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성 이렇게 말해 보세요
중1 아들을 둔 어떤 엄마는 아이 방에서 휴지가 많이 나오는 것을 보고 아들이 자위행위를 한다는 것을 눈치챘다고 한다. 그 이후로 아이의 행동에 대해 민감해지면서 되도록 아이가 자위행위를 못하게 하려고 아이 방에서 휴지를 모두 없앴다고 한다.
웃지 못할 에피소드 같지만 많은 부모들이 내 아이가 자위행위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어떻게 하면 못하게 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한다. 야단을 쳐야 하나? 붙잡고 점잖게 얘기를 해야 하나? 아빠더러 얘기를 하라고 해야 할까? 성교육 책을 슬며시 아이한테 가져다 줘 볼까?… 여러 가지 방법을 떠올리지만 막상 어떤 방법이 떠올랐다 하더라도 이를 실천하기는 무척 어렵다. 이유는 우선 부모 마음이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직 어린애라고 생각을 했는데 자위행위를 하다니?’ 아이를 보는 눈이 고깝다. 심지어 어떤 엄마는 ‘징그럽다, 지저분하다, 소름이 끼친다’고까지 얘기하기도 한다. 도대체 왜 부모들은 무슨 권리로 자녀가 자연스런 성적 욕구 해소하는 것을 두려워하는가?
고1 남학생을 둔 엄마는 아이가 자위행위를 한다는 것을 알고 아이에게 점잖게 얘기해서 못하게 하려고 어렵사리 얘기를 꺼냈는데, 아이가 말하기를 “자위행위는 자연스러운 것이에요. 제발 이상하게 보지 마세요” 하고 당당히 얘기를 했다고 한다.
청소년들이 성적인 충동을 느끼고 이를 해소하고자 하는 강렬한 욕구는 흐르는 물과도 같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의 자위행위를 억지로 막아 보려고 ‘머리가 나뻐진다!, 얘가 커서 뭐가 되려고 벌써부터 이런 짓을!’ 하는 식으로 엄포를 놓거나, 공부와 연결지어 아이의 행동을 부정적으로만 보려 하거나 하지 않는 게 좋다.
성적인 행위를 통해 쾌감을 갖게 된다는 것은 신이 인간에게 주신 축복이기도 하다. 그러나 쾌감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를 조절하기란 싶지가 않다. 청소년기에 자위행위를 통해 성적 쾌감을 느끼는 경험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손쉽고 간편하며 황홀하기 때문에 이를 적절히 조절하기란 쉽지 않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심리적인 갈등에 빠지기도 한다. 그 갈등 속에서 선택과 조절의 노하우를 익히며 스스로 자기를 성숙시켜 나간다.
물론 부모들 가운데는 자위행위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지닌 이들도 있겠지만, 일상생활이 흐트러지는 것을 보면서 아이가 너무 심하게 자위행위를 하기 때문은 아닌가 하고 걱정하기도 한다. 자위행위를 하는 청소년 가운데는 좀 문제다 싶을 정도로 심취해 있는 아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자라면서 많은 경우 이런 과정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혹시 자위행위 자체에 대한 몰입보다는 일상에서 또다른 스트레스가 없는지를 살펴보자. 지나친 학업 부담, 친구관계의 어려움 등이 없는지 따뜻한 마음으로 살펴야 할 것이다.
bright@ym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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