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유기업의 공장장 등 ‘영도 간부’들의 상당수는 시장화 개혁을 통해 극좌파에서 극우파로 변신했다. 반면 적지 않은 노동자들은 여전히 빈손으로 더 열악한 조건을 감수해야 했다. 사진은 설비가 낙후된 중국의 한 국유 제철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개혁의 성씨는 자씨(자본주의)인가 사씨(사회주의)인가”
최근 중국에서 이른바 ‘좌파’들의 목소리가 유난히 자주 터져 나오고 있다. 홍콩 <명보>는 지난해 중반 이후 중국 내에서 ‘개혁의 성씨가 자씨(자본주의)인지, 사씨(사회주의)인지’를 묻는 논쟁이 자주 터지고 있다며, “이런 사상논쟁은 1992년 덩샤오핑의 남순강화 이래 최고조”라고 보도했다.
좌 “개혁 말라” - 우 “빨리 하라”…좌우개념 혼란
극좌파 간부, 시장화 과정서 극우파로 변하기도 좌파와 자유파로부터 비판받는 당국=지난해 8월 궁센톈 베이징대학 교수(법학)는 우방궈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원장과 상임위원들 앞으로 공개편지를 보내, 당시 상임위가 심의중이던 물권법 초안이 ‘사회주의 공유제를 주체로 한다’고 규정한 헌법에 어긋난다며 이 법 추진 중단을 요청했다. 물권법의 성씨가 ‘자씨’ 아니냐는 얘기다. 지난 3월 전인대 4차 전체회의에서 통과될 예정이던 물권법은 궁 교수 등 ‘좌파’들의 저항으로 유보됐다. 물권법이 ‘좌파’의 저격을 받자 개혁 성향의 이론가 황푸핑은 월간 <재경>에 발표한 글을 통해 “개혁개방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문제를 ‘시장화’의 책임으로 돌려선 안 되고, 이는 개혁의 심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새로운 좌경화를 경계한다”고 ‘좌파’에 반격을 가했다. 중국 당국을 공격하는 건 ‘좌파’만이 아니다. 자유주의자들은 되레 당국의 개혁이 너무 더디다고 비판한다. 당국에 의해 한때 정간 당했던 <중국청년보> 주말 부록 <빙점>의 리다퉁 전 편집장이나 해직당한 자오궈뱌오 전 베이징대 교수, 그리고 허웨이팡 베이징대 교수(법학) 등은 인터넷과 해외 매체 기고 등을 통해 전면적인 언론·집회·결사의 자유 보장과 다당제 개혁 등을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좌파’는 개혁개방의 발목을 붙잡고 늘어지고 있고, ‘자유파’는 경제는 물론 정치까지 포함한 전면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형국이다.
극좌와 극우의 상호침투=프랑스 대혁명 이래 ‘좌파’는 적극적인 개혁의 주창자들에게, ‘우파’는 보수적인 이들에게 따라붙는 별명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중국은 누가 진정한 ‘좌파’이고 누가 ‘우파’인지 알 수 없는, 심각한 난독증을 앓고 있다.
친후이 칭화대 인문사회과학학원 교수(역사학)는 오늘날 중국에서 좌·우 개념이 혼란스러워진 원인으로, 문혁 때의 극좌적 오류와 더불어 90년대부터 진행된 ‘국유자산 사유화’ 과정을 꼽는다. “과거에 이른바 ‘공유제’를 실시하고 있을 때도 국유기업의 자산 처분권은 명목상으로만 전 직원의 소유일 뿐, 사실은 당서기와 공장장의 손에 집중돼 있었다. 국유기업이 이른바 ‘시장화’ 개혁을 거치면서 공장 ‘영도 간부’들은 공장을 분양해 한몫씩 챙겨 나갔지만 노동자들은 퇴직금과 의료보험은 물론 그동안 삶의 터전이던 일터까지 상실했다.” 친 교수는 이 과정에서 공유제 아래 극좌파이던 ‘영도 간부’들이 순식간에 ‘극우파’로 변했다고 지적한다. “자유파와 극우파는 거리가 매우 멀다. 그러나 극우파와 극좌파는 매우 가깝다. ‘전인민적 소유’란 명목으로 ‘영도 간부’가 독점 소유하는 것이나, 극단적인 시장화로 노동인민을 내몰고 이들이 이권을 다시 독차지하는 것은 사실상 같기 때문이다.” 실사구시로 개혁개방의 길 찾기=중국 당국이 좌파와 자유주의파로부터 동시에 공격을 받고 있는 건 오늘날 중국의 복합적인 과제를 말해준다. 자유주의파의 공격에선 개혁개방의 확대와 지속적 추진이 부각된다. 좌파의 공격에선 개혁개방을 신자유주의적 시장논리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게 된다. 한 젊은 사회과학자는 “오늘날 중국에서 단순히 좌파 또는 우파의 시각만 고집할 수 없으므로 자신을 ‘실사구시파’로 불러달라는 이들도 늘고 있다”고 소개한다. 친후이 교수는 중국이 올바른 개혁개방의 길을 찾기 위해서는 개혁개방의 ‘사회적 공정성’ 문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미 전국의 국유자산 가운데 절반쯤이 ‘시장화’된 상태다. 이 시장화 과정에서 노동자와 농민에 대한 공평한 분배의 문제는 토론조차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이런 불건전한 시장화가 중국 경제에 안정적이고 공평한 시장 환경과 질서를 형성할 것이라고 기대하긴 어렵다.” 