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사람들과 함께했던 시간/ 박소미/여수여자중학교 3학년
내가 이 곳에 온 것은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였다. 지금 가고 있는 곳은 00특수어린이집이다. 엄마의 등살에 떠밀려 나오기는 했지만 나는 컴퓨터 생각뿐이었다. 설상가상으로 ‘00어린이집’은 보이지 않았다. 무슨 어린이집이 산중턱에 있는 건지, 땀은 나지, 가기는 싫지, 죽을 맛이었다. “보인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을 때 나와 친구들은 너무 멀어 조그맣게 보이는 ‘00특수어린이집’ 이라는 글씨를 볼 수 있었다.
막 도착했을 때는 힘들어서 아무 생각도 없었다. 인사만 겨우 하고 누워버렸다. ‘집에서 잠이나 잘 걸. 여기 오지 않았으면 지금쯤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을 텐데, 대충 하고 빨리 가야겠다.’ 얼마 뒤에 일어나 보니 방은 넓지는 않지만 깨끗하고 아기자기 했다. 조그마한 나무 그루터기 의자가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었다. 냄새도 나지 않았고 침 흘린 자국 같은 것도 없었다. 그 때의 나는 내가 만나게 될 아이들 따위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진짜 힘들 일을 하기 전에는.
잠시 뒤 내 앞에는 목을 못 가누는 아이가 의자에 누워있고, 아이들이 울고 있고, 다 흘리며 밥을 먹고 있었다. 아이들이 밥 먹는 것을 돕는 일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었다. 끔찍했다. 나는 최대한 보통 아이들과 보통 아이를 맡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다행히도 혼자도 잘 먹고 있는 아이를 맡게 되었다. 흘린 밥을 친구들이 닦고 있는 동안 나는 쪼그리고 앉아 보고만 있었다.
“누나가 도와줄까?”
가만히 있기가 무안해서 나도 무언가를 해보려고 했는데 완강히 거절당했다. 나는 그저 옆에만 있었다. 그 아이가 밥을 다 먹었다며 식판을 나에게 건넸다. 그리고 식판을 갖다 주고 오니 뭔가 이상했다. 뭔가 사라진 듯한 느낌…. 아이가 사라졌다!
‘난 이제 쫓겨날 거야. 봉사활동 시간은 받지도 못하고 감옥 갈지도 몰라. 뉴스에 나오는 거 아냐? 아, 어떡해.’
복도를 돌아다니며 찾았다. ‘대체 어디로 간 거지?’ “누나!” 다행이다. 복도 한 구석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이거 보자, 핑구.” 갑자기 웬 비디오? 달래고 달래도 “이거 같이 해” 한다. 무슨 똥고집인지, 목을 못 가누는 아이보다 배는 힘들었다. 결국 블록 놀이를 같이 해줬는데, 이것저것 쌓아서 나에게 줬다. 사람을 건네고, 블록을 3개 쌓아 건네고, 이제는 같이 쌓자고 한다. 한숨만 나왔다. 그 때, 친구가 이제 가자며 손짓을 했다. 슬그머니 일어났다. “가지 마!” 난 이제 집에 가야했다. 머리를 쓸어주니 놓는 듯 하더니 갑자기 펑펑 운다. 내 다리를 붙잡고 떼를 쓴다. 선생님이 오셔서 혼내도 절대 놓지 않는다. 맛있는 거 사러간다고 해도 싫다며 내 다리를 꼬집는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그 날은 방학이라 대부분 집에 가고 사정상 못가는 아이들만 남아 있었다고 한다. 즉, 부모님이 안 계시거나 계셔도 거의 볼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눈이 벌개져서 악을 쓰는데 도무지 두고 갈 수가 없다. 나도 엄마 아빠가 바쁘셔서 항상 어린이집에 마지막까지 남아있었던 적이 있었다. 지금이야 아무렇지도 않지만 어린 나이에는 얼마나 서럽던지. 친구가 집에 가자고 끈다. 아이는 계속 운다. 나는 그 사이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인간다운 삶이란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다. 목표가 있는 삶, 성공하는 삶도 가치 있지만 무엇보다 인간의 냄새가 나는 삶은 가끔 부딪치며 어울려 사는 것이 아닐까. 인간의 시초인 아담과 이브는 둘뿐이었지만 둘이었기에 살아갈 수 있었다. 세상에는 소외된 사람들이 많다. 지하철의 노숙자, 독거 노인, 내가 만난 장애 어린이까지. 이들은 오랫동안 혼자였고, 무관심 속에 살아 왔다. 