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 다지는 야당 민주당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이강래 원내대표(맨 오른쪽) 주재로 국정감사 관련 원내대책회의를 하고 있다.(왼쪽) 자유선진당도 20일 오전 국회에서 이회창 총재(맨 오른쪽) 주재로 세종시 관련 의원총회를 열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선진당 비대위 구성·이대통령에 공개토론 제안
당운 걸고 총력투쟁 선언…민주당 “저항 앞장”
당운 걸고 총력투쟁 선언…민주당 “저항 앞장”
정치권에 ‘세종시 전쟁’이 불붙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백년대계 불타협론’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백지화 방침을 본격화한 데 맞서, 야권은 20일 총력투쟁 선언을 했다.
충청권 맹주를 자처하는 자유선진당은 ‘당운이 걸렸다’는 절박함 속에 전투태세를 가다듬고 있다. 이회창 총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을 향해 “세종시 문제를 두고 공개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평소 표현을 절제하던 이 총재는 이날은 ‘기만’ ‘비겁’ ‘거짓말’ ‘우롱’같은 강경한 단어를 주저 없이 쏟아냈다. 그는 “이 대통령은 세종시 문제에 관해 국민 여론 운운하며 비겁하게 장막 뒤에 숨지 말라”며 “원안 수정이 대통령의 소신이라면 소신이라고 지금 떳떳하게 말하라. 국민 여론을 운운하며 장막 뒤에 숨으려 하지 말라. 이것은 비겁한 포퓰리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선진당은 지역구 의원 13명 모두가 참여하는 ‘세종시 백지화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 비대위 위원장엔 박상돈 의원, 대변인엔 김창수 의원을 선임했다. 사실상 당을 세종시 원안 추진을 위한 비대위 체제로 개편한 셈이다.
선진당은 앞으로 △국무총리·대통령 항의방문 △충청 지역민들과 연대 등의 방법을 통해 투쟁의 강도를 더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비대위원장인 박상돈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 라디오 ‘김재원의 아침저널’에 나와 “세종시에 대한 정권의 태도는 한마디로 맞선본 처녀에 대한 혼인빙자간음행위”라며 “(세종시가 원안대로 추진되지 않으면) 민란까지 각오해야 한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라고 말했다.
민주당도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했다. 박지원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여권의 세종시 원안 변경 방침과 관련해 “국민들은 행동하는 양심으로 저항해야 한다. 민주당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석현 의원도 “세종시에 대한 이명박 정권의 입장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세종시 문제를 놓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지라고 할 수 있는 ‘행동하는 양심’까지 거론한 것은, 이번 사안이 그만큼 폭발력 있는 주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중도실용주의에 휘감겨 침체기에 놓여 있던 민주당으로선 지역균형발전정책, 정부 정책의 신뢰라는 명분을 동력으로 삼아 투쟁할 수 있다. 물론, 당장 10·28 재보궐선거에서 충북의 표심을 민주당 쪽으로 확실히 굳히기 위해서도 적극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이유주현 성연철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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