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계급’ 노동자 깨어난다
2002년 2월 중국 당국은 중국사회과학원의 <당대 중국 사회계층 연구 보고> 발표를 금지했다. ‘당·정 간부’를 사회의 상층에 두고, 노동자·농민을 하층에 뒀다는 게 이유였다. 중국은 무산계급이 주인인 나라인데 어떻게 노동자·농민을 하층 계급에 둘 수 있느냐는 게 ‘검열’ 당국자의 시각이었다.
두 달 뒤인 그해 4월15일 열린 중국공산당 중앙문헌출판사의 <마오쩌둥·덩샤오핑·장쩌민, 노동자계급과 노동조합 공작을 논하다> 출판기념 좌담회 자리에서 웨이젠싱 당시 중화전국총공회(전국 노동조합 조직) 주석은 “우리나라(중국)의 주인으로서 노동자 계급의 지위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개혁개방 최대 수혜자는 당·정 고위간부-기업가
정권 위협하는 폴란드식 ‘자유노조’ 철저 봉쇄
“노동자 의식변화”…민중저항 지난해 8만7천건 중국의 10대 계층 문제가 됐던 보고서는 2년 뒤인 2004년 사회과학문헌출판사를 통해 공개 출판됐다. 중국 사회를 10대 계층으로 나눈 당시 보고서의 분석틀은 오늘날 연구자들 사이에서 일반적인 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예를 들어 리춘링(43) 중국사회과학원 사회학연구소 부연구원의 연구를 보면, ‘당·정 고위 간부’와 ‘기업 경영자, 민영기업가’ 등이 사회의 최상층(4.7%)을 구성하고 있고, 전문직·기술자, 관리자, 개인사업자, 상업·서비스업 종사자 등이 중산층(30.1%)을 형성하고 있으며, 산업 노동자, 농업 노동자, 무직·실업·반실업자가 사회의 하층(65.2%)을 형성하고 있다.
1978년 시장경제를 사회주의에 접목시키는 개혁개방을 시작한 뒤 20여년 동안 노동자와 농민의 지위가 현저하게 떨어진 것도 여러 조사에서 확인된다. 지난 2004년 중국사회과학원의 연례 보고서를 보면, ‘개혁개방 이후 최고의 수혜자는 누구인가’를 묻는 조사(복수 응답)에서 ‘당·정 간부’가 최고 수혜자라는 답변(59.2%)과 개인기업가라는 답변(55.4%)이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노동자(1.5%)와 농민(3.4%)이라는 답변은 매우 적었다.
‘잃어버린 계급’
그러나 중국 노동자 계급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중국 노동자 계급이 ‘집체 무행동’이라는 기괴한 특징을 보인다고 말하는 사회학자들도 있다. 류하이위 베이징대 교수(사회학)는 “중국의 노동자들은 고분고분하게 복종하고 조용히 뒤로 물러나는 데에만 익숙해 있다”며 “해고당하거나 국유기업에서 쫓겨나도 개인적으로 하소연하는 데 그칠 뿐 이익집단으로서 자기를 지킬 줄 모른다”고 지적한다. 리징쥔 미 미시간대학 교수(사회학)도 최근 광둥 지방 노동자들의 실태를 조사 분석한 뒤 “집체 무행동이 중국 노동자들의 중요한 특징”이라는 같은 결론을 내렸다.
