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5일 ‘분권형 대통령제’와 ‘4년 중임제’ 개헌을 대선 전에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서울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지금은 대통령 혼자 내치, 외치를 하려다 보니 한계가 있다”면서 “(권력구조가) 분권형이 된다면 대통령 중임제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내치를 국무총리에게 맡기고 대통령은 외교·안보 문제에만 집중하는 분권형 대통령제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은 이런 구상에도 불구하고 정작 관심을 모았던 정당 가입이나 제3지대 빅텐트 추진 등 세부적인 정치 일정에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어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다만 그는 ‘대선 전 개헌 추진’ 의사를 밝히며, 같은 주장을 해온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일부 세력, 국민의당,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 제3지대 세력과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앞서 반 전 총장은 지난 16일 경남 김해에서 “대선 전 개헌은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으나, 이날 토론회에선 “개헌은 대통령 선거 전에 이뤄져야 한다”며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 그는 ‘대선 전 개헌’에 부정적인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해 “제1당의 후보가 되실 분이 개헌은 안 되겠다고 하면 제왕적 대통령제에 갇히게 된다. 박근혜 패권에서 문재인 패권으로 넘어가는 상황이 된다”며 문 전 대표를 ‘패권세력’으로 규정했다. “(민주)당에서 그렇게 하는 것인지, 문 전 대표 개인의 의사가 탐욕스럽게 적용돼서 그런 것인지…”라며 발언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이 이날 밝힌 내용을 종합하면, 결국 ‘분권형 개헌’으로 세를 규합한 뒤 ‘반문 연대’를 고리로 최종 대선에서 문 전 대표와 1 대 1 구도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가 이날 정당의 경선과 관련해 “(정당에 가입해) 경선을 해야 한다면 어떤 경우에도, 누구와도 경선할 준비가 돼 있다. 마지막 경선은 전국민을 상대로 경쟁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반문 연대’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문 전 대표를 제외한 다른 후보들과의 경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앞서 반 전 총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심재철 국회부의장 등 새누리당 의원 24명과 만나 “정치교체를 지원해달라”고 부탁했다. 연대가 유력한 바른정당과 접촉은 잠시 미루고, 새누리당 내부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의원들을 설득해 ‘범여권 통합세력’을 우선적으로 구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반 전 총장은 최근까지 문 전 대표와 지지율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에는 “지지율은 국민 반응이기 때문에 그때그때 변한다. 최순실 게이트 전에는 많은 경우 제가 (지지율이) 앞서 있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야권에서 자신의 집권을 ‘정권 연장’이라고 비판한다는 질문에는 “이명박 정부에서 일한 적도 없고 박근혜 정부에서 일하지도 않았다. 지난 10년간 해외에 나가 일해 한 점의 때도 묻지 않은 신인”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문 전 대표를 향해 “대통령 되겠다는 분이 ‘대통령 되자마자 미국보다 평양을 먼저 가겠다’고 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비판했다. 또 “사드 배치에 대해 말씀이 오락가락한다. 그런 것이 문제”라고 각을 세웠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