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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탈레반 포로석방 ‘라마단 특사’로 돌파구 연듯

등록 2007-08-28 21:18수정 2007-08-29 05:42

탈레반 쪽 협상단이 타고 있는 국제적십자사 차량 2대가 28일 한국 협상단과의 협상이 있을 예정인 가즈니주 적십자사로 향하고 있다. 가즈니/AP 연합
탈레반 쪽 협상단이 타고 있는 국제적십자사 차량 2대가 28일 한국 협상단과의 협상이 있을 예정인 가즈니주 적십자사로 향하고 있다. 가즈니/AP 연합
정부 대면협상·이슬람권 압박도 주효
28일 탈레반에 억류된 한국인 인질 19명 전원 석방 합의는 정부의 적극적인 교섭과 탈레반의 전략적 판단이 접점을 찾은 결과로 보인다.

양쪽은 이날 인질 석방의 대가로 △아프간 주둔 한국군 200여명의 연내 철수 △아프간 선교활동 중단 등을 약속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런 요구는 사건 초기 이미 한국이 탈레반에 약속한 것들이다. 공식 합의 내용만 보면, 탈레반은 아무런 소득 없이 인질을 풀어주는 셈이 된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우리 쪽이 그동안 탈레반 수감자 석방을 위해 노력했으나 우리의 관할 밖이라는 점을 탈레반이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겨우 이런 합의를 얻으려고 탈레반이 인질 2명을 살해하고 이 문제를 40여일이나 끌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인질과 수감자 맞교환이라는 탈레반의 요구조건을 해결하기 위해 이른바 ‘라마단 특사’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 13일께 시작되는 ‘라마단’(이슬람력 9번째 달)은 이슬람권에서 성스러운 달로 여겨진다. 관례적으로 우리의 ‘3·1절 특사’나 ‘광복절 특사’처럼 대규모 특사를 단행한다. 이번 ‘라마단 특사’에 탈레반 수감자 일부를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탈레반의 요구를 들어준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라마단 특사’ 방안이었다.

탈레반도 애초 요구한 석방자 명단을 변경할 수 있다고 유연한 태도를 보이며 아프간 정부의 운신 폭을 넓혀줬다.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 출신 노약자와 병약자 등 정치적 부담이 크지 않은 수감자를 풀어주는 방식으로 탈레반의 체면을 세워줬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탈레반으로서도 한국 정부의 권한 밖에 있는 수감자 석방을 공개적으로 얻어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현실로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아프간 정부와 미군이 공개적으로 반대를 천명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따라서 탈레반이 ‘라마단 특사’ 방안과 관련해 아프간 정부의 의지를 직·간접적으로 확인한 뒤 이번 인질 석방에 동의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탈레반은 사태가 장기화되면 아프간 정부와 미군의 군사작전 덫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애초 군사작전이 논의될 당시 “인질 대다수가 사망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그러나 인질 석방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한국 정부도 국내외의 악화되는 여론으로 군사작전에 더는 반대할 수 없다고 탈레반 쪽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으로서는 아무 소득 없이 민간인 납치 집단이라는 ‘악명’만 얻은 뒤, 미군 등의 집요한 추적으로 인적·물질적 손실만 입을 것이라는 셈을 했을 법하다.

탈레반은 여성을 인질로 억류하는 것과 관련해 여론에 대한 부담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11월이 지나 겨울이 되면 산악지대인 파키스탄 국경이 사실상 폐쇄되는 등 탈레반의 군사적 이동이 상당히 제약을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19명이나 되는 인질을 감시의 눈을 피해 이동·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군사적 운용의 어려움도 한층 가중될 수 있다.


이밖에 한국 정부가 협조를 요청한 파키스탄과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등 이슬람 국가와 단체들의 인질 석방 요구도 탈레반이 마냥 무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병수 서수민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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