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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중년동물 다이어트

등록 2016-01-22 19:16수정 2016-01-24 17:20

[토요판] 박정윤의 동병상련
“사람들이 자꾸 얘를 보고 임신했냐고 해요. 장군이는 남자앤데.” 10살 요크셔테리어 장군이는 살이 빠지지 않아 걱정이다. 불룩한 배가 땅에 닿을 것 같아서 산책하러 나가면 임신했냐며 물어보는 통에 난감하다. 운동으로 살을 빼려니 무릎관절이 좋지 않아 식이조절을 시키는데 하루 종일 먹을 걸 달라고 성화를 부린단다. 밥을 적게 줘서 그런 건지 물을 계속 벌컥벌컥 먹어대고, 얼마 전에는 장군이가 평생 안 하던 쓰레기봉투까지 뜯어서 뒤지는 일도 있었다. “싱크대에서 칼질 소리만 나면 어느샌가 달려와서 기다리는 장군이 때문에 식구들이 숨어서 밥을 먹어야 할 정도예요.”

먹다 죽은 귀신이 씐 것처럼 먹성을 부린다는 장군이는 ‘쿠싱증후군’이었다. 쿠싱증후군은 신장 옆에 있는 부신이라는 장기에서 분비되는 코르티코이드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어 생기는 질환으로, 부신피질 기능 항진증의 또다른 이름이다. 식탐도 늘고 물도 많이 먹고 소변도 많이 본다. 배도 불룩하게 튀어나오고 근육이 줄어서 다리도 가늘고 힘이 없다. 등 쪽에 탈모나 피부질환이 동반되는 경우도 많다. 중년 이상의 나이에 식탐도 많고 물도 많이 먹고 살이 쪘다면 한번쯤 의심해 봐야 한다.

정반대의 경우에도 살이 찔 수 있다. 시추 ‘마루’ 역시 비만 때문에 가족들이 애를 먹었다. 식구들은 억울하다고 했다. 정말 다이어트 사료와 물 외에는 주지 않는데 체중은 줄지 않고, 병원에서는 자꾸 뭘 주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하루 두 번 한 끼에 사료 30알을 주는 정도로 먹는 양을 줄였는데 더 이상 어떻게 줄이겠냐고 진료를 위해 찾아오셨다.

마루처럼 많이 먹지도 않는데 체중이 늘고 철저한 식이조절로도 살이 빠지지 않는다면,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인한 체중 증가도 의심해봐야 한다. 특히 갑상선 질환은 목, 등, 꼬리 부위에 털이 빠지거나 털이 나지 않으며, 잘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 무기력증과 우울한 얼굴(tragic face)을 동반한다.

갑상선에서 분비되는 갑상샘호르몬은 신진대사를 조절하기 위해 몸 안에 축적된 에너지를 사용하는 데 필수적이다. 열을 발생시켜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거나 심장의 박동을 증가시키고 스트레스에도 적절히 대응하게 해준다. 이런 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들면 신체의 모든 대사기능의 조절이 어려워지면서 복부 비만, 만성피로, 탈모 등이 나타난다. 추위도 많이 타고 표정도 우울해 보인다. 활발하던 아이가 살이 찌면서 의욕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면, 마루의 경우를 떠올려 봄직도 하다.

마루나 장군이네 같은 경우는 병원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장군이도 마루도 원인을 찾아 약물치료를 받으면서 눈에 띄게 달라졌다. 다이어트는 물론 장군이의 식탐도 마루의 우울증도 좋아져 제2의 청춘을 맞았다. 일차적인 가족들의 노력에도 개선이 없다면 ‘질병’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무조건 음식을 줄이고 산책을 많이 시킨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그럼, 질병이 아닌 비만의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비만 해결의 첫번째 조처는 식이조절이다. 사람이야 목적이 있어서 살을 빼지만 동물은 스스로 다이어트하는 게 아니다. 동물들 입장에서는 고문일 수 있다. 예뻐 보이겠다는 의지로도 살빼기가 쉽지 않은데, 영문도 모르고 굶어야 하는 동물들은 미칠 노릇일 거다. 그렇다고 불쌍하니 그냥 맛있는 걸 계속 먹이는 것도 일종의 방치이고 학대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이가 들수록 비만은 심장이나 관절 질환, 지방간 등 여러 질환의 원인이 된다. 때문에 나이가 든 동물들의 다이어트는 중요하다.

굶기기보다는 오히려 급여 횟수를 늘리는 것이 좋다. 하루 2번 먹는 양을 3~4번으로 나누어 먹이자. 사료의 양을 줄이는 대신 양배추 같은 채소를 삶아 첨가해 포만감을 주는 것도 좋다. 육포 같은 간식도 양배추나 브로콜리 등 칼로리 낮고 포만감을 주는 채소로 교체하자.

 박정윤 올리브동물병원장·<바보 똥개 뽀삐>저자
박정윤 올리브동물병원장·<바보 똥개 뽀삐>저자
식사를 놀이와 운동처럼 바꿔주는 방법도 좋다. 종이컵에 음식을 넣어 찾아 먹도록 하거나 페트병에 구멍을 뚫어 간식을 넣고 줄에 매달아 둔 뒤 아이들이 움직여서 꺼내 먹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질병이 없는 건강한 아이라면 분명 효과적일 거다. 중년 동물의 다이어트, 병이든 아니든 굶는 게 최선은 아니다.

박정윤 올리브동물병원장·<바보 똥개 뽀삐>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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