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게 읽기 깊이 보기/내 생각은 누가 해줘?
“핏줄 사랑만이 행복이고 그것이 깨지면 무조건 불행으로 직결된다는 식의 고루한 고정관념이 깨어져야, 아이들도 부모가 이혼했으니 나는 불행한 아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봐요.”
제 12회 비룡소 장편동화 부문 수상작 <내 생각은 누가 해줘?>의 지은이 임사라(43)씨는 구상 동기를 이렇게 밝혔다. 그가 보기에 한국사회의 이혼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운데 최고로 높지만 여전히 아동문학 작품은 이혼이나 재혼 가정에 대해 새엄마, 새아빠와의 갈등과 청소년기의 반항과 갈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더라도 아동학대의 80%가 친부모에 의해서 자행되고 계모, 계부의 경우는 10%도 되지 않는데 ‘콩쥐’나 ‘장화’ 같은 비련의 주인공 의식이 여전히 팽배하다는 것이다.
임씨는 따라서 ‘세상을 보는 특별한 눈’을 강조한다. 이혼한 엄마와 단 둘이 사는 금빛나래가 새아빠를 맞이하면서 재혼한 친아빠와도 재회하며 엄마의 가족, 아빠의 가족 그리고 친오빠와 새 여동생까지 모두 8명의 색다른 대가족을 구성하는 색다른 구성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부모의 이혼이나 사별 등의 이유로 부자 가정, 모자 가정 등 새롭게 등장하는 가족 형태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족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되새겨보게 한다.
김화영 문학평론가는 이를 두고 “작품의 한복판에 숨겨놓은 ‘새옹지마’의 고사는 이 작품의 상징인 동시에 무게중심이 된다”고 평했다. 다시 말해 주인공 소녀의 화합할 수 없을 것 같은 여덟 명의 가족이 한 장의 사진에 담기는 과정을 통해 어떤 시각으로 세상을 보느냐에 따라 이혼과 같은 헤어짐은 둘이 넷으로, 넷이 여덟으로 확장되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황금빛나래의 지갑을 훔치려다 걸린 아이를 두고 “아빠 없이 자란 애들은 빨간 신호등에도 마구 달리는 폭주족 같다”며 단정짓는 담임 선생님과, 사랑하는 친구 희주에게 “친구들의 따돌림을 받아 가면서도 목표를 향해 묵묵히 전진하는 희주야말로 정말로 용기있는 애”라고 말하는 황금빛나래의 독백은 모순되는 우리 내면의 두 모습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가정 문제든 미래를 향한 도전과 꿈이든, 한번의 불행과 실패가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무릎팍 상처를 훌훌 털고 일어나 여전히 자신의 몫으로 남아있는 희망으로 달려가는 아이가 많아지기를 작가는 바라고 있다. 비룡소/8천원.
박창섭 기자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