누군가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평생 혼자일지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어쩌면 나도 그 아이를 몰랐다면 평생 나 하나만 알고 살아갔을 지도 모른다. 조만간 00어린이집에 한 번 더 가야겠다. 사람은 둘이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평/새로운 경험이 준 소박한 깨달음 봉사활동을 나갔다가 얻게 되는 깨달음은 그것이 아주 작고 하찮아도 무척 소중하게 다가온다. 평소 자신의 세계에서만 행복하고 근사했던 글쓴이에게 새로운 세계였던 어린이집의 경험이 인생 전체의 진로를 결정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글은 이런 체험을 구체적인 대화를 인용하고 느낌을 솔직히 드러내고 마지막에서는 자신의 깨달음을 제시하는 기법을 사용해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는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김미순 전남국어교사모임 여수여중 교사 jaguni-21@hanmail.net
복도를 돌아다니며 찾았다. ‘대체 어디로 간 거지?’ “누나!” 다행이다. 복도 한 구석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이거 보자, 핑구.” 갑자기 웬 비디오? 달래고 달래도 “이거 같이 해” 한다. 무슨 똥고집인지, 목을 못 가누는 아이보다 배는 힘들었다. 결국 블록 놀이를 같이 해줬는데, 이것저것 쌓아서 나에게 줬다. 사람을 건네고, 블록을 3개 쌓아 건네고, 이제는 같이 쌓자고 한다. 한숨만 나왔다. 그 때, 친구가 이제 가자며 손짓을 했다. 슬그머니 일어났다. “가지 마!” 난 이제 집에 가야했다. 머리를 쓸어주니 놓는 듯 하더니 갑자기 펑펑 운다. 내 다리를 붙잡고 떼를 쓴다. 선생님이 오셔서 혼내도 절대 놓지 않는다. 맛있는 거 사러간다고 해도 싫다며 내 다리를 꼬집는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그 날은 방학이라 대부분 집에 가고 사정상 못가는 아이들만 남아 있었다고 한다. 즉, 부모님이 안 계시거나 계셔도 거의 볼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눈이 벌개져서 악을 쓰는데 도무지 두고 갈 수가 없다. 나도 엄마 아빠가 바쁘셔서 항상 어린이집에 마지막까지 남아있었던 적이 있었다. 지금이야 아무렇지도 않지만 어린 나이에는 얼마나 서럽던지. 친구가 집에 가자고 끈다. 아이는 계속 운다. 나는 그 사이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인간다운 삶이란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다. 목표가 있는 삶, 성공하는 삶도 가치 있지만 무엇보다 인간의 냄새가 나는 삶은 가끔 부딪치며 어울려 사는 것이 아닐까. 인간의 시초인 아담과 이브는 둘뿐이었지만 둘이었기에 살아갈 수 있었다. 세상에는 소외된 사람들이 많다. 지하철의 노숙자, 독거 노인, 내가 만난 장애 어린이까지. 이들은 오랫동안 혼자였고, 무관심 속에 살아 왔다. 누군가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평생 혼자일지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어쩌면 나도 그 아이를 몰랐다면 평생 나 하나만 알고 살아갔을 지도 모른다. 조만간 00어린이집에 한 번 더 가야겠다. 사람은 둘이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평/새로운 경험이 준 소박한 깨달음 봉사활동을 나갔다가 얻게 되는 깨달음은 그것이 아주 작고 하찮아도 무척 소중하게 다가온다. 평소 자신의 세계에서만 행복하고 근사했던 글쓴이에게 새로운 세계였던 어린이집의 경험이 인생 전체의 진로를 결정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글은 이런 체험을 구체적인 대화를 인용하고 느낌을 솔직히 드러내고 마지막에서는 자신의 깨달음을 제시하는 기법을 사용해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는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김미순 전남국어교사모임 여수여중 교사 jaguni-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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