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전문기자의 사진 이야기

난데없이 나타난 고라니가 두루미 가족의 볕 좋은 '한낮의 평화'를 깹니다. 야생동물을 보면 아쉽고 속 터질 때도 참 많습니다. 더욱이 카메라를 멘 입장에선 피사체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면 속상합니다. “제가 뭐 지들을 해치기나 합니까?” 하지만 말을 알아 듣는 것도 아니고, 제 가슴만 답답할 뿐입니다. 2004년 임진강변에 미리 친 위장텐트에 몸을 숨기고, 멀리 강 건너 두루미 무리를 한참 동안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이전 글에 썼던 것처럼 전 평화로운 겨울을 만끽하며, 두루미가 멋지게 나는 한 폭의 ‘동양화’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죠. 그때 별안간 논두렁 너머 수풀 속에서 튀어나온 고라니가 두루미 사이로 돌진하며 심술궂게 장난을 치는 것 아니겠습니까? 논에 떨어진 나락을 주워 먹던 두루미 가족의 볕 좋은 ‘한 낮의 평화’를 깨면서 말입니다. 야생에서 두루미와 고라니를 한 앵글에 담기는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천진난만하게 서로 장난을 치는 모습은 참 근사했었습니다. 하지만 위장막 밖으로 나올 수 도 없고, 또 위장막 밖으로 나온들 제가 가진 렌즈론 강 건너 광경이 너무나 멀기만 합니다. 어쩔 수 없이 강 건너 위장막 안에서 눈물을 머금고 찍은 다마(?씨알) 작은 사진 몇 장... 볼 때 마다 아쉽습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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