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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애완동물 키우고 싶은데, 엄마·아빠가 준비가 덜 됐다면?

등록 2016-02-05 19:47수정 2016-02-06 10:21

애완견. 한겨레 자료사진
애완견. 한겨레 자료사진
[토요판] 박정윤의 동병상련
병아리 트라우마
“선생님이 대신 골라주시면 안 돼요?”

“예?” 평소에 안면을 트고 지낸 이웃집 아주머니의 질문에 당황했다.

“우리 애가 너무 키우고 싶다는데, 어떤 품종이 키우기 편한가요?”

“키우기 편한 애는 없어요. 하하하.” 억지웃음을 지으며 대답하는 나의 불편함을 모르신 아주머니는 결국 한마디 더 꺼내셨다. “아우, 나는 시끄러운 게 너무 싫어서 좀 안 짖고 말 잘 듣는 애로 키우려고 그러지. 똥오줌 잘 가리고.”

“키우지 마세요. 아이를 위해서라면 키우지 마세요.”

당황한 이웃집 아줌마를 뒤로하고 집으로 들어오면서 오래전 나의 대학 선배가 떠올랐다. 선배는 개, 고양이뿐 아니라 동물은 다 싫다고 하는 사람이었다. 길에서 우연히 만난 강아지에게 먹을 걸 주면 나에게 더럽다고 뭐라 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우연한 술자리에서 선배는 자신의 어릴 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키운 병아리 이야기를 꺼냈다. 초등학교 1학년, 정문 앞에서 만난 병아리는 너무 귀여웠단다. 어린 선배는 병아리를 사서 집에 데려왔다. 며칠 뒤 주말이었다. 마침 가족들은 모두 외출을 하고 선배만 혼자 남아 있었다. 아침까지도 괜찮던 병아리가 밥도 먹지 않고 시름시름 눈을 감기 시작했다. 품에 안아도 손가락으로 물을 부리에 축여줘도 먹지 못하고 눈을 감고 처졌다. 안타까운 마음에 울기만 하던 선배는 어디선가 ‘병아리가 죽는 건 항문이 막혀서’라고 들은 기억이 떠올랐다. 병아리를 살리고 싶었다. 어린 선배는 살리고 싶은 마음에 가위를 들어 죽어가는 병아리의 항문을 잘라주었다. 이 얘기를 다 잇지 못하고 선배는 엉엉 울었다.

함께 있던 다른 동기도 어릴 적 얘기를 꺼냈다. 집에서 키우던 금붕어가 있었는데, 어항 속 물을 갈아주면서 금붕어를 씻겨주었다가 세상을 떠나게 만든 기억이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나 햄스터 등을 키워본 적이 있다. 그런 약한 동물들을 키우는 방법도 모르고 덥석 데려와 키우다 죽게 되면 아이들은 상처를 입는다. 내 선배처럼 서른이 다 된 나이까지도 지우지 못할 상처로 남을 수 있다.

집에서 키우는 금붕어 하나쯤, 병아리 하나쯤 죽는 건 별거 아니라 생각할 수 있다. 다시 사주면 되고, 아이들이 잠깐 울다가 곧 잊겠지 하지만, 금방 죽어가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게 됐을 때, 정반대로 생명을 경시하는 마음이 생길 수도 있다.

강아지, 고양이도 마찬가지다. 애들이 키우고 싶대서 덜컥 데려와서 똥오줌 못 가리고 털 날린다고 베란다에 가둬 두고 키우는 사람들이 많다. 동물이 집에 있다는 그 자체로 아이의 정서에 도움이 되는 게 아니다. 동물을 대하는 엄마, 아빠의 태도를 보며 아이들은 배운다. 부모가 그 반려동물에게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중요하다. 아이 앞에서 동물을 함부로 대하거나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아이들에게 정서적인 도움보다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아이들은 동물들을 대하는 태도에서부터 사람과 세상을 대하는 태도를 배우게 된다. 그 시작은 엄마, 아빠에게 달려 있다.

엄마, 아빠가 동물을 키울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억지로 키우지 말자. 예뻐하는 마음만 있어선 안 된다. 시간을 투자해서 동물을 돌봐줄 수 없다면 키우지 말자.

박정윤 올리브동물병원장·<바보 똥개 뽀삐> 저자
박정윤 올리브동물병원장·<바보 똥개 뽀삐> 저자
“인간성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아니라, 동물을 대하는 태도에서 형성된대요, 아빠”라는 말을 한번도 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는 아이가 아빠에게 하더라는 얘기를 지인분께 들은 적이 있다. 아이들은 동물들을 통해서 어른들이 느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교감을 할 수 있다. 섣부른 동물과의 동거는 다른 존재를 어려워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마저 앗아갈 수 있다.

박정윤 올리브동물병원장·<바보 똥개 뽀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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