위젠룽 중국사회과학원 농촌발전연구소 연구원은 “중국 기층민중의 무기력감은 ‘허위의식의 최면’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노동자들이 스스로 조직을 만들거나 집단이익을 위해 투쟁해본 경험이 없는데다 ‘노동자 등 무산계급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과거 중국공산당의 레토릭이 건 최면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 노동자 계급의 상황>이란 연구서를 홍콩에서 펴낸 위젠룽은 “오늘날 중국 노동자 계급은 ‘잃어버린 계급’”이라고 말한다. 노동현장 활동가인 장아무개는 중국에서 노동운동이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는 건 중국 당국이 ‘공산당의 외곽조직’인 중화전국총공회(전국 노동조합 조직) 이외의 이른바 ‘독립 노조’에 대해서는 철저히 봉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폴란드 사회주의 정권의 붕괴 때 바웬사의 ‘자유노조’가 큰 구실을 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중국공산당은 이른바 ‘독립노조’의 출현을 정권에 대한 위협으로 이해한다.” 이 때문에 중국 당국은 노동운동 활동가들에게 줄곧 “반정부 등 정치운동의 모자”를 씌워 탄압하고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랴오양의 노동운동 지도자 야오푸신에게 ‘국가정권전복죄’를 적용해 중형을 선고한 것이 그런 예라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더디기는 하지만 노동자들의 의식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중국 당국이 이른바 ‘군체성 사건’이라 부르는 기층 민중 저항운동의 증가 추세가 이를 말해준다. 1993년 1만건이던 집단항의 사건은 2003년 5만8000건, 2004년 7만4000건, 2005년 8만7000건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노동운동 관련 ‘사건’은 30~40%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오늘날 중국 사회에선 발전도상국가의 전형적인 사회갈등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활동가는 “이런 사회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중국 사회의 미래가 새롭게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정권 위협하는 폴란드식 ‘자유노조’ 철저 봉쇄
“노동자 의식변화”…민중저항 지난해 8만7천건 중국의 10대 계층 문제가 됐던 보고서는 2년 뒤인 2004년 사회과학문헌출판사를 통해 공개 출판됐다. 중국 사회를 10대 계층으로 나눈 당시 보고서의 분석틀은 오늘날 연구자들 사이에서 일반적인 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예를 들어 리춘링(43) 중국사회과학원 사회학연구소 부연구원의 연구를 보면, ‘당·정 고위 간부’와 ‘기업 경영자, 민영기업가’ 등이 사회의 최상층(4.7%)을 구성하고 있고, 전문직·기술자, 관리자, 개인사업자, 상업·서비스업 종사자 등이 중산층(30.1%)을 형성하고 있으며, 산업 노동자, 농업 노동자, 무직·실업·반실업자가 사회의 하층(65.2%)을 형성하고 있다.
위젠룽 중국사회과학원 농촌발전연구소 연구원은 “중국 기층민중의 무기력감은 ‘허위의식의 최면’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노동자들이 스스로 조직을 만들거나 집단이익을 위해 투쟁해본 경험이 없는데다 ‘노동자 등 무산계급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과거 중국공산당의 레토릭이 건 최면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 노동자 계급의 상황>이란 연구서를 홍콩에서 펴낸 위젠룽은 “오늘날 중국 노동자 계급은 ‘잃어버린 계급’”이라고 말한다. 노동현장 활동가인 장아무개는 중국에서 노동운동이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는 건 중국 당국이 ‘공산당의 외곽조직’인 중화전국총공회(전국 노동조합 조직) 이외의 이른바 ‘독립 노조’에 대해서는 철저히 봉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폴란드 사회주의 정권의 붕괴 때 바웬사의 ‘자유노조’가 큰 구실을 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중국공산당은 이른바 ‘독립노조’의 출현을 정권에 대한 위협으로 이해한다.” 이 때문에 중국 당국은 노동운동 활동가들에게 줄곧 “반정부 등 정치운동의 모자”를 씌워 탄압하고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랴오양의 노동운동 지도자 야오푸신에게 ‘국가정권전복죄’를 적용해 중형을 선고한 것이 그런 예라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더디기는 하지만 노동자들의 의식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중국 당국이 이른바 ‘군체성 사건’이라 부르는 기층 민중 저항운동의 증가 추세가 이를 말해준다. 1993년 1만건이던 집단항의 사건은 2003년 5만8000건, 2004년 7만4000건, 2005년 8만7000건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노동운동 관련 ‘사건’은 30~40%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오늘날 중국 사회에선 발전도상국가의 전형적인 사회갈등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활동가는 “이런 사회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중국 사회의 미래가 새롭게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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