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비 안올때도 “비 오고 있다” 버젓이
오보낸 6월28일 ‘정확도 98%’ 예보평가도
오보낸 6월28일 ‘정확도 98%’ 예보평가도
부정확한 날씨 예보로 ‘오보’ 논란을 빚고 있는 기상청이 홈페이지에 엉터리로 실시간 날씨 정보를 올리고 시민들의 체감도와 거리가 먼 방식의 예보 평가를 내놓아, 날씨 예보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5일 오전 9시 기상청 누리집의 ‘날씨 정보’ 첫 화면엔 “현재 서울에 비가 오고 있다”는 날씨 정보가 올랐으나([화면]), 그 시각 서울 대부분 지역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 기상청 관계자는 “직전 예보의 내용이 갱신되지 않은 채 그대로 올라간 것 같다”고 말했다.
원인은 다른 곳에 있었다. 기상청의 무인관측장비(AWS) 관측자료를 보면, 서대문(신촌동)·구로(궁동) 관측지점에서 오전 8시50분 무렵에, 이어 강북(수유동) 관측지점에선 오전 9시 무렵에 비가 실제 관측됐다. 다만 당시 강수량 누계(0.5㎜)조차 바꾸지 못할 만큼 미미한 양이었다. 일부 지역의 미미한 강수 데이터가 기계적으로 해석돼, 누리집에는 “오전 9시 현재 서울에 비가 오고 있다”는 정보로 바뀐 것이다.
기상청은 오보 논란을 빚었던 지난 4주 동안의 주말 예보를 두고, 여름철 평균 예보 정확도보다 오히려 더 높게 평가하는 결과를 내놓았다. 누리집에 공개된 평가 자료를 보면, 비가 예측보다 적게 온 6월28일의 예보 정확도는 98.7%나 됐다. 중부지방에 폭우가 내린 7월12일은 84.2%, 오전부터 많은 비를 뿌린 7월19일은 92.1%였다. 7월5일 예보만 정확도가 65.8%였다.
이렇게 평점이 뒤바뀌곤 한 것은 ‘당일 새벽 5시 예보’를 그날 새벽 5시~밤 0시에 0.1㎜ 이상 비가 왔는지의 실제 상황과 비교하는 평가 방식 때문이다. 사실상 당일 예보에 대한 평가인 셈이다. 강수 시간대와 강수량의 차이는 평가에 반영되지 않는다. 홍윤 기상청 예보국장은 “정식 예보 평가는 당일 새벽 5시 예보와 전날 오후 5시 예보를 모두 대상으로 삼는데, 인터넷엔 당일 새벽 5시 예보 평가만 올라갔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맑은 날의 맑음 예보는 빼고 ‘비 온 날에 대한 예보’와 ‘비 온다고 한 예보’만을 대상으로 정확도를 따지는 식으로 평가 방식을 바꾸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집중호우가 사흘째 계속되면서 25일 하루 동안에만 전국에서 7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이날 오후 3시10분께 경북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 야산에서 산사태가 일어나면서 흙더미가 이아무개(64)씨 집을 덮치는 바람에 이씨와 딸(20)이 파묻혀 실종됐다. 이에 앞서 이날 낮 12시10분께 봉화군 춘양면 의양1리를 지나는 영동선 철길 둑이 무너지면서 둑 아래 집 두 채를 덮쳐 우순낭(80), 권영희(55)씨 등 모녀가 숨졌다. 또 경남 항양군 임천강에서는 계곡물이 갑자기 불어나 오후 2시15분께 피서객들이 휩쓸려 정아무개(44)씨가 숨지고 강아무개(53)씨가 실종됐다. 아침 7시 20분께는 충북 제천시 수산면 계란리에서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2t 가량의 토사가 장아무개(76·여)씨 집을 덮쳐, 혼자 잠을 자고 있던 장씨가 매몰돼 숨졌다.
오철우, 봉화 제천/박주희 손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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