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거리에서 두발 자유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1318리포트
얼마전 서울시내 한 중학교 3학년생들이 점심시간에 ‘두발 규제 완화’ 구호가 적힌 A4 용지 30여 장을 들고 10여 분 동안 시위를 벌인 사건이 있었다. 이 일이 있은 뒤 학생들 사이에 두발자유에 대한 얘기들이 많이 오가고 있다.
고등학생이 한가하게 머리칼 얘기나 하고 있냐고 할지 모르지만, 친구들을 보면 다들 할 얘기가 마음 속에 켜켜이 쌓여 있다. “조금만 더 길게 해주면 좋겠는데”라는 ‘소극형’부터 “내 머리카락을 내 맘대로 못하다니 이게 말이 돼”라는 ‘불만형’, “이참에 두발 제한을 아예 없애야 돼”라는 ‘선동형’까지 반응은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두발제한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은 같다.
학생들은 신체 여러 부분 가운데서 머리에 대한 관심이 유독 크다. 여학생들이야 얼굴 화장도 신경쓰기는 하지만 남녀 전체적으로 보면 머리가 최대 관심사다.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내 상징이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가장 많다. 나의 정체성, 나의 모습, 나의 진실을 외부로 보여주는 가장 큰 징표가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침밥은 안먹어도 머리 단장엔 수십분씩 공을 들이는 게 청소년들이다. 교복 안쪽 주머니에 빗을 넣어 가지고 다니며 쉬는 시간마다 화장실에서 머리 손질을 하는 애들도 적지 않다. 샤기 컷을 하거나 염색을 하는 청소년의 심리도 기본적으로는 나를 좀 더 자신있게 드러내고 싶다는 자연스러운 심정의 발로이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이런 청소년의 심리를 이해하기는커녕 나태해질 우려, 학생답지 않음, 불량학생스러움 등의 황당한 이유로 두발 자유를 훼손한다. 학교마다 교칙에 귀밑 몇 센티미터, 상고머리, 목 덮으면 안됨 등의 세세한 부분까지 두발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도대체 학생답지 않다거나 불량스럽다거나 하는 것과 머리가 긴 게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
가끔 장발을 하고 학교에 오면 선생님들은 “그런 머리 상태로 공부가 돼?” 하며 야단친다. 머리 긴 사람이 공부 못한다는 법칙은 또 어느 세상에 있는 걸까? 그럼 여학생들은 모두 다 공부를 못해야 한다. 그리고 조선시대 사람들도 공부를 못했어야 하고, 유럽이나 미국 학생들도 우리보다 훨씬 성적이 안 좋아야 한다. 과연 그런가?
청소년들은 펑크 머리나 휘황찬란한 염색 머리를 허용해달라는 게 아니다. 자신이 학교에 다니고 있고, 공부를 해야 하는 때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말 안해도 잘 안다. 스스로 판단해서 적절한 머리 스타일을 유지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개성과 자존심도 살리면서 어른들이 보기에도 충분히 ‘학생다운’ 머리를 하고 다닐 것이다.
두발자유를 외치는 목소리가 간간히 터져나왔지만 그때마다 당국은 학교와 학생들이 알아서 하라며 미봉책으로 넘어갔다. 인권위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두발 제한에 대해서 이제는 머리를 맞대고 얘기를 해야 한다. 학생의 의견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대화를 한다는 것은 교육적으로도 더할나위 없이 좋지 않을까?
김용우/1318리포터, 부천고 2학년
김용우/1318리포터, 부천고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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