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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엄마나 아빠가 없다는 게 부끄러워해야 할 일인가

등록 2007-05-06 14:51

내 생각은 누가 해줘?
내 생각은 누가 해줘?
1318 책세상 / 내 생각은 누가 해줘?

결혼한 지 7년 만에 남편과 사별하게 된 친구가 있었다. 하루는 그 친구가 몹시 분노하며 “선생이라면 정말 지긋지긋해. 대체 어찌 그리 말을 함부로 하고 아무 생각이 없다니?” 하며, 그 날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아이가 학교에서 당한 설움을 부들부들 떨면서 털어놨다. 문제의 발단은 아이의 담임선생님이 청소 시간에 “00야, 아빠가 언제 돌아가셨어?”라고 친구들이 있는 데서 물어보았던 것. 아이는 새하얗게 질려 그 길로 집으로 달려와 서럽게 울고, 내 친구는 “이제 이 학교도 못 다니게 생겼어. 그 놈의 선생 때문에 우리 애 친구들이 얘 아빠 없는 것 다 알게 됐잖아”하며 눈물을 줄줄 흘렸다. 그 후 친구는 곧바로 멀리 이사를 가고 말았다. 당시 나는 그 선생의 무신경함보다도 ‘아빠의 부재’를 끝까지 비밀로 지켜나가려는 모녀의 필사적인 몸부림이 더 이해가 안 되고 안타까웠다.

<내 생각은 누가 해줘?>의 황금빛나래와 미대교수인 그 엄마도 똑같다. ‘아빠의 부재’가 ‘사망’ 때문이 아니라 ‘이혼’ 때문이라는 것은 다르지만, 엄마는 행여 ‘이혼’ 사실이 알려져 나래가 ‘아빠 없는 아이’라는 말을 들을까 봐 늘 노심초사다. 그러다 아파트에 그들의 ‘이혼’ 소문이 돌기 시작하자 엄마는 밤새도록 울며 고민하다, 나래를 위해 곧 이사를 해 버린다.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이 문제가 이토록이나 힘든 문제인 거로구나!’ 15년 전, 왜 좀더 따뜻하게 친구를 위로하지 못했던가, 하는 후회로 인해 마음이 따끔거리면서도 나래와 엄마는 제발 ‘그 자리’에서 멈추지 말고 ‘그 너머’로 힘차게 날아오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어찌할 수 없었다.

나래와 엄마는 내 기대 이상이었다. 아니 이 작품의 인물들 모두 기대 이상이었다. 조각가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손가락을 다치는 바람에 사랑하는 아내와 딸로부터 도망쳐 산골로 들어가 ‘오리 아빠’가 되어 버린 나래의 친아빠, 나래의 첫사랑인 희주의 친아빠이며 나중엔 나래 엄마와 결혼하게 되는 빅 패밀리 동물병원 원장인 나래의 의붓아빠, 어린 시절 짝사랑하던 사람이 실패자의 모습으로 시골로 돌아오자 그의 어린 아들과 함께 받아들여 그들에게 헌신하는 나래의 이복동생 봄이의 엄마, 낳아준 엄마와 키워준 엄마 사이에서 갈등을 겪다 낳아준 엄마를 가슴에 묻어둔 채, 몸이 성치 못한 동생 봄이와 착한 의붓엄마를 택하는 나래의 친오빠 민재, 엄마 잃은 슬픔을 발레리노의 꿈을 키우며 극복해 가는 희주 등, 그들은 모두 자신의 상처를 통해 더욱 비상할 뿐 아니라, 나래 아빠의 오리 농장에 가득 모여 새로운 형태의 ‘빅 패밀리’ 가족사진도 찍는다.

‘이혼율 세계 3위’라는 사실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의 ‘가정 모습’은 옛날과 많이 다르다. 언제까지 아빠나 엄마의 부재를 극비에 부쳐야 하고, 의붓아빠와 의붓엄마, 필리핀 엄마와 조선족 아빠를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일까? 이 작품의 큰 미덕은 매우 쉽게 읽히면서도 간단치 않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가정 문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 데 있을 것이다. 특히 가정의 달인 5월에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일독을 권하고 싶은 좋은 책이다.

백화현 /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 모임 회원, 서울 관악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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