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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과학을 넘어 철학의 눈으로 보라.

등록 2006-05-07 19:30수정 2006-05-09 13:35

-건전한 인간관에 바탕을 둔 ‘자아 정체성’의 확립에 대하여
학교에서 논술 끝내기/ 박용성 교사의 실전강좌

[논술 구상] 깊이 있게 생각하자

[서론] 제시문 (가)의 내용을 정리하여 논술문의 도입부로 삼는다.

일반적으로 정체성을 의미하는 아이덴티티(identity)에는 ‘자기다움’, ‘자기의 존재 증명’, ‘자기의 고유한 삶의 양식과 가치관’ 등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어. 그런데 이런 의미들의 공통적 핵심은 자기 의식(self)의 연속성(continuity)과 불변성(sameness)이지. 그러나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자신의 일관성과 불변성을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야. 이것이 바로 현대인이 겪고 있는 정체성의 위기인 셈이지.

제시문 (가)에서와 같이, 자아 정체성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의미를 갖는 까닭도 여기에 있어. 하지만 자아 정체성을 ‘기억력’이나 ‘육체적 연속성’과 같은 경험적 사실에서만 찾는 것은 문제가 많아. 인간은 일차적으로 지각하는 대상을 통해 드러나는 경험적 존재이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인간에 대한 설명이 불충분해. 다시 말해, 인간은 어떤 대상을 지각하고 지각된 내용이 의식 속에 들어와 그것이 다시 의식의 대상이 되었을 때, 그것을 사유함으로써 비로소 의식의 흐름 전체의 통일성을 이루어 낼 수 있는 그런 존재야. 데카르트의 말로 설명한다면, 인간은 사유하는 존재(ego cogito)이지.

[본론1] 제시문 (나)와 (다)의 견해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한 뒤 자신의 입장을 밝힌다.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바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해. 물론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안다고 해서 ‘나’라는 존재의 정체성을 바로 세울 수는 없어. 하지만 인간에 대한 올바른 관점이 서지 않은 채 ‘나’를 정립할 수는 없는 노릇이야. 우리가 ‘과연 인간은 동물에 지나지 않은가’ 하는 질문을 던지는 까닭이 여기에 있지.

생물학적 증언을 빌리지 않더라도 인간이 동물류에 속해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인간과 가장 닮은 존재는 무생물보다는 생물이요, 생물 중에서도 식물이 아니라 동물이거든. 다시 말해,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하여 보다 복잡한 신체 구조와 기능을 가졌을 뿐 동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거야. 제시문 (다)에서 인간은 동물과 근본적인 차이를 드러내지 않는다고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어.

하지만 우리는 ‘인간은 동물에 지나지 않다’라는 생각에 쉽게 동의할 수 없어. 인간은 동물성에 더하여 이성(理性) 등 인간 고유의 능력이나 특성을 지니고 있는 ‘정신적 존재’이기 때문이야. 제시문 (나)의 주장처럼, 인간은 대체로 육체적 욕구를 가진 점에서는 동물과 비슷하지만, 도덕적·정신적인 면에서는 동물의 범주를 벗어난다고 할 수 있어.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상반된 대답을 하는 것은 인간을 육체와 정신으로 나누어 보는 사고에 기인하고 있어. 인간을 육체와 정신으로 나누는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는 인간을 편협하게 이해하게 만들어. “건전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라는 말이 있듯이, 인간은 육체와 정신이 함께하는 존재야. 그런데도 지금까지 우리는 이 두 가지를 상반된 기능과 부분으로 다루어 왔어. 인간은 정신적 존재이면서 동시에 생명체로서의 특성, 곧 육체성을 밑바탕에 지니고 있는 그런 존재인데도 말이야.

[본론2] 제시문 (가)의 주제와 연관시켜 (라)의 내용을 평가한다.

