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권리행사 막는 무리수…주민들 불신 조장”
법제처, 다음달 26일까지 법률 개정안 내기로
법제처, 다음달 26일까지 법률 개정안 내기로
토지 환매권 제한 문제가 세종시 공방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야당과 한나라당 친박계는 주민들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무리한 조처라고 비판했지만 정부와 한나라당 지도부는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정부가 27일 입법예고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 전면 개정안엔 주민들의 토지 환매권 행사를 제한하는 규정이 담긴다. 토지 환매권은 정부가 공익사업을 하려고 수용한 땅의 사업이 폐지되거나 용도가 바뀌면 땅을 수용당한 사람이 땅을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세종시에 행정부처가 이전될 것으로 보고 땅을 팔았던 주민들이 행정부처 이전을 백지화하는 수정안이 통과되면 용도변경을 사유로 환매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이런 사태를 막으려고 환매권 제한 규정을 수정안에 명시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방침에 야당은 물론 여당 안에서도 정당한 권리행사를 막는 무리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책위의장을 지낸 이한구 의원은 “정부가 토지 수용할 때의 목적과 다른 용도로 땅을 쓰겠다고 약속을 어기고서 주민한테는 정당한 권리 행사를 포기하라는 것 아니냐”며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고 있는 친박근혜계의 유승민 의원도 “주민들에게 이익이 되는 내용을 소급입법하는 것은 몰라도 불리한 내용을 소급입법하는 것은 법의 기본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정복 의원도 “세종시 지역 주민들에게만 환매권을 제한하는 것은 위헌 논란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친이명박계의 한 초선 의원도 “환매권 제한이 주민에게 또다른 불신을 조장할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야당도 환매권 제한을 강력히 반대했다. 박주선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석연) 법제처장도 세종시의 목적이 변경됐기 때문에 토지 환매권을 청구할 수 있고 재수용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며 “2008년 5월에도 법제처가 학교시설사업을 위해 취득한 토지가 국민임대주택단지조성에 편입되자 환매권이 발생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만큼 세종시에도 똑같은 해석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국민의 정당한 법적 권리마저 깡그리 짓밟고 무시하겠다는 막가파식 발상”이라며 “말로는 법치주의를 외치면서 실제론 법치주의를 철저히 유린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전지명 친박연대 대변인도 “주민은 환매권 행사는 물론, 법의 신뢰보호 원칙에 따라 애초 행정계획의 존속 추진을 주장하는 권리인 ‘계속존속청구권’도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세종시 수정안이 기본적으로 도시의 성격을 바꾼다고 말할 수 없는데다 공공복리를 위해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만큼 토지 환매권 제한은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법제처는 26일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세종시특별법 △혁신도시법 △기업도시법 △조세특례제한법 △산업입지개발법 등 5개 세종시 관련법률 개정안을 다음달 26일까지 국회에 내겠다고 보고했다.
성연철 송호진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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