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유 이야기 /
텅 빈 공중전화 부스엔 사람 대신 희뿌연 먼지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휴대전화가 없는 나는 먼지들과 공존하며 그리운 이들에게 전화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발신번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고 낯선 전화번호가 뜨면 누구일까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안녕하세요. 저 누구 누구예요” 라는 인사말을 먼저 하게 된다.
지난해 말 군대를 전역하고 사회에 나왔을 때 주변 사람들은 내 휴대전화 번호를 묻곤 했다. 그때마다 나는 아직 휴대전화가 없다고 대답을 했는데 요즘엔 이렇게 말한다. “저는 휴대전화 안 써요. 필요하시다면 집 전화번호 가르쳐 드릴게요.”
사회생활을 하며 휴대전화가 없으니 당장 느껴지는 게 많았다. 우선 연말·연초 때 여기저기 불필요한 술자리에 불려다니는 일이 없어졌다. 그 시간은 고스란히 환원되어 나를 위한 시간에 투자되었다. 주로 책을 읽기도 하고 혼자서 이것저것 망상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면서 본질적인 나에 대해 참 많은 생각을 했다. 나는 누구인지, 운명이라는 게 무엇인지…. 그렇게 내 안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시간이 참 좋았다. 모든 걸 훌훌 던진 나 자신이 되었을 때 나는 진정 자유로워졌다. 그 자유 속의 고독과 외로움이야말로 순간순간 삶을 음미할 수 있게 해주는 내 안의 소리 없는 풍경 소리였다. 콧등을 긁는 손버릇과 발끝을 꼼지락거리는 행동 하나하나가 온전한 나를 느끼게 해줬고, 좀 더 여유있게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 되어 주었다.
처음엔 그냥 휴대전화가 없어도 될 것 같다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마음이 여유로워지고 자유로워질 줄은 몰랐다. 최근 뉴스에서 우리나라 청소년 열명 중 한명은 휴대전화가 없으면 불안해 한다는 통계자료를 보았다. 반면 나는 이제 휴대전화가 생기면 정말 불안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딘가로 전화를 하고, 문자를 써야 하며, 전화를 받고 급히 달려가야 한다는 불안감에 전화기를 집어던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아직도 내 주변엔 저 녀석은 연락이 안 된다며 투덜거리는 친구들이 있고, 네가 언제까지 버티나 두고 보자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빨리 연락처를 만들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을 하는 축구 동호회의 선배도 있다. 그러나 내가 아직까지 그 선배에게 잡히지 않고 무사할 수 있는 건, 지금 휴대전화가 없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유준상/전북 완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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