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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나는 나,너는 너? 그럴 순 없지∼

등록 2006-06-11 16:43수정 2006-06-1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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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빠 가족

‘입장 바꿔 생각을 해봐’ 하는 노랫말도 있었지만, 우리 삶에서 아주 소중한 기술 중 하나가, 다른 사람의 처지와 마음을 마치 내가 그 사람이 된 듯 깊이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일 것이다. 그러면 세상은 좀 더 너그럽고 따뜻하고 평화로워질 수 있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힘주어 가르치고 싶어하는 바다. 하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다.

그런데, 내가 저기 있는 다른 사람이 되면, 여기 있는 나는 어떻게 되나? 갑자기 나는 어떤 낯선 타인이 된다. 나는, 잘 모르는 다른 사람 보듯 새삼스레 나 자신을 살피게 된다. 자기를 객관적으로 보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나는 누구일까? 그래서 ‘입장 바꿔 생각하기’는 결국 ‘나에 대해 생각하기’로 돌아온다. 너무 철학적이라고? 아니다. 이런 존재론적인 질문은 오히려 어릴 때 더 심각하게 솟구친다. 동생을 보면서 ‘왜 쟤는 쟤고 나는 나일까?’ 의아해 했던 아이, ‘오빠도 내가 나인 것처럼, 나라고 생각해?’ 하고 물었던 아이 등, 예는 얼마든지 들 수 있다.

동화는 그런 아이다운 깊은 질문을 또렷하게 담아내고, 명쾌한 해답을 빚어낼 수 있는 멋진 장르다. <바빠 가족> 같은 이야기를 보자. 너무나 바빠서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돌아볼 여유가 없는 네 식구 대신 그 질문을 던지는 것은, 식구들의 그림자이다. 한 인간 안에 숨은 욕망, 어두움의 상징인 그림자는 안데르센의 <그림자>, 어슐러 르 귄의 <어스시의 마법사>에서 강렬하게 형상화된다. <바빠 가족>의 그림자는 그러나 무의식의 형상화에 그치지 않고 ‘그림자 바꾸기’로까지 나아간다. 엄마의 그림자는 아들에게로, 딸의 그림자는 아빠에게로, 동생의 그림자는 누나에게로. 그렇게 해서 바빠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본다. 그래서 알게 된다. 남편이, 엄마가, 누나가 얼마나 고단하고 한심한 하루를 사는지.

그림자는 주인들과 위치뿐 아니라 지위까지 바꾼다. 그림자가 사람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그림자를 따라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그림자에 붙어서 느릿느릿 움직여야 하는 사람들. 하지만 그런 삶이 사실은 자신이 진심으로 원했던, 행복한 삶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하하호호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동화는 동화야’ 싶은 이 이야기의 여운이 유독 흐뭇하게 가슴에 차오른다. 어른이고 아이고 가릴 것 없이 정신없이 바쁜 이 시대에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이런 동화 같은 깨달음과 행복한 결말이라는 뜻 아닐까?


강정연 지음, 전상용 그림. 바람의아이들/7천원.

김서정/중앙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sjchl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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