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서울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통일연대 등 49개 진보 성향 사회단체 회원들이 ‘뉴라이트 교과서 역사왜곡을 격찬한 한나라당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한나라당이 뉴라이트(신보수)와의 관계 설정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정권 교체를 위한 ‘외연 확대’ 차원에서 보수단체들과 적극 연대해 왔지만 최근 4·19혁명을 학생운동으로 격하하고 5·16군사쿠데타를 혁명으로 평가한 뉴라이트 교과서 파문이 일면서 ‘밀착’을 경계하는 목소리들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과 뉴라이트를 포함한 보수단체와의 관계는 ‘밀월’이란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지난달 22일 출범한 한나라당 참정치운동본부 공동본부장에 유석춘 전 뉴라이트 전국연합 공동대표가 임명됐다. 이날 출범식엔 김진홍 뉴라이트 전국연합 상임의장, 안병직 뉴라이트 재단 이사장, 서경석 선진화국민회의 사무총장 등 보수단체 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앞서 지난달 9일 열린 뉴라이트 전국연합 창립 1돌 행사에는 강재섭 대표와 당내 유력 대선 주자들이 동참했다. 김진홍 상임의장은 “한나라당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후보를 단일화하면 전력을 다해 밀 것”이라고 지지 선언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뉴라이트 교과서 파문이 양쪽의 ‘밀착 관계’에 제동을 걸었다. 나경원 대변인이 5·16을 혁명으로, 4·19를 학생운동으로 평가한 뉴라이트의 역사 인식과 선을 그은 데 이어, 박근혜 전 대표도 4일 “4·19는 이 땅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높인 혁명”이라고 말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지난 1일 “뉴라이트가 올드라이트를 지향해선 안된다”며 일침을 가했다.
이런 움직임엔 당이 뉴라이트 쪽의 지나친 우편향에 동조하면 외연 확대는 커녕 수구·보수 이미지만 강화하게 될 뿐이라는 우려가 깔려 있다. 당에서 필요한 것은 뉴라이트의 합리적이고 건전한 보수성이지, 수구 이미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권영세 참정치운동본부 공동본부장은 “당과 보수우파 세력은 2인3각을 하는 게 아니다.
뉴라이트의 열정과 도덕성은 받아들이되 잘못은 비판하는 건전한 연합 관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당 기획위원장을 지낸 김재원 의원은 “지금은 뉴라이트가 합리적이고 건전한 보수 시민세력으로 인식되는 게 급선무인데 너무 일찍 편향성과 정치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대로라면 한나라당의 2중대 정도로 인식돼, 양쪽 모두에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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