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의 마르크스/5. 중국 공산당의 미래
정치개혁의 봄 올까?
지난 18~25일 베트남 공산당 제10차 전국대표대회가 열리는 동안 중국공산당은 뒷덜미가 따가웠을 것이다. “중국 공산당도 베트남 공산당 수준의 정치개혁을 진행하라”는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드높았기 때문이다. 특히 베트남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사상 처음으로 농득마인(65) 서기장과 응우옌민찌엣(64) 호찌민시 당서기 등 두 명의 후보를 놓고 결선 투표로 총서기를 선출한다는 사실이 상하이 〈동방조보〉에 보도되면서 중국 지식인 사회는 신선한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베트남의 신선한 충격= 베트남도 중국처럼 공산당 일당독재를 고수하고 있지만, 당내 민주화와 정치 민주화에선 중국을 앞서가고 있다. 베트남은 지금까지 △당 중앙위원에서 총서기까지 복수 또는 정원 초과 후보를 내세우는 ‘제한적 경선제도’ △총서기와 중앙정치국 등 각 기관과 간부에 만족할 때까지 질의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질의제도’ △의원·간부 후보의 재산공개와 유권자 질의 보장 제도 △사법부 예산·인사권 독립 △총리 등 정부 관리에 대한 의회 의원의 질의권 보장과 질의응답 내용의 전국 생중계 등 각종 민주화 조처를 단행했다.
1989년 천안문 사태로 중국이 정치개혁 요구를 침묵시키고 경제 건설에만 매진한 것과 달리, 베트남은 경제개혁과 함께 정치개혁도 꾸준히 진전시켰다. 〈아주시보〉는 “베트남 공산당의 당내 민주개혁은 중국 후야오방 총서기 시절의 정치개혁 노선을 이어받은 것”이라고 전한다.
‘일당독재·경제우선’ 덩샤오핑 그림자 여전
베트남공산당의 ‘정치 민주화’ 자극 되려나 덩샤오핑의 어두운 그림자= 중국도 정치개혁의 긴박함을 잘 알고 있다. 지난 2002년 16기 전국대표대회는 후진타오 등 제4세대 지도부를 선출하면서 ‘정치보고’를 통해 민주정치 발전의 기본 원칙을 제시한 뒤, 새 지도부가 이를 구체화하고 시기를 선택해 실천하도록 했다. 구체적 정치개혁 일정과 방향을 제시할 경우 거대한 논란에 휩싸일 수 있으므로 이를 지도부에 위임한 셈이다. 그러나 중국의 정치개혁은 아직은 매우 제한적이다. 중국 공산당은 여전히 덩샤오핑이 제시한 “하나의 중심, 두 개의 기본점”을 ‘기본노선’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중심”이란 ‘경제 건설’을, “두 개의 기본점”이란 ‘개혁개방’과 ‘네 가지 기본원칙’을 말한다. ‘네 가지 기본원칙’이란 △중국 공산당의 영도 △마르크스·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의 지도 △인민민주 전정(전제정치) 견지 △사회주의 노선 견지 등을 말한다. 〈아주시보〉는 이 가운데 “인민민주 전정 견지”가 “다당제와 언론자유를 원천봉쇄”하는 근거이며, 중국에서 “어떤 민주주의의 발전도 살상시킬 수 있는” 원칙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 정치개혁의 전망= 중국에서 정치개혁이 실마리를 찾으려면 덩샤오핑 시대의 극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후야오방 총서기 시절 구성된 중국정치체제개혁연구회 간사장을 지낸 두광(78)은 “심각한 부정부패와 관료주의의 폐단은 중국 공산당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돼 있기 때문이며, 이를 극복하자면 당·정 분리, 삼권분립을 통해 권력의 과도한 집중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또 “덩샤오핑이 장기간 삼권분립을 반대해 왔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삼권분립을 자본주의와 동일시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며 “시장경제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에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삼권분립 또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에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 후야오방 전 총서기의 복권은 ‘덩샤오핑 시대의 극복’과 관련해 의미심장한 일로 평가된다. 그의 복권은 지난해 11월 탄생 90돌 기념행사와 전기 발간 등으로 구체화했다. 그러나 당내 보수파의 반발로 그의 복권은 ‘미완’에 그쳤다. 