‘머릿속’의 회계장부와 실제 회계장부 사이에 커다란 간격이 있다는 얘기다. 재테크 세상에서 무지는 되레 공포를 낳는 법. 지금 얼마를 벌고 있고 얼마를 쓰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기에, 앞으로 필요한 돈의 규모도, 그 돈을 마련하는 지름길도 정확히 알 리 만무하다. 박종호 팀장은 “주변에서 돈 걱정을 하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정작 기초적인 자신의 재무 정보에 무지한 편”이라며 “그러다 보니 불안과 공포심에 휩싸여 간혹 무모한 재테크에 나서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들려주는 해법은 바로 ‘기본으로 돌아가라’다. 구인회 우리은행 차장은 “이번 경제위기에 따른 대혼란이야말로 평소 각자의 올바른 투자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 좋은 기회였다”며 “이제부터라도 섣불리 대세에 휩쓸려다니기보다는 목표를 꼼꼼하게 세우고 작은 습관이라도 반드시 실천하는 쪽으로 재테크에 임하는 생각을 바꿔야 할 것”이라 말했다.

“한달 뒤나 일년 뒤, 십년 뒤에 돈 쓸 일에 대해서 미리미리 계획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은 설령 지금 당장 버는 돈이 많지 않더라도 돈 걱정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삶의 만족도도 높더라.”

박종호 팀장의 얘기다. 바야흐로 자금의 대이동이 벌어지면서 ‘재테크 시대’가 다시 떠오를 태세다. 은행에 돈을 묶어두건, 새로 나온 펀드에 눈을 반짝이건 간에, 변함없이 지켜야 할 첫번째 과제다.

‘재테크 전략’ 전문가 조언

“중간목표 정해 반드시 고민하라”

● 신상근 삼성증권 상품지원파트장

“시장이 상승세로 돌아서다 보니 여러모로 투자 조급증이 생기는 것 같다. 고객들 반응을 보면, 당장 주가가 좀더 올라가지 않겠냐며 지금 주식투자에 다시 나서지 않는다면 영영 상승장에 참여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더라. 너무들 여유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일단 본인의 포트폴리오를 점검해 봐야 한다. 그리고 일정 시점에 어떻게 할지 구체적인 투자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예컨대 손실이 10% 발생할 때나 15% 발생할 때 그때그때 심각하게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하고, 반대로 10% 수익을 냈을 때 등 특정 시점에서 반드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막연하게 그냥 지나친다. 그러다가는 결국 손실을 보기 마련이다. 중간 단계의 목표를 정해서 그 시점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 반드시 고민해라.”

“올해는 교과서적 분산투자 필요”

● 김은정 신한은행 분당 PB센터 팀장

“기본원칙에 충실한 게 가장 중요해진 시점이다. 예전에는 시류에 따라 자주 원칙을 바꾸면서 투자했는데, 지금은 그 어느 누구도 예측을 할 수 없는 시장이다. 자기의 소신이 그 어느 때보다 가장 중요하다. 2009년은 기본에 충실해야 하는 시장 상황이다. 나름대로 원칙을 세우기 위해서는 자기 투자성향을 확인해보고, 투자 목적과 기간을 정하고 나서 개별 상품이나 투자 대상을 정해야 한다. 특히 기대 수익률을 너무 높게 잡으면 안 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교과서적으로 분산 투자를 해야 할 시기이고, 포트폴리오 배분이 더없이 중요한 시기다.”

“펀드 돈 빼 섣부른 직접투자 위험”

●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지금은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다거나 금융이 안정됐다고 말하기 어려운 시기다. 과도기라고 할 수 있는데,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니 사람들이 펀드에서 돈을 빼 주식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간접투자에서 직접투자로 바뀌고 있다. 오히려 리스크 관리가 더 필요한 시점인데, 직접투자는 단기 성과가 있을 수 있겠지만 길게 보면 상당히 위험하다. 리스크 관리는 펀드가 낫다. 9월에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대형주 위주로 장세가 형성될 수 있는데 개인들은 대형주 접근이 어렵다. 펀드 등에 투자하는 게 낫다.”

“유동성 장세이지만 리스크 잠재”

● 정병민 우리은행 마스터 PB팀장

“유동성 장세라는 측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실물경기가 뒷받침해주지 못해 강한 효과를 내고 있지는 않다고 판단된다. 수익을 얻을 수 있기보다는 리스크가 더 큰 시점이라고 본다. 주식투자를 하더라도 여유자금이 있다면 4~5차례 나누어서 10~15일 단위로 들어가는 게 좋은 전략이다. 계속해서 현금을 들고 있어야 하는가 의문이 들 텐데, 아직까지도 현금을 가지고 있는 게 유효한 편이라고 본다.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의 원인을 제공했던 주택가격 하락세가 아직 진정되지 않았다는 게 가장 큰 리스크다. 우리 시장에서도 외국인이 지금 주식을 사들이고 있지만 언제 다시 투매로 나올지 모르는 상황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금융팀 종합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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