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 구제금융 법안 심의 흐름도
세계금융 ‘대혼돈’ 금융위기 경제전반 확산
AT&T 기업어음 발행 ‘퇴짜’…금리만 치솟아
가계 이자 늘어…하루짜리 리보 4.3%p 폭등도
AT&T 기업어음 발행 ‘퇴짜’…금리만 치솟아
가계 이자 늘어…하루짜리 리보 4.3%p 폭등도
세계 최대 유·무선 통신회사인 에이티앤티(AT&T)는 지난주 기업어음(CP)을 발행해 단기자금을 조달하려고 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하루짜리’(오버나이트) 초단기 자금 이외엔 돈을 빌려주려고 하지 않았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 랜들 스티븐슨은 “세계 신용경색의 여파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피>(AP) 통신은 30일 “증시가 반등하고, 곧 새로운 구제금융 법안이 통과되겠지만, 경제가 돌아가도록 윤활유 구실을 해 주는 신용시장이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다”며 에이티앤티의 사례를 전했다. 부실채권에 엮인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우량기업들도 금융위기의 전형적인 현상인 신용경색 파고에 휩싸이고 있다. 기업과 가계의 돈줄이 막히면서, 금융위기는 전염병처럼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30일, 자금시장의 가늠자 구실을 하는 리보금리(런던 은행간 금리)는 3개월짜리 달러 대출의 경우 전날 3.88%에서 0.17%포인트 뛴 4.05%를 기록했다. 상승분만큼 이자 부담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에이피> 통신은 “리보금리의 상승은 소비자들과 기업들이 돈을 빌리는 비용을 늘릴 뿐만 아니라, 대출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며 “리보금리에 연계된 신용카드 대출 이자율과 변동금리를 조건으로 한 주택 담보 대출을 받은 소비자들에게 전혀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초단기 자금도 더욱 비싸졌다. 하루짜리 달러 대출의 리보금리도 이날 하룻만에 4.3%포인트 오른 6.88%를 기록했다. ‘유니크레디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르코 안눈치아타는 이날 <파이낸셜 타임스>에 “신용위기가 전체적으로 부실한 금융시스템에서 비롯됐다고 볼 만한 범주를 이미 넘어섰다”며 “신용위기는 이제 세계 금융과 경제를 붕괴시킬 수 있는 충분한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위기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5%를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에 치명타를 입히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현금이 쪼들린 미국 자동차업계가 20%가 넘는 고금리에도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울 지경”이라며 “고유가와 경기 침체로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면서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는 자동차업계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용위기가 찾아왔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와 금융 부문에 이어 세번째로 큰 자금 수요자인 전기·수도·가스 등 실물 부문도 신용시장 혼란의 희생자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발전소 등을 짓는 유틸리티 부문의 올 3분기 채권 발행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24.4% 줄었고, 2분기 견줘서도 51% 준 96억달러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많은 업체들이 신규 자금 조달계획을 연기하거나, 더 비싼 방식에 눈을 돌려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지난 몇 달 동안 계속된 신용경색은 최근 몇 주 동안 악화하면서 은행 대출을 더욱 팍팍하게 만들고, 소비자들의 지출을 더욱 줄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신용경색은 모기지 금리의 상승을 부채질하면서, 이번 금융위기의 원인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과 이에 따른 집값 하락을 더욱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다시 금융위기를 더욱 심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