그의 전기 가운데 그가 추진한 1980년대 정치개혁과 관련한 부분이 대륙에서 아직 공식 출판되지 못했다는 점이 ‘미완의 복권’을 상징한다. ‘사회 안정’ 논리를 넘어서= 중국 공산당은 올해부터 대대적으로 마르크스주의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의 관방 마르크스주의는 “안정이 모든 것을 압도한다”는 명제 아래 정치개혁을 보류하고 경제개혁만 추구한 덩샤오핑의 ‘노선’에 충실했다. ‘혁명이론’인 마르크스주의를 ‘사회 안정에 관한 이론’으로 재구성하는 일도 벌어졌다. 제4세대 지도부는 이미 덩샤오핑이 주창한 ‘선부론’(일부 지역을 먼저 부유하게 하자는 발전전략)을 부정하고 ‘균부론’(빈부·도농·지역격차 해소를 병행하는 발전전략)으로 선회했다. 새 지도부가 “안정이 모든 것을 압도한다”는 명제를 넘어서서 정치개혁의 첫걸음을 뗄 수 있을 것인가. 중국의 새로운 실험을 두고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끝>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중국공산당 정치개혁 관련 주요 연대기와 미래 전망
베트남공산당의 ‘정치 민주화’ 자극 되려나 덩샤오핑의 어두운 그림자= 중국도 정치개혁의 긴박함을 잘 알고 있다. 지난 2002년 16기 전국대표대회는 후진타오 등 제4세대 지도부를 선출하면서 ‘정치보고’를 통해 민주정치 발전의 기본 원칙을 제시한 뒤, 새 지도부가 이를 구체화하고 시기를 선택해 실천하도록 했다. 구체적 정치개혁 일정과 방향을 제시할 경우 거대한 논란에 휩싸일 수 있으므로 이를 지도부에 위임한 셈이다. 그러나 중국의 정치개혁은 아직은 매우 제한적이다. 중국 공산당은 여전히 덩샤오핑이 제시한 “하나의 중심, 두 개의 기본점”을 ‘기본노선’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중심”이란 ‘경제 건설’을, “두 개의 기본점”이란 ‘개혁개방’과 ‘네 가지 기본원칙’을 말한다. ‘네 가지 기본원칙’이란 △중국 공산당의 영도 △마르크스·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의 지도 △인민민주 전정(전제정치) 견지 △사회주의 노선 견지 등을 말한다. 〈아주시보〉는 이 가운데 “인민민주 전정 견지”가 “다당제와 언론자유를 원천봉쇄”하는 근거이며, 중국에서 “어떤 민주주의의 발전도 살상시킬 수 있는” 원칙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 정치개혁의 전망= 중국에서 정치개혁이 실마리를 찾으려면 덩샤오핑 시대의 극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후야오방 총서기 시절 구성된 중국정치체제개혁연구회 간사장을 지낸 두광(78)은 “심각한 부정부패와 관료주의의 폐단은 중국 공산당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돼 있기 때문이며, 이를 극복하자면 당·정 분리, 삼권분립을 통해 권력의 과도한 집중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또 “덩샤오핑이 장기간 삼권분립을 반대해 왔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삼권분립을 자본주의와 동일시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며 “시장경제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에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삼권분립 또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에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 후야오방 전 총서기의 복권은 ‘덩샤오핑 시대의 극복’과 관련해 의미심장한 일로 평가된다. 그의 복권은 지난해 11월 탄생 90돌 기념행사와 전기 발간 등으로 구체화했다. 그러나 당내 보수파의 반발로 그의 복권은 ‘미완’에 그쳤다. 그의 전기 가운데 그가 추진한 1980년대 정치개혁과 관련한 부분이 대륙에서 아직 공식 출판되지 못했다는 점이 ‘미완의 복권’을 상징한다. ‘사회 안정’ 논리를 넘어서= 중국 공산당은 올해부터 대대적으로 마르크스주의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의 관방 마르크스주의는 “안정이 모든 것을 압도한다”는 명제 아래 정치개혁을 보류하고 경제개혁만 추구한 덩샤오핑의 ‘노선’에 충실했다. ‘혁명이론’인 마르크스주의를 ‘사회 안정에 관한 이론’으로 재구성하는 일도 벌어졌다. 제4세대 지도부는 이미 덩샤오핑이 주창한 ‘선부론’(일부 지역을 먼저 부유하게 하자는 발전전략)을 부정하고 ‘균부론’(빈부·도농·지역격차 해소를 병행하는 발전전략)으로 선회했다. 새 지도부가 “안정이 모든 것을 압도한다”는 명제를 넘어서서 정치개혁의 첫걸음을 뗄 수 있을 것인가. 중국의 새로운 실험을 두고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끝>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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