근대 이래 과학적 탐구는 여기저기에서 큰 성과를 거두면서 인간의 삶에 불가결하고도 강력한 요인으로 그 영향력을 증대시켜 가고 있지. 최근에는 특히 인간 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라는 연구 계획을 통해 인간 신체의 생물학적 구조와 기능이 유전학적으로 밝혀지는 등 인간 자신에 관한 과학적 탐구가 인간의 자기 이해에도 획기적인 결과를 가져오고 있어. 이러한 배경에는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동물적 존재라는 발상이 자리잡고 있어.

현대의 분자 생물학이 대두하기 전까지는 개인의 특성이나 자질, 질환 따위가 유전적으로 결정된다는 것 외에는 어떤 유전자가 어떻게 특정의 유전 정보를 보존하고 전달하는가는 알 수 없었어. 유전 정보 체계는 인간이 끝내 알 수 없는 자연의, 또는 신의 비밀 장부로 남아 있었지. 그러나 1953년 왓슨과 크릭에 의해 디엔에이(DNA) 구조가 밝혀진 이후 이 비밀의 텍스트를 읽어 내기 위한 방법들이 차례로 발견되고, 마침내 인체의 전체 유전자 지도를 그리기 위한 대대적인 사업이 진행되었지. 이른바 인간 게놈 프로젝트로 알려진 이 연구를 통해 우리는 한 인간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아니 이미 태아 단계에서부터 그의 ‘생물학적 미래’를 들여다보는 놀라운 지식을 보유하게 되었어.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인간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의 결정판으로 성과 또한 대단해.

하지만 과학이 인간에 대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야. ‘인간성’의 영역으로 넘어가면 더욱 그래. 과학은 그 엄청난 지식의 양과는 무관하게, 인간의 삶 전체에 대해서는, 인간 존재의 근원에 대해서는, 인간 개개인의 주체적 실존에 대해서는, 그리고 인간적 삶의 희망과 가치와 목적에 대해서는 아무런 것도 확정해 주지 못해. 인간의 삶에서 정작 중요하고 핵심적인 것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것들인데, 이들은 여전히 과학적 탐구의 대상이 아니라 철학적 성찰의 주제야. 이는 인간이 육체와 정신이 함께 유기적이고 통합적인 작용을 통해서 존재하기 때문이지.

인간은 유전자로만 모든 것이 결정되는 그런 존재가 아니야. 그렇기 때문에 ‘인간’인지도 모르지.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인간의 특성 중 극히 일부분을 규명하려는 시도에 지나지 않아. 한 인간의 특성은 유전자뿐만 아니라 외부 환경과 그 인간의 주체적 의지가 결합되어 나타나. 따라서 과학은 인간을 이해하는 데 아무런 방안도 될 수 없다는 극단론도 인간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오지만, 과학을 통해 인간의 본질까지 다 이해할 수 있다는 견해도 인간에 대한 편협한 생각이야. 제시문 (라)의 내용이 갖고 있는 한계를 알 수 있겠지?

[결론] 이제까지의 논의를 요약하면서 제언이나 전망을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나의 나됨’ 다시 말해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고민해야 해. 인간은 분명히 동물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먹고사는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반대로 바로 먹고사는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우리는 진정한 인간이라고 이름할 수 있어. 바로 이러한 토대에 서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하고 싶으며,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우리는 자아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을 거야.

특히 청소년기는 바로 성인이 되는 문턱에 있는 시기이므로 지금까지의 생활 범위와 사고의 범위를 넓혀 사회 생활을 본격적으로 준비할 태세를 갖추어야 해. 그러므로 자신이 지금까지 세워 온 삶의 계획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확인하는 일이 중요하지. 이를 위해 자신의 처지와 능력을 다시 살펴보고, 인생의 의미와 더불어 학문, 예술, 직업 등의 본질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해. 그리고 이러한 모든 노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존재를 사회, 국가, 인류와 관련시켜 체계적으로 사고함으로써 정체성을 확립해야 해.

여수여고 교사, <교과서와 함께 구술·논술 뛰어넘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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