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프랑스·브라질·토고…호나우지뉴 인터뷰도 하고
국기 파는 홈쇼핑도 열고…“다양한 문화 생생한 공부”
국기 파는 홈쇼핑도 열고…“다양한 문화 생생한 공부”
서울 가곡초 특별수업
아이들은 잔뜩 들떠 있다. 전날밤 한국과 토고의 월드컵 경기를 보면서 힘차게 응원을 한 뒤다. 게다가 이번 월드컵과 관련된 ‘특별 수업’을 한다니, 무척 신이 나는 모양이다.
서울 가곡초등학교 6학년2반 이선영 교사는 한국-토고전 경기일인 13일 아이들을 여섯 모둠으로 나눈 뒤 숙제를 내줬다. 한국과 경기를 갖는 토고, 스위스, 프랑스를 비롯해 이번 월드컵 개최국인 독일, 아이들이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국으로 꼽은 브라질, 그리고 한국. 이렇게 여섯나라의 문화와 역사, 풍습 등을 각 모둠이 한 나라씩 맡아 조사한 뒤 다른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는 시간을 갖기로 한 것이다.
‘독일 모둠’은 독일의 음식과 축제를 소재로 한 뉴스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독일 현지에 기자를 파견해 앵커와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하는 폼이 제법이다. ‘스위스 모둠’ 아이들은 스위스 국기 두 장을 3만5천원에 파는 홈쇼핑 프로그램을 연출했다. 홈쇼핑으로 국기를 팔자니 스위스의 대표 음식인 ‘퐁듀’며 알프스 산맥의 장관 등을 보여주면서 ‘손님’을 끌어야 할 판이다. 아이들은 이에 걸맞는 화려한 화면 자료까지 준비해 친구들의 박수를 받았다. ‘프랑스 모둠’에서는 프랑스를 상징하는 조형물을 ‘몸으로’ 표현했다. 서로 어깨를 붙잡고 대문 모양을 만든 남자 아이 두 명이 “우리는 파리의 개선문이야”라고 소리치자 친구들은 배꼽을 잡았다. ‘토고 모둠’은 ‘월드 와이드 뉴스’를 준비했고, ‘브라질 모둠’에선 호나우디뉴 선수를 초대해 특별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가곡초교 6학년2반 아이들이 월드컵을 계기로 세계 여러나라의 역사와 문화, 경제 등을 공부하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교실 벽에는 참가국들의 특이한 풍물과 상징을 담은 ‘문화 달력’이 걸려있고, 세계 지도에는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물건 중 외국에서 생산된 것들을 적은 메모가 빼곡하게 붙어있다. 컵은 중국에서, 후추는 미국에서, 오렌지주스는 브라질에서, 냉동 새우는 타이에서, 젤리는 이란에서 온 물건이라고 표시돼 있다. 이선영 교사는 “아이들이 주변에 있는 물건이나 식음료, 과일 등이 이렇게 많은 나라에서 생산돼 한국으로 건너온다는 사실을 알고 무척 놀라는 눈치였다”고 전했다. 이 교사는 “월드컵은 교과서에는 세계 여러 나라와 다양한 인종, 종교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높아지는 시기”라며 “지난 한 달 동안 월드컵 관련 체험 활동과 수업을 통해 교과를 넘나드는 생생한 공부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지난 2004년 유네스코 아태 국제이해교육원에서 펴낸 <우리는 지구촌 시민-축구로 배우는 국제이해교육>(일조각) 집필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교과 수업이나 재량활동시간 등을 활용해 꾸준히 이러한 수업을 진행해왔다.
“더 궁금한 것이 있으면 그 모둠에 가서 물어도 좋다”는 선생님의 말에, 아이들이 토고 모둠으로 몰려든다. “토고 사람들은 다 까매?” “주로 뭘 먹고 살아?” “국민 소득이 얼마나 되는데 감독 월급을 못 주는 거야?” 아이들의 질문은 끝이 없다.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는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토고’는, 그렇게 아이들에게 왔다.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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