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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MS만 고집하는 한국…아이패드는 ‘무용지물’

등록 2010-01-31 19:08수정 2010-02-01 10:13

전자상거래·동영상 등 액티브X 깔아야 이용
아이패드 서비스 제한 “MS의존 환경 바꿔야”
“애플의 아이패드가 한국에서는 성공할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메타블로그 운영회사인 블로그칵테일의 김진중(33) 부사장은 10년 넘게 매킨토시 컴퓨터를 써온 ‘애플팬’이지만 이번에는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미국에서 애플이 지난 27일(현지시각) 태블릿피시(PC) 아이패드를 공개한 뒤 국내 일각에서 쏟아진 찬사와는 딴판이다. 많은 매체들이 아이패드 등장을 대대적으로 다루며 “애플이 아이팟, 아이폰에 이어 또다시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경쟁을 시작했다”며 국내 정보기술(IT)산업의 분발을 촉구했다. 정작 아이패드의 성공 여부가 가려질 미국에선 주요 언론과 전문가들로부터 실망의 목소리가 컸다. 관련 산업을 변화시킬 만한 혁신적 기능·기술이 드물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국내에서 요란한 ‘아이패드 찬사’가 나온 것은, 세계 정보기술의 흐름에서 얼마나 고립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정보기술 전문가들은 “국내에선 아이패드가 발을 붙이기 어렵다”고 말한다. 한국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컴퓨터 운영체제인 윈도와 인터넷 익스플로러(IE)가 지배하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엠에스 온리’(MS Only)의 나라다. 엠에스가 아닌 컴퓨터는 구조적으로 경쟁이 힘든 상황이다. 게다가 온라인뱅킹이나 게임심의와 관련된 법규는 아이패드와 같은 글로벌 제품이 국내에서 제기능을 발휘할 수 없도록 한다. 김진형 카이스트 교수(컴퓨터공학)는 “진짜 혁신적인 아이폰이 나왔을 때는 별 관심을 안 보이던 국내 언론들이 그보다 참신하지 않은 아이패드에는 지나칠 정도의 관심을 보이는 게 의아하다”며 “게다가 국내 컴퓨터 환경은 엠에스 의존적이기 때문에 애플 쪽으로 이동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아이패드가 국내에 출시되더라도 인터넷뱅킹이나 온라인쇼핑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당장 정부가 자랑하는 전자정부 사이트도 이용이 제한된다. 아이패드는 전자책과 온라인강의 시청에 적합한 학습용 단말기로 기능할 수 있지만, 국내 인터넷 동영상 강의는 익스플로러에서만 돌아간다. 전자책 장터인 아이북스스토어는 디지털음원 장터인 아이튠스스토어처럼 한국 서비스가 불투명하다.

국내 인터넷 사이트 대부분은 엠에스의 액티브엑스(웹과 응용프로그램 연결장치)를 설치해야 비로소 금융거래, 쇼핑, 동영상 시청을 할 수 있다. 금융권은 공인인증서를 액티브엑스를 통해서만 발급한다. 아이폰 운영체제를 쓰는 아이패드는 익스플로러를 이용할 수 없고 애플의 브라우저인 사파리가 깔려 있다. 국내 브라우저 시장에서 익스플로러의 점유율은 98% 안팎으로, 세계에서 제일 높다. 애플 운영체제를 쓰는 컴퓨터의 시장점유율이 국내에서 1% 미만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액티브엑스는 보안 취약점이 드러나 거의 한국에서만 쓰이는 기술이다. 세계에서 가장 이용이 활발한 전자결제 사이트인 페이팔이나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액티브엑스 없이 모든 브라우저에서 구현된다. 액티브엑스는 웹표준을 지키지 않은데다 악성코드 배포에 이용되기 때문에 엠에스조차 되도록 쓰지 말라고 권하고 있을 정도다. 엠에스의 모바일 운영체제인 윈도모바일에서는 액티브엑스를 아예 지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국내는 액티브엑스로만 금융거래와 전자정부 민원 등에 필수적인 공인인증서를 발급하기 때문에, 다른 브라우저와 피시 운영체제를 쓰려면 이런 필수적 서비스를 포기해야 한다. 공공 서비스가 엠에스의 플랫폼에 의존한 결과, 한국은 특정 제품 외에는 시장 진출이 힘들고 세계적 인터넷 사용환경과 고립되어가고 있다.

엠에스 중심의 국내 컴퓨터 사용환경은 소비자 선택을 제한할 뿐 아니라, 특정 기술에 의존하게 해 소프트웨어 개발 경쟁을 저해한다. 최근 아이폰용 트위터 응용프로그램인 ‘파랑새’를 개발해 주목받은 김진중씨는 “국내엔 애플 컴퓨터 사용자가 적어 애플용 프로그램 개발 환경이 풍부하지 못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나 엘지전자가 스마트폰 경쟁에서 뒤진 데는 엠에스의 플랫폼 의존 탓도 크다. 세계 모바일 시장에선 구글과 애플의 경쟁이 뜨겁지만 국내에서는 남 얘기였다. 국외에선 구글의 안드로이드폰이 경쟁적으로 출시됐지만, 국내에선 삼성·엘지가 윈도 모바일 기반의 스마트폰만을 출시해왔다. 김진형 교수는 “‘아이폰 열풍’에 놀라 근본문제와 환경에 대한 진단 없이 ‘왜 우리는 태블릿피시 경쟁에서 뒤지나’ 하고 질책하는 게 우스꽝스럽다”고 지적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화보 : 베일 벗은 애플 태블릿 PC ‘아이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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