지난 3월 전인대에서 후진타오 주석이 확고하게 말했듯 “개혁개방의 추진”은 흔들릴 수 없는 중국 당국의 정책 방향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이미 심각하게 불거진 불공정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앞으로 중국 개혁개방의 미래상을 좌우할 것이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극좌파 간부, 시장화 과정서 극우파로 변하기도 좌파와 자유파로부터 비판받는 당국=지난해 8월 궁센톈 베이징대학 교수(법학)는 우방궈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원장과 상임위원들 앞으로 공개편지를 보내, 당시 상임위가 심의중이던 물권법 초안이 ‘사회주의 공유제를 주체로 한다’고 규정한 헌법에 어긋난다며 이 법 추진 중단을 요청했다. 물권법의 성씨가 ‘자씨’ 아니냐는 얘기다. 지난 3월 전인대 4차 전체회의에서 통과될 예정이던 물권법은 궁 교수 등 ‘좌파’들의 저항으로 유보됐다. 물권법이 ‘좌파’의 저격을 받자 개혁 성향의 이론가 황푸핑은 월간 <재경>에 발표한 글을 통해 “개혁개방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문제를 ‘시장화’의 책임으로 돌려선 안 되고, 이는 개혁의 심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새로운 좌경화를 경계한다”고 ‘좌파’에 반격을 가했다. 중국 당국을 공격하는 건 ‘좌파’만이 아니다. 자유주의자들은 되레 당국의 개혁이 너무 더디다고 비판한다. 당국에 의해 한때 정간 당했던 <중국청년보> 주말 부록 <빙점>의 리다퉁 전 편집장이나 해직당한 자오궈뱌오 전 베이징대 교수, 그리고 허웨이팡 베이징대 교수(법학) 등은 인터넷과 해외 매체 기고 등을 통해 전면적인 언론·집회·결사의 자유 보장과 다당제 개혁 등을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좌파’는 개혁개방의 발목을 붙잡고 늘어지고 있고, ‘자유파’는 경제는 물론 정치까지 포함한 전면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형국이다.
극좌와 극우의 상호침투=프랑스 대혁명 이래 ‘좌파’는 적극적인 개혁의 주창자들에게, ‘우파’는 보수적인 이들에게 따라붙는 별명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중국은 누가 진정한 ‘좌파’이고 누가 ‘우파’인지 알 수 없는, 심각한 난독증을 앓고 있다.
친후이 칭화대 인문사회과학학원 교수(역사학)는 오늘날 중국에서 좌·우 개념이 혼란스러워진 원인으로, 문혁 때의 극좌적 오류와 더불어 90년대부터 진행된 ‘국유자산 사유화’ 과정을 꼽는다. “과거에 이른바 ‘공유제’를 실시하고 있을 때도 국유기업의 자산 처분권은 명목상으로만 전 직원의 소유일 뿐, 사실은 당서기와 공장장의 손에 집중돼 있었다. 국유기업이 이른바 ‘시장화’ 개혁을 거치면서 공장 ‘영도 간부’들은 공장을 분양해 한몫씩 챙겨 나갔지만 노동자들은 퇴직금과 의료보험은 물론 그동안 삶의 터전이던 일터까지 상실했다.” 친 교수는 이 과정에서 공유제 아래 극좌파이던 ‘영도 간부’들이 순식간에 ‘극우파’로 변했다고 지적한다. “자유파와 극우파는 거리가 매우 멀다. 그러나 극우파와 극좌파는 매우 가깝다. ‘전인민적 소유’란 명목으로 ‘영도 간부’가 독점 소유하는 것이나, 극단적인 시장화로 노동인민을 내몰고 이들이 이권을 다시 독차지하는 것은 사실상 같기 때문이다.” 실사구시로 개혁개방의 길 찾기=중국 당국이 좌파와 자유주의파로부터 동시에 공격을 받고 있는 건 오늘날 중국의 복합적인 과제를 말해준다. 자유주의파의 공격에선 개혁개방의 확대와 지속적 추진이 부각된다. 좌파의 공격에선 개혁개방을 신자유주의적 시장논리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게 된다. 한 젊은 사회과학자는 “오늘날 중국에서 단순히 좌파 또는 우파의 시각만 고집할 수 없으므로 자신을 ‘실사구시파’로 불러달라는 이들도 늘고 있다”고 소개한다. 친후이 교수는 중국이 올바른 개혁개방의 길을 찾기 위해서는 개혁개방의 ‘사회적 공정성’ 문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미 전국의 국유자산 가운데 절반쯤이 ‘시장화’된 상태다. 이 시장화 과정에서 노동자와 농민에 대한 공평한 분배의 문제는 토론조차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이런 불건전한 시장화가 중국 경제에 안정적이고 공평한 시장 환경과 질서를 형성할 것이라고 기대하긴 어렵다.” 지난 3월 전인대에서 후진타오 주석이 확고하게 말했듯 “개혁개방의 추진”은 흔들릴 수 없는 중국 당국의 정책 방향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이미 심각하게 불거진 불공정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앞으로 중국 개혁개방의 미래상을 좌우할 것이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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