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학교 운동장, 흙으로 제대로 만들자

등록 2015-05-25 18:43수정 2015-05-25 23:11

서울시교육청이 인조잔디 운동장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흙 운동장’ 시설 기준을 만들어 운영하기로 했다. 학교 운동장 시설 방향을 놓고 논란이 적지 않던 터에 당국이 나름의 대안을 제시했다. 결론부터 밝힌다면 흙 위에서 뛰어놀고 뒹굴도록 한다는 점에서 방향이 나쁘지 않다. 의미와 과제를 깊이 생각해볼 만하다.

얼마 전부터 상당수 학교에서 운동장에 인조잔디를 까는 바람이 불었다. 이 학교들은 인조잔디가 사철 푸르러 천연잔디보다도 낫다고 했다. 인조잔디가 시공과 유지관리가 쉽다는 점도 내세웠다. 특히 잔디 운동장에서 일찍부터 축구를 해야 국제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이유로 축구부를 둔 학교가 인조잔디 도입에 앞장서기도 했다. 마사토(화강암이 풍화돼 생긴 흙)만을 깐 기존 흙 운동장이 비 온 뒤 물빠짐이 나쁘고 먼지가 심하게 날리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인조잔디 운동장은 아무래도 대안이 되기 어려운 듯하다. 무엇보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전국 1037개 학교 인조잔디 운동장을 조사한 결과 이 가운데 174개 학교에서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과 납 등의 중금속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 일부 학교는 운동장에 들어가지 말라는 차단 띠를 두르기에 이르렀다. 인조잔디 운동장은 수명이 6~8년으로 짧아 교체비용도 많이 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번에 서울시교육청은 대학과 공동으로 흙 운동장 개선방안을 연구하고 시범학교에서 검증도 거쳤다고 한다. 마사토만 쓸 게 아니고 규사를 30%가량 섞음으로써 물이 잘 빠지고 먼지가 훨씬 적게 날리도록 하는 방법을 찾았다는 것이다. 서울지역의 경우 1311개 학교 운동장 가운데 천연잔디가 1.4%, 인조잔디가 13.3%, 마사토가 77.7%, 기타 7.6%로 돼 있다고 한다. 흙 운동장이 대다수인 만큼 흙 운동장을 환경친화성을 살려 제대로 만드는 게 현실적이며 학교간 격차도 줄일 수 있다.

인조잔디가 아닌 친환경 흙 운동장 위주로 바꾸면 운동장을 좀더 폭넓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축구 경기뿐만 아니라 땅따먹기, 고무줄뛰기 등 할 수 있는 활동이 늘어날 것이다. 시설 개선과 함께 학생들이 흙과 친해지도록 하는 다양한 체육활동을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학교 운동장 외에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생활체육시설도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 화학합성물인 인조잔디가 겉보기에 그럴듯해도 환경과 생태 차원에선 사람한테 결코 좋은 게 아님을 심각하게 고민해